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빚을 지지 않은 사진이 어디엔들 있을까요. 하늘도 바다도 땅도 사람도. 사진이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진은 그저 챙겨왔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숨 막히는 자연의 풍경도 너무 아파 가슴 저리는 사람의 풍경도 사진은 야금야금 찰칵찰칵 잘도 챙겨 먹었지요. 모두 빚임을 압니다. 아울러 모두 빚임을 압니다. 사진으로 진실을 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착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진으로 세상의 작은 사실 하나는 증언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다만 사진으로 세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변화를” 촉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짐은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고 말하렵니다. 사진이 세상에 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사진의 찰칵거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최소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각성의 속닥거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달력 <빛에 빚지다> 中
2009년 달력프로젝트 <빛에 빚지다>는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연대하는 달력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가 왔습니다. 한 장 한 장 떼어 낼 때마다 거리의 가로수 잎들이 떨어져 나가는 듯 스산함에 가슴이 싸한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도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은 모란공원 묘지 봉분 아래에서, 구치소 창살 안에서, 법원에서, 그리고 거리 여기저기에서 신음하고 있으니까요.
<빛에 빚지다>는 해마다 특정사안에 대한 환기와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달력’ 제작 프로젝트로 최소한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후원하고자 하는 사진작가들의 목소리입니다.
용산참사의 고통이 잠시 잊혀져가고 있을 즈음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동희오토 노동자가 4차로 도로 위 용역들에게 둘러싸여 밤마다 몰매를 맞고, 재능교육 노동자가 거대한 건물 앞에서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여의도 한 복판에서 천막을 방패삼아 울부짖고 마침내 곤봉과 방패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연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그들만의 전쟁인양 사회는 모른 척 등을 돌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기륭노동자들의 저항의 외침은 커다란 포클레인 앞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야했고, 찬바람 부는 겨울의 시린 기운을 받으며 건물 옥상위에서 곡기를 끊어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단식이라는 극한의 저항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마지막저항입니다. 이들의 저항은 우리 모두의 저항입니다.
최소한의 변화를 촉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진작가들의 의지 또한 이들과 소통하기를 원했고 사회적 외침에 작지만 힘 있는 외침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작가들은 단 2주일 만에 자신의 재능으로 달력 사진집을 제작하였고 이 땅의 모든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투쟁이고, 동참이고, 저항이고, 외침이었습니다.
1500부의 달력 사진집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습니다. 이것은 겨울이 가고 봄을 알리는 새싹들의 외침입니다. 왜냐하면 새싹들이 조금씩 커져 더운 여름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들어 줄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이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쉴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뜻을 모아 1500부의 달력 사진집을 더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정은 기륭노동자들과 장기투쟁으로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입니다. 나무그늘이 되어 줄 새싹이 되어주십시오. 이 땅의 모든 비정규노동자들의 시원한 여름을 기대해 봅니다.
이제 달력 사진집은 사진작가들의 손을 떠나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시는 분들은 작지만 의미 있는 달력구매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의: 기륭노조분회 010-7355-9826
메일: synodong@hanmail.net
후원계좌 : 국민은행 362702-04-067271 김소연
메일: synodong@hanmail.net
후원계좌 : 국민은행 362702-04-067271 김소연
덧붙임
신유아 님은 문화연대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