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국책사업에 맞서서 주민들이 어떻게 힘을 합쳐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를 흥미롭게 그렸다. 특히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주민들을 짓밟고, 보상금으로 주민들을 와해시키는 상황이 평택 대추리에서, 강정마을에서, 두물머리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너무도 똑같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간다. 그리고 과연 우리도 폭력적인 개발에 맞서서 평화로운 마을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
산리즈카 투쟁은 민주주의 절차를 위반한 정부에 대항하는 농민싸움이었다. 정부에서 공항예정지를 발표하는데, 정작 농민들은 자신들의 논, 밭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모두 결정해놓고서 의견수렴을 한다며 공청회 자리를 열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큰 무력충돌도 생기곤 했다.
산리즈카 투쟁을 들여다볼수록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양댐 건설논란이 연상된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인구 1만 8천명밖에 안 되는 소도시다. 영양군 읍내에서도 차로 30분을 더 달려가면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에 장파천이라는 아주 작은 하천이 나온다. 이곳에 정부는 무려 높이 76m, 길이 480m에 달하는 대형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개발불가 판정이 났지만 영양댐을 건설하겠다고?
이미 지난 2010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영양댐의 홍수조절 편익은 0.8로 의미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지만, 올해 타당성조사비용으로 26억 원이 책정되었다. 댐을 건설하려면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댐건설장기종합계획에 명시되어야 하는데, 영양댐은 어느 곳에도 언급되지도 않았다. 지난해 12월, 뒤늦게 댐건설장기종합계획에 포함시켜놓았지만 환경부마저 타당성이 부족하다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불가 판정을 내렸다. 대형댐을 건설하기에는 타당성도 부족하고, 입지조건도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의견은 묵살한 채 국토교통부는 계속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가권력이 법과 절차를 위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현장에서 몸으로 막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지난 2월 26일,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선정한 용역업체에서 타당성조사를 한다며 굴삭기 등 장비 10여대를 앞세우고 마을에 들이닥쳐, 경찰과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마을주민들을 위협했고, 이후 3일 동안 반대 주민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대치했다. 심지어 3월 24일에는 주민3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그중 2명은 동원된 중무장한 경찰 150명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지금은 주민 12명이 업무방해죄로 고소당하고, 손해배상청구 된 상태다. 영양군에서도 대추리에서,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일이 시작된 것이다.
산리즈카 처럼 농민들에게 희망이 보이기를
다시 산리즈카를 생각하게 된 것은 농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만화 ‘우리마을이야기’를 읽다보면 고비마다 등장하는 농민들의 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소박하지만, 직접 땅을 느끼고 체험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힘이다. 바로 이것이 30년 이상을 거대한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지금 영양댐을 반대하는 대부분 사람들도 농민들이고, 귀농인들이다. 농사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댐 반대운동도 지금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이 소중한 땅이 영영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땅을 일구는 사람들이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나와서 댐 반대를 외치고 있다. 결국 영양댐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은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일 것이다. 산리즈카 투쟁처럼 영양군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산리즈카처럼 30년씩 길게 말고 가능한 빨리!
덧붙임
고이지선 님은 녹색당 전국사무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