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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의 인권이야기] 인터넷 시대의 프라이버시

지금 당장 포털에 여러분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쳐보라. 이 단순한 정보로 알 수 있는 당신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인가? 나는 이따금 온라인상의 나의 행적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할 때가 있다. 이런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요즘 인터넷에서는 '지하철 반말녀' '버스 욕설남' 등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 상에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만한 행동을 한 사람의 영상을 누군가가 찍어 올리고 부도덕한 행동을 한 자에게는 비난과 함께 일명 '신상 털기'가 시작된다. 개인이 한 순간 저지른 부도덕한 행동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사회적 낙인이 되는데 이는 참 가혹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면 될 일인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또 다른 2차, 3차 행위가 이어진다.

영상 속의 인물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인터넷 상의 활동은 어떠했는지 다양한 종류의 신상정보는 순식간에 까발려진다. 이 정보는 대부분 그 자신이 공개를 하거나 자신이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기초로 한다. 개인이 온라인에 스스로 올린 정보라 하더라도 수집하여 프로파일링 하여 공표한다면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타인에게 전달되고 이용될 수 있는지를 그 정보주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올린 정보, 물건을 살 때 남긴 기록 등은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파일링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도 유추가능한데 이는 사생활 침해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삶 속에 타인의 사생활 엿보기는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개인이 저지르는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개인만의 잘못일까? 정부 혹은 기업, 인터넷 포털들은 문제가 없을까? 프라이버시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정부와 기업의 합작으로 프라이버시권은 바닥으로

정부는 범죄 예방이나 시민 보호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사 편의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수집되는 정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천안함 사건’에 관해 의혹제기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수사하며 수년치 이메일 내용을 경찰이 들여다 본 사례, '회피 연아' 동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포털에 영장 없이 게시자 신상 정보를 요구했고 인터넷 포털 네이버는 당사자에게 정보제공 요청 확인도 받지 않은 채 신상 정보를 제공했던 사례가 있다.

이 사례들을 보면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가 사이트 가입을 위해서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포털 사이트에 의해 언제 어떻게 내 정보가 누군가에게 제공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항상 당신의 다양한 개인정보를 노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 확보와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고객의 개인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마케팅에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자신의 정보를 제시하면 편리하게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소개 받을 수 있다. 내가 입력한 신상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선 기업을 믿어본다. 그러나 어느 날 어디선가 광고성 전화가 오고 스팸메일이 여기저기서 오기 시작한다. 정보를 제공한 기업은 한 곳인데 여러 곳에서 그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도 긴" 약관을 읽지 않았으며 개인정보가 다른 업체에 양도가 되는지의 여부도 확인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폰번호는 기본으로 요구하며 이러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가입 자체를 할 수 없다. 포털사의 개인정보 요구 수준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시되고 있다. 온라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희생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이렇듯 개인정보의 대규모 유출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것일까? 보안기술이 부실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유출되는 것이다.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주민등록번호는 더 이상 소중한 개인정보로 취급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나의 주민등록번호가 1원에도 팔린다고 하니까. 당신의 개인정보는 얼마의 값어치를 하는가? 나는 5000포인트에 내 개인 정보(주민등록번호와 이름)를 넘겼던 적이 있다. 그 대가로 어디선가 떠돌고 있는 나의 개인 정보에 대한 불안감은 남겨졌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이핀’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는 정부가 지정한 사업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할 테니 주민등록번호 대신 발급하는 번호를 쓰라는 것이다. 아이핀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이 과도하게 개인신상정보를 요구하고 수집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확대 등으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기술 발달과 더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이 얼마나 쉽게 침해당할 수도 있고,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 할 수도 있는 것인지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교육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와 함께 우리는 스스로 자기 정보를 통제하는 ‘정보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이다. 인터넷에 무심코 쓴 나의 신상 정보가 나중에 칼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덧붙임

정민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