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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사회권이냐고?

사회권에 관한 20문 20답

현병철 국가인권위 위원장은 2012년 위원장 연임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은 “자유권보다는 사회권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어느 활동가가 곧바로 트위터에 날렸다. '쌍용차, 용산참사, 사회권의 문제 아닌가'라고. 관심 있다면서 쌍용차와 용산참사 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한 일이 있기나 햐냐는 질타 섞인 물음이다. '사회권'이 무엇인지 우리 인권위원장님도 잘 모르는 마당에, 일반대중들이 사회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당연하다.

사회권이란 노동, 교육, 건강, 주거등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개인이 인간으로서 갖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구체적으로, 공정한 임금, 안전한 일터, 사회보장,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결혼, 적절한 주거, 의료서비스, 점진적인무상교육,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등을 말한다.

그런데 막상 사회권을 주장할 때마다 부딪히는 벽이 있다. 첫째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자원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종종 자원을 더 많이 만들어야한다는, 경제성장의 논리로 흐른다. 마치, 경제성장을 하면 사회권이 자연스럽게 보장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경제성장과 사회권이 서로 닮은듯 닮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십년 동안 우리의 경제는 성장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삶의 각박함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국가는 부유해지는 데 내가 기여했을지 모르나, 그 부를 향유하는 것은 내가 아니지 않았나?

용산참사, 쌍용자동차노조, 장애인 탈시설, 무상급식과 최근의 차별금지법 논쟁까지. 노동, 교육, 주거, 음식 등 우리 삶의 영역 곳곳에서 생산된 ‘부'를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과 ‘공평한 조정’을 이끌지 못하는 정부 속에서 힘들게 싸워야 했다. 생산된 부의 일부를 적선하듯 베풀면서 사회권을 실현하고 있다고 믿는‘착한' 사람들과도 논쟁해야했다.

사실 사회권의 실현은 어떤 면에서 자유권의 실현보다 더 많은 갈등을 넘어야 가능한 것일 수 있다. 그만큼 사회권은 아직 인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권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의 통제에 대항하여야 하였다면, 사회권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내 이웃의 이기심과 편협함에 다가가야 한다. 사회의 부를 통제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하며, 인권실현을 위한 공정한 재정 투자를 촉구해야 한다.

지난 4월 16일 열린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국회토론회 모습<br />
(사진 제공 :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 지난 4월 16일 열린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국회토론회 모습
(사진 제공 :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사회권 규약에서는, 그 부의 분배와 공평한 조정을 위하여 국가가 개입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5월 5일,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발효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유엔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이지만 아직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다. 선택의정서에서는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개인이 유엔사회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한다.

사회권,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오해가 많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2008년)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들’이라는 20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자료를 발간한 것을 보면, 사회권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세계에서 우리만은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우리 정부가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에 가입하기를 바라며, 위 자료를 통해 사회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에 몇 가지 주요한 질문과 대답의 일부를 소개한다. 전문은http://www.tongcenter.org/escr/escrfaq를 참조하시라.

사회권 20문 20답 중 일부

2. 국가가 왜 사회권을 보호해야할까?
사회권을 외면하면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강제이주나 강제퇴거의 결과, 집을 잃고 생계수단을 잃고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심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회권의 중대한 침해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권리의 향유에 방해가 되는 구조적 차별과 불공평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분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8. 국가가 즉각적으로 실현해야할 의무는 무엇인가?
비록 국가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점진적으로 실현하더라도 차별 철폐, 노동조합 결성과 같은 자원이 필요 없는 사회권, 조치를 취할 의무, 퇴보금지, 최소 핵심 의무 등 다섯 가지는 국가가 보유한 자원과 무관하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12. 사회권은 사람들을 복지에 의존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인권법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개인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서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과 자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지원이 실제로는 수급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면, 적절한 정책이 시행되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13. 일단 잘 살게 되면 사회권도 자연히 실현되지 않을까?
경제성장의 단순한 파생물로 사회권이 완전하게 실현되는 일은 거의 없다. 공공정책은 정치적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띨 수 있으며, 선거철에는 특히 그러하다. 사회권을 완전히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난다고 하여 이러한 권리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18. 사회권은 사법적심사가 가능할까?
사회권 분야의 정부정책이 헌법상 원칙과 국제인권법상 의무와 일관성 있게 수립되도록 검토하는 것은 분명 사법부의 역할이다. 인권을 사법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일이다. 사법적 집행은 사회권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고, 명백한 침해시 구제책을 제공하며, 향후 권리침해를 방지하는 체계적 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범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려주는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국가인권기구,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통계지표를 사용하거나 국내법과 정책, 예산분석을 통해 사회권이 점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모니터해야한다. 모니터링을 할 때에는 특정 권리가 어느 정도 향유되는지를 파악하는 일뿐만 아니라 실행을 위해 기울이는 정부의 노력을 파악하는 일도 해야 한다. 사회권에 사용되는 예산의 비중을 계산해보면 정부의 노력을 측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덧붙임

흰고래 + 통깨 님은 국제인권소식‘통’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