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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주석달린 동화책으로 본,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

명작, 도로시와 앨리스에 대한 시대를 넘는 사랑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의 인기는 어른을 독자로 한 두꺼운 주석달린 동화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증명된다. 텔레비전 만화시리즈로 익숙해져 있어서 책장을 넘기며 유난히 영상이 함께 한다. 왜 이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이렇게 사랑받으며 고전이 되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br />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얼 그림/ 마틴가드너 주석/ 최인자 번역/ 북폴리오2005<br />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얼 그림/ 마틴가드너 주석/ 최인자 번역/ 북폴리오2005



집으로 돌아가야 해!

♬ 캔자스 작은 시골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는데 무서운 회오리바람 불어와 신나는 모험은 시작됐어요.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 오즈는 오즈는......♬

오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 없이 자란 내게도 이 노래는 남아있다.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집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다른 여러 이야기 속에서 많이 차용됐겠지만, 다시 보니 상당히 매력적이다. 재난을 신나는 모험과 여행으로 바꾸어놓았으니. 더구나 그 주인공이 당당한 작은 여자아이라니.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기에 어울리는 앞선 이야기였다.(1900년 첫 발간)

도로시는 잿빛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삶에 지친 삼촌과 외숙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오즈나라의 환대와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로시는 한사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허수아비에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그래.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고향만큼 좋은 곳은 없어”라고 말한다. 정말, 고향이 그만큼 좋을까? 한사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도로시가 조금은 의아하다. 어릴 때 가족과 헤어진다면? 누구나 집으로 가고 싶겠지. 설사 그 가족의 현실이 지옥과 같더라도 말이다. 고생스런 가족의 슬픈 얼굴이 늘 떠올랐을 것이다.

길동무들

도로시는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지혜를 갈구하는 허수아비,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중요하다는 겁쟁이 사자와 함께 걷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길은 외롭지 않고 그들의 배려와 지혜, 용기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br />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페트린 히언 주석/ 공경희 번역/ 북폴리오 2009 <br />

▲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페트린 히언 주석/ 공경희 번역/ 북폴리오 2009



살면서 지혜와 사랑과 용기의 부족함을 문득문득 깨닫고, 집착하기도 한다. 이미 허수아비는 상식과 지혜가 풍부하고, 양철 나무꾼은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가득하다. 부끄럼이 많은 사자도 두렵지만, 번번이 용기를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행과 사건을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소양이 좀 더 강해졌을 것이다. 부족함을 알고 추구하면 시간은 이것들을 내안에서 자라게 하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프랭크 바움의 앞선 시각과 한계

바움은 오즈에서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거나, 마녀에 대한 일반적인 비난을 피해가는 등 매력적인 시도를 했다. 또 나쁜 마녀 밑에서 노예처럼 일만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도로시로 인해 해방과 평화를 맞기도 하니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여행과정에서 남다른 용기와 배려와 지혜를 보여준 사자, 나무꾼, 허수아비 등이 통치자가 되는 고전적인 설정이 조금은 아쉽지만 말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바움은 평단에서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간결한 문체가 비난받기도 했고, 오즈가 사회주의를 그리는 것 아니냐는 혐의로 정치적으로 비난받고 오랜 시간 도서관에 비치되거나 대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회주의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미국 서부의 보호구역안의 인디언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인디언 근절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일반적인 백인의 시각에서 원주민인 인디언은 순종적으로 백인의 통치를 받거나 사라져야할 공포의 대상이란 시각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작가 프랭크 바움은 옛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위해 무서운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했다. 어차피 도덕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고. 현대동화는 재미와 모험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점에 있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은 루이스 캐롤도 다르지 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가득한 풍자와 수학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년)는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뛰어난 말장난과 시대를 풍미한 노래와 시, 유명인과 주변인에 대한 풍자와 은유가 넘친다. 동화책에서 추측은 되나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마법서 마냥 두꺼운 주석서에는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br />
김경미 번역/ 비룡소 2005<br />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김경미 번역/ 비룡소 2005



등장인물들이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풍자나 수적인 논리와 과학이 숨어있기 십상이다. 이런 재미가 수학자들이나 어른들도 앨리스에 열광하게 만드는 힘이었을 것이다. 3월의 미친 토끼나 모자장수에 대해서도 당대의 상황을 모르면 이상한 설정일 뿐이다. 3월이면 발정이 나서 미친 것 같다는 표현이나 당시 모자장수들은 수은을 사용해 모자의 틀을 잡아서 수은중독에 시달렸다든지 하는 내용은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든다.

죽여라! 하고 외치는 여왕과 그녀의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들의 모습 속에서 어느 시대건 불변하는 권력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늘 언짢던 부분이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고, 단지 카드라는 앨리스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루이스 캐롤의 불쾌한 취향과 사랑

수학자이며 목사이기도 했던 루이스 캐롤은 부끄럼 많은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아이들 앞에서 그는 놀랍게도 말더듬는 버릇도, 부끄럼도 사라지고 재밌는 이야기꾼이 되었다고 한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한 루이스는 그들의 벗은 모습을 사진에 담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부모의 허락을 받았고, 대부분의 사진을 본인들이 원하면 돌려주었다고 하지만 불쾌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가 사랑한 실제 인물 앨리스 리델을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만들어졌고 책에는 리델에 대한 사랑의 헌시도 여기저기 발견된다. 루이스는 남달리 아름다웠던 앨리스 외에도 몇몇의 여자아이들을 사랑했으며 그녀들의 부모에게 결혼을 요청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약하고 사회성이 부족했던 루이스는 여자 아이에 대한 집착과 반대로 남자아이들은 지극히 혐오했다. 동화책 속에서도 남자 아기를 돼지로 변하게 만든다거나 버릇없는 남자아이를 던져버리라는 험악한 노래도 부른다. 그가 현대 작가였다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라!

비록, 상상의 나라이긴 하지만 앨리스와 도로시는 모험과 여행에 대한 낭만적 기대를 갖게 만든다. 자칭 미쳤다는 체셔고양이는 ‘어디로 가야하지.’를 묻는 앨리스에게, ‘네가 가고 싶은 곳에 달렸어’라고 말한다. ‘충분히 걷는다면 어딘가에 도착한다.’고 말한다. 도로시도 그토록 가고 싶던 캔자스의 집은 자신이 신은 은구두에게 소원을 말하고 단 세발자국만 걸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하라고 말한다.
덧붙임

보영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