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알려지고 통영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전국의 성매매 관련 단체들이 경찰에 항의를 하고, 시위도 하며, 성명서를 내고, 토론회를 계획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이룸도 이와 함께 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행동과 실천을 다한다 해도 늘 고만고만한 사회적 여론에 벌써부터 맥이 빠진다.
경찰은 함정수사가 적법하다고 한다. 적법성으로 논란을 삼으면 법집행관인 경찰에게 달려 들어 얻을게 없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문제는 함정수사의 적용기준과 범위가 구체적 명시가 없다는 점인데, 그래서 경찰의 태도는 이어령 비어령일 수밖에 없다.
왜 성판매 여성만이 타켓인가? 성매매가 이미 산업으로 법에도 명시하고 있고, 구매자 처벌에 주목하고 있는 현재, 언제든 전화하면 걸려드는 여성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방법적인 면에서 적법했는지 만으로 해명될 수 없다고 본다. 연말이라 실적을 올려야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구매자에 대한 함정수사는 왜 하지 않는가? 한편, 반대로 구매자에 대한 함정수사를 했다한들 구매자가 이 사건의 여성처럼 뛰어내릴까?(결코 그래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이러한 수사방식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성매매의 문제를 성을 파는 여성의 탓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개인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를 추측하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극이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죽음으로 결론짓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넘어 짙은 회의감마저 든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경찰의 과잉대응으로 흑인들을 살해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가 살해’당했다며 경찰을 비난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확대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의 경우를 대입해보았다.
‘성매매 여성을 사망으로 몰고 간 경찰의 함정수사에 대한 전국민적인 분노로 방방곡곡 시위가 연일 들끓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금의 한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과대망상일까? 공권력의 적절치 못한 행위에 따른 죽음이라는 결론은 같은데, 우리 사회는 왜 이리 조용할까? 인종의 문제와 성판매 여성의 문제는 달라서 그런가? 아니면 수위의 문제인가?
미국에서는 경찰의 대응이 민주주의의 살해라고 해석하며 백인도 흑인도 함께 시위에 나서고 있다는데, 우리도 그들처럼 국민적 공분을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인 것일까? 공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관련된 사람들만의 것으로 국한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가, 경찰의 미꾸라지 같은 태도 못지않게 아쉽다. 성매매 여성의 죽음이라서 이렇게 침묵되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죽음을 낳고, 그 낙인 탓에 분개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내가 차라리 과대한 피해망상이었으면 좋겠다.
덧붙임
허허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