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주]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평화로운 일상이 허용되지 않는 강정. 그곳에서 인디언 대학살이 벌어진 운디드니(Wounded Knee) 언덕을 보았다는 이우기 님은 강정지킴이로 살면서 아팠던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생명과 평화를 움틔울 기운을 함께 나누게 되길 바란다.
칼바람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키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드니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발등은 시커멓게 그을어 가고.
그림 같은 배경 속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들이
소리치고 쓰러지고 울다가 웃으며 춤을 추는 곳.
아무리 짓밟고 억눌러도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춤과 노래가 끊이질 않는 이곳을
이 빌어먹을 현실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나 보다.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울다 웃다 잠꼬대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오늘도 뒤척인다.
이것은 절대로 깨고 싶지 않은 꿈.
그러나 절대로 다시 꾸고 싶지 않은 꿈.
평화로운 오후 나른한 낮잠을 깨우는 이는 누구인가.
(*) siesta : 낮잠
덧붙임
이우기 님은 강정지킴이입니다. "2008년 촛불에서 먹은 네오의 빨간약 덕분에 사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강정에 사진작업을 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느 순간 또 카메라를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