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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차별을 뛰어넘어 서로의 다름이 어우러지는 세상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야. “차별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라는 말은 하기 쉽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아.

2011년 8월 서울역에서 잠을 청하던 노숙인들이 강제로 쫓겨났어. 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서울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해. 그래서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결코 서울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사람들은 “노숙인들이 빼앗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편안하게 쉴 권리’를 되찾아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야기했지만,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노숙인을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차별이 아니고 시급한 일도 아니라는 의견을 냈어. 심지어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을 보면 무서워서 자기도 피해 다닌다.”고 말한 인권위원도 있었지.

그들이 보기엔 노숙인은 시민도, 사람도 아니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노숙인에 대해 편견을 갖고 거리두기를 하는 세상에 대해 조용히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 있어. 바로 『나는 곰입니다』(장 프랑수와 뒤몽 글 그림/ 봄봄)라는 책이야.

『나는 곰입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곰이야. 처음엔 사람들처럼 살아가던 그는 자신이 곰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그래서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놀라고 두려워 기절초풍하기도 해. 어떨 땐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을 부르기도 하지. 결국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게 된 그는 종이상자 속 헌옷 더미 아래에서 잠을 청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결국 도시에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가 도시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않아.

이렇게 도시 속에서 살아가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마냥 살던 그에게 한 소녀가 찾아와. 그리고 그 소녀는 처음으로 그가 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굉장히 슬픈 표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소녀가 그에게 한 것은 따뜻한 음식을 준 것도, 편안한 잠자리를 준 것도 아니야. 소녀가 한 것은 따뜻한 인사와 포옹이 전부였지. 사실 소녀의 행동 뒤에도 그가 길을 잃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곰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 하지만 소녀가 그의 슬픔을 함께 느끼고, 그가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는 곰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순간, 소녀와 곰 사이에는 새로운 관계가 생기기 시작해.

이 책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노숙인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하지만 사람들이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담담히 그리고 있어. 그래서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 보았으면 좋겠어. 특히 노숙인 인권에 별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 국가인원위원회의 소위 인권위원이란 어른들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인 거 같아.

『오렌지 말』

한국 사람들처럼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민족, 우리 학교... 이렇게 무언가 같은 것을 찾아서 함께 뭉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을 거야. 그리고 그만큼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서툰 사람들이기도 해. 이런 한국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함께 보며 생각해볼 그림책이 있어. 바로 『오렌지 말』(리우쉬공 글 그림 /계수나무)야.


이 책의 주인공은 오렌지 말이야. 오렌지 말은 오래전에 도시로 이사와 살고 있어. 그런데 오렌지 말에게는 헤어진 형이 있었어. 오래전이라 형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그저 형과 같이 찍은 사진 한 장만 있어. 그 사진도 반쪽짜리라서 오렌지 말이 찍힌 사진만 가지고 있어. 형을 찾고 싶었던 오렌지 말은 자기 형도 오렌지 색일 거라고 생각해서 신문에 광고를 내. 오렌지 색깔이고 반쪽 사진을 가진 형을 찾는다고 말이지. 하지만 찾아오는 이들은 오렌지 색 집과 오렌지 색 자동차, 그리고 오렌지 색 사자 들 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오렌지 말은 초콜릿 말을 만나게 돼. 초콜릿 말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서로 통하는 것도 많아. 오렌지 말은 초콜릿 말이 자기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게다가 초콜릿 말도 어렸을 때 동생과 헤어졌고 반쪽짜리 사진을 가지고 있지 뭐야.

자, 그럼 오렌지 말과 초콜릿 말은 혹시 형제가 아닐까? 오렌지 말과 초콜릿 말은 가지고 있는 사진 반쪽을 각자 꺼내놓아. 결과는 어떻게 될까? 두 말은 정말 서로 형제일까? 이 그림책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궁금하면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서 읽어봐.

사실 이 그림책의 결말은 일반적인 다른 그림책들의 결말과 달라. 그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으로 남지 않게 되었어.

이 책은 우리들이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가족, 한 핏줄 같은 공통점들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해.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 서로의 공통점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어.

오늘 소개한 그림책 『나는 곰입니다』와 『오렌지 말』은 서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들이야.

『나는 곰입니다』에서처럼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와 같이 숨 쉬고, 웃고 우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오렌지 말』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서로의 다름이 어우러지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덧붙임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