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4일의 고통보다, 장애인의 현실을 은폐하고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만드는 오늘 하루의 잔칫상이 더욱 역겨운 것이기에, 우리는 잔칫상을 투쟁으로 뒤엎어 버릴 것이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정부를 위시한 각종 단체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각종 행사를 요란스럽게 치른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시혜와 동정의 시선을 거부하고 차별철폐의 기치를 내세우며 현장에서 투쟁한다. ‘제 31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장애인 당사자를 막아선 경찰들의 모습이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정부는 복지시책을 스스로 치하하고 장애를 극복한 ‘영웅’을 만들어낸다. 장애인을 돌보는 착한 이웃들을 표창하고 불쌍한 장애인을 도와주자며 눈물을 찍어대고 있다. 수십 년간 변함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런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주거권,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 연금 등의 구체적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장애인들은 서비스 시간이 모자라서, 장애연금이 되지 않아서 혹은 연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고통 받고 있다.
비장애인의 인식 변화 또한 중요하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들이 느끼는 차별과 시혜의 시선은 여전히 무겁다. 선거철이나 이미지 관리할 때만 복지시설을 찾아 사진 한 장 찍고 눈물 한 방울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동정’의 인식을 강화시킬 뿐이다.
저 기념식장 안에서 연방 사진을 찍어댈 그들에게 고한다. 장애인의 날에만 생색내지 마시고 1년 열두 달 그들의 권리 찾기에 함께 힘써주시라! 장애인은 당신들의 이미지를 위한 들러리가 결코 아니다!
덧붙임
하라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