실업자 100만의 시대가 도래할거라며 연일 언론에서 호들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 동향’에서 실업률은 3.9%로 늘어나 실업자 수가 92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률의 증가 추세로 보아 곧 다음 달이면 100만이 넘는다는 게 대부분의 예측이다. 그런데 수치상으로만이 아니라 이미 지역의 중소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공단에서는 폐업과 더불어 노동자들이 실직이 심해지고,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 온지 오래다.
실업의 문제는 늘 존재했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역사적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노력들은 대부분 건설경기 부양으로 인한 일시적 일자리 창출이거나 일자리 나누기가 대부분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대책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녹색 성장 건설 경기 부양 및 사회적 일자리 확충, 공공기관 인턴제와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 잡 셰어링 (Job-sharing) , 저소득층 세계지원과 대졸 매취업자 재교육 등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대책이다.
일자리창출이 아닌 임금삭감 효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잡 셰어링 (Job-sharing) 확대와 공공기관 인턴제를 보자. 잡 셰어링 (Job-sharing)의 경우 작년 말부터 공기업을 시작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 대졸 신입의 초임을 나누어 마련한 재원으로 비정규직 인턴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인데, 그 결과 인턴사원만 부쩍 늘고 정규직 채용은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제6차 공공기관 선진화계획 및 통합공시기준 개정’을 발표하면서 인력을 감축하고, 정규직으로의 채용은 더욱더 감소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장려되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에게도 임금삭감을 당연한 전제로 일자리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 미덕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자리 창출의 효과보다는 ‘임금삭감’의 의미가 더 크다. 즉, 정부의 잡 셰어링 (Job-sharing) 확대와 공공기관 인턴제는 정규직으로의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전혀 없고 ‘불안정한 고용의 일시적 확대’이며 오히려 임금삭감의 효과만 가져오니 ‘일자리 창출 대책’이 아니라 ‘임금 빼앗기’ 대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저질의 사회적 일자리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것이 SOC투자 확대 등 사회적 일자리 확충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는 도로, 하천 정비 등 사회간접 자본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 6~10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새롭게 증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녹색뉴딜이 대표적이다. 녹색뉴딜은 오는 2012년까지 4대강 정비를 비롯한 36개 사업에 총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가 10년 전 IMF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규모이기 때문에 단순히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에서 일자리 창출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
4월 2일 국무총리 주재로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여성 실업자 특화대책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취업자 감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월 들어 98.2%에 이르는 등 여성 실업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이루어 진 것이지만 과연 어떤 대책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여성부와 여성단체 등에서 여성에게 사회적 일자리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토론들이 마련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사회적 일자리 확충은 건설 경기 부양 말고도 ‘여성을 중심으로 재생산 노동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전혀 보장되지 못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장려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개악하려는 비정규직법에는 ‘단시간근로’를 1주 15시간에서 1주 20시간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취지를 육아․가사․학업 등 자발적 단시간 근로자의 파트타임 근로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노동자를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내몰고 여성노동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그대로 강요한다고 비판받아 온 정부의 ‘여성취업 촉진을 위한 단시간 근로 모델’의 연장선일 뿐이다. 이처럼 경제위기를 틈타 여성노동자들에게 더욱더 불안정한 일자리를 강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성들이 더 많은 피해를 받는다는데 있다기보다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를 내놓는 일자리 정책이 바로 여성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작되어 더욱 확산된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과 청년들에 대한 일자리 정책으로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촉각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 대책과 해고의 자유가 양립할 수 있는가?
일자리 대책을 세우면서 다른 한편에서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조치들을 손보는 건 어떤 의도인가? 이미 지난 몇 년간 해고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97년 정리해고제도 경제위기를 틈타 단행했고, 06년 통과된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에서도 해고 규제 완화를 위한 조항을 확대하고 있었다. 최근 정부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종전보다 삭감된 노동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변경해지제도’를 근로기준법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듯이, 기업에게 해고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 입법 발의된 비정규직법 역시 정부의 의도는 해고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연장선상에 있다. 4년 동안 고용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2년으로 제한된 해고의 권한을 4년으로 무한히 늘리는 게 의도이다. 한편에서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이처럼 기업에게 해고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기만적인 술수일 뿐이다. 진정 일자리 대책을 논하려면 노동자의 목숨줄부터 자르지 말도록 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저임금 비정규직인 인턴을 채용하기 위해 정규직 인력 감축에 나서는 것은 경제위기를 틈탄 기만적인 인건비 절감 행위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는 ‘잡 셰어링’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사전 조치일 뿐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대책은 아니다.
또한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불안정노동을 더욱 확대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경제위기가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각종 노동유연화의 법 제도적 장치를 애써 만들지 않아도 경제위기라는 허울아래 모든 노동유연화가 손쉽게 되고 있다. 지금은 기업인들이 강연에서 자주 거론한다는 ‘위기가 기회다’ 라는 말이 그들에게 딱 떨어지는 현실이다.
덧붙임
정지현님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교육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