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정신의 힘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스스로를 규정짓는 딱 그만큼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구현합니다. 열쇠는 정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은연중에 스스로를 세상 앞에서 무기력하고 위축된 존재로 여기는 쪽으로 열쇠를 쓰는 것 같습니다. 둘러싼 환경은 온통 벽으로만 느껴지며 힘없고 쉽게 상처받고 핍박받는 민초라는 은근한 전제는 완고해만 보입니다. 그러나 ‘88만원’으로는 묶어놓을 수 없는 살아있는 정신들이 꿈틀대며 꿈을 꾸며 희망을 안고 살아가듯 회색빛 개념의 감옥과 조건반사적 분노라는 궁지로 자신을 몰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작년 15회 풀꽃상은 맹꽁이였습니다. 화학농법과 대규모 개발로 서식처를 빼앗기고, 더럽고 흔한 동물이라는 오해로 홀대받는 신세가 되어버린 바보 같고 어수룩한 맹꽁이, 어느새 멸종의 지경에 이르며 우리들 기억에서 잊혀 갔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골프장건설현장, 대규모택지개발현장, 낙동강, 그리고 인천의 계양산, 이 땅의 산하가 신음하는 그곳마다 맹꽁이는 마치 하늘의 경고이자 양심의 소리인 양 맹꽁맹꽁 다시 울어대기 시작한 것이지요.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린 맹꽁이의 울음소리에 서슬 푸른 포클레인 삽날도 멈칫하였습니다. 지렁이도 더 이상 징그럽고 더러운 존재가 아님을 스스로의 삶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맹꽁이도 지렁이도, 나무도, 꽃도, 모든 삶이 자기 정신의 표상이요 자기 삶의 아바타였습니다.
풀꽃상 열여섯 번째 선정회의가 며칠 전 경북 군위의 지보사에서 열렸습니다.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하기 직전까지 머무르던 곳이었습니다. 그의 마음 한 자락을 담고 싶었지요. 마침 그날은 입적 후 49재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위천 뚝방 길 그 자리에는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 함께했던 풀씨들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목숨을 건다면 거기서 인간의 존엄성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걸까. 용산과 평택쌍용차의 그날을 떠올리면서 문득 ‘우리 편’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음을 봅니다. 두려움, 탐욕, 분노, 질투, 적개심, 절망, 후회, 죄책감등 마음의 벽을 넘어 자연계에 존재하는 최고의 가치인 사랑, 자비, 실현, 풍요, 배려, 기쁨, 자율 등의 식상한^^ 단어들이 상상력으로 생기를 얻고 행동으로 꽃 피어나는 현장, 인간존엄성은 거기서 선연히 빛을 발하고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는 작은 완성에 행복이 흐르리라 생각해 봅니다. 삶의 참모습이 모두의 안쪽에서부터 자연스레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인권이야기] 새로운 필진이 찾아갑니다.
[인권이야기] 새로운 필진으로 7월부터 11월까지 이재용(풀꽃세상을 위한모임 사무국장), 정혜실(다문화가족협회공동대표), 은진(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루인(트랜스젠더 활동가) 님이 수고해 주세요. 4개월 동안 [인권이야기] 필진으로 함께 해주 녹우, 김현, 안태호, 김옥자 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덧붙임
이재용 님은 풀꽃세상을 위한모임 사무국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