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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자리, 수동연세요양병원] ‘국가직영’ 요양병원이 필요하다

[편집인 주]

2010년 복지부 장관이 위탁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행해온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와 치료방치가 발생하였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의 문제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낙인에서 기인하기도 하며, 요양서비스가 있어야 하는 주체는 배제한 채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요양서비스제공자가 악용하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서는 이 문제에 맞서 싸워가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의 다양한 문제와 맥락을 살펴보고자 기획연재 한다

Q.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전국에 1280여개의 요양병원이 있지만, 단 하나의 요양병원도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받아주지 않는다. 요양이 필요한 에이즈환자가 1명이든 100명이든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에서 에이즈환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자체가 심각한 건강권 침해이다.

Q. 요양병원에서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공포, 그리고 돈의 논리가 있다. 환자를 대신하여 23개 공공요양병원과 5개 민간요양병원에 입원상담을 해보았으나 모든 요양병원이 입원을 거부했다. 이유는 크게 “전염성 질환자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 안 된다는 법이 있다”, “격리 병실이 없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주로 입원해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 2항에는 "전염성 질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되어 있다. 2011년 4월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에이즈는 호흡기나 식생활 등 일상적인 공동생활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없으므로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2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요양병원의 거절이유는 의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요양병원들이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모를 수도 있다. 또한 요양병원 의료진과 입원한 다른 환자 모두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클 것이다. 설령 에이즈에 대해 올바로 알더라도 병원 자발적으로 에이즈에 대한 공포에 대처할 비용을 들이기 싫어하고, 다른 환자들이 빠져나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홀로 떠안을 이유가 없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지금 환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2014년 2월 14일에 수동연세요양병원에 방문했을 때 56명의 에이즈환자가 입원해있었다. 그 중 4월에 5명의 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6월에 10명의 환자를 국립경찰병원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전원 시켰다. 그 병원들은 급성기병원이고, 2차 종합병원이다.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으로 양분된 우리나라 의료체계상 급성기병원에 오래 입원할 수 없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는 현재 26명이 입원해있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전원시킨 15명의 환자외에 15명의 환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질병관리본부는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수동연세요양병원 입원환자외에도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실제로 대구, 경기도, 서울 등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하면 지자체에 전화하라고 하고, 지자체에 전화하면 보건소에 전화하라거나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지자체 등에 연락을 해도 아무도 해법을 알려주지 않으니 종합병원에 사정을 해서 몇 개월 더 버티거나 포기하게 된다. 최근에는 수동연세요양병원으로 가게 된 환자도 있다.

Q. 요양병원이 마련될 때까지 우선 국립경찰병원같은 국립병원에 갈 수 없나?

당장의 대책으로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본다. 우리가 1차적으로 바라는 것이 피해현장인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하루빨리 ‘대피’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수동연세요양병원 사건을 질병관리본부와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의한 ‘인재’라고 본다. 재난이 발생하여 56명의 환자를 대피시켜야한다고 치자. 어떻게 해야 하는가? 56명의 환자를 대피시킬 재량과 의지가 없다는 것 자체로 대한민국 정부는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이미 병상이 포화상태이고, 국립경찰병원은 20병상을 계획했으나 10명의 환자전원 후 의료인력의 부족, 내외부의 비난, 질병관리본부의 예산 미편성 등으로 당장 병상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정부가 국립경찰병원이 병상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들을 해결하고, 이에 더해 30여개의 병상을 더 확보해야하지 않겠는가?

Q. 질병관리본부가 대체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성과는 없었나?

질병관리본부는 작년 12월 중순에 수동연세요양병원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후에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타진했다. 3월초까지만 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의료원에 10개의 병상을 확보했다고 하였으나 진행은 되지 않았다. 경기도와 경기지방의료원에 병상확보를 위해 협의를 하였으나 3월에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시와도 3월에 협의를 하였는데 서울시는 서울시립 요양병원이 없으므로 경기도립 요양병원을 알아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요양병원이 아니라 급성기병원을 알아보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후 경기도립 요양병원과 협의했으나 4월 중순에 성과 없이 끝났다. 그리고는 5월초쯤 충북에 있는 꽃동네에 다녀온 후로는 그곳에 있는 요양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꽃동네에는 병원이 있지만 요양병원이 아니라 급성기병원이다. 더욱이 문제는 꽃동네에 간다는 것은 꽃동네‘주민’이 되어 갇혀 살길 각오하고 가야하는 곳이다. 꽃동네의 입장은 모르겠는데, 질병관리본부는 꽃동네만 믿고 있는 것 같다.

더 문제는 정부의 입에서 요양병원을 마련하겠다는 말은 없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중증환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경찰병원에, 경증환자는 꽃동네 병원에, “썽썽한 환자”는 꽃동네 쉼터에 가게 할 것이라고 한다. 수동연세요양병원 입원환자 외에 새로이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서는 시․도에 떠넘길 생각이다.

Q. 공공요양병원이 있는데 ‘국가직영’요양병원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

전국 1280여개의 요양병원 중에 약 70개의 공공요양병원(시․도립, 시군구립)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23개 공공요양병원에 입원상담을 한 결과 모두 거부당했다. 나머지 50여개의 공공요양병원도 비슷한 이유로 거부할 것이다.

전국 시․도에 “시․도립, 시군구립 요양병원에 에이즈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연계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를 한 결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유는 공공요양병원이 전부 민간위탁운영이기 때문에 시․도가 운영 및 재정에 대한 개입을 하지 않으므로 요양병원 입원대상 및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자신의 업무범위 밖의 일이라고 여긴다. 설립형태는 시․도립, 시․군․구립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운영형태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봄에 직접 협의한 경기도립 요양병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병실 리모델링 비용 및 간병비 지원과 더불어 감염내과 의사의 방문 진료를 지원받아 에이즈 환자를 입원시키면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 병원재단에서 안 된다고 결정했다. 에이즈환자 입원에 대해 지역 사회의 반발이 예상되고 다른 환자들이 빠져나가면 손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되어서라고 했다. 이 요양병원이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검토한 이유도 병원운영에 도움이 되느냐고, 거부한 이유도 병원운영에 도움이 되느냐다. 민간운영이기 때문에 ‘환자’보다는 ‘병원운영’에 도움이 될까가 우선이고, 지자체나 중앙부처의 지원도 없다. 이름만 ‘공공’이지 민간요양병원과 다를 바 없다.

Q. ‘국가직영’요양병원이 생기면 달라지는 점이 뭔가?

‘국가직영’요양병원을 요구하는 1차적인 이유는 에이즈환자 집단 전체가 요양병원 전체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에이즈환자외에도 홈리스, 무연고자, 희귀난치성질환자, 만성감염병환자 등 요양병원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있는데 누구든지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운영형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공공의료의 기능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시․도립, 시․군․구립 요양병원의 운영형태를 민간위탁에서 지자체 직영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노조, 환자권리옹호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두어야한다.

요양병원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도 표준모델이 있어야한다.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하나라도 만들어보자.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치료방치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무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각종 인권침해와 차별이 발생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다. 요양병원이 수행해야할 기능과 진료 및 환자인권에 대한 표준이 없다보니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잘못이 무엇이고,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에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한 것인지에 대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현재 의료법에서 규정한 요양병원의 인력 및 시설기준은 너무 허술하고, 기능에 대한 규정은 추상적이며, 환자인권에 대한 규정은 없다.

Q. 지방의료원 민간매각이나 폐쇄, 공공의료기관의 재정적자에 대한 압박 등은 국가직영 병원과는 정반대방향인데 어렵지 않겠나?

의료의 민간화, 영리화로 인한 피해의 막장, 바로 에이즈환자들이 증인이지 않는가? 1280여개의 요양병원이 모두 민간운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상기해보자. 에이즈환자에게 요양병원은 없다.

올해 중앙보훈병원 만성질환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432병상의 요양병원이다. 중앙보훈병원 만성질환센터는 국가유공자 및 가족에게 보훈병원, 보훈요양원, 가정간호 등과 연계하여 지속적인 보훈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국가직영 요양병원은 실현불가능하지 않다.
덧붙임

권미란 님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