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 존엄과 안전위원회 평등팀은 세월호 참사에서 평등하게 애도하고, 평등하게 지원받을 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인권활동가들이 모인 팀이다. 세월호 참사에 놓인 사람은 다양했다. 단원고 유가족, 비단원고 유가족, 이주민 유가족, 아직도 치료중인 화물기사, 민간잠수사, 진도어민, 아르바이트노동자, 그리고 그 한명 한명의 주변에 놓인 사람들과 아직 우리가 듣지 못하거나 이야기 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참사의 전후에서 시작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참사가 발생한지 꽤 시간이 지난 후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시 언론과 정부는 사회와 당사자들의 고통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단원고 ‘아이들’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전체 생존자 숫자에서 비단원고 ‘어른’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고, 단원고 유가족과 비단원고 유가족 ,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을 분리했다. 살아남은 남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 못하며 자취를 감췄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매순간 차별받고, 버려졌다는 절망감에 2중, 3중의 고통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들만의 고통이 아니었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는 이들을 ‘일반인’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직면한 사람들의 곁에서 우리의 몫을 고민하던 인권운동의 시작은 누군가의 고통을 순위 매기지 분리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렇게 평등팀은 드러났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는.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세월호에 대형 화물 트럭을 싣고, 탑승했던 생존 화물 기사들을 만났다. 살아온 날들이 그들의 얼굴과 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3층 선미에 따로 선실이 있던 화물기사들 중에는 사망자가 없다. 대부분 제주도 출생이고, 한평생 배를 타고 살아왔던 경험이 가만히 있는 것 대신 세월호를 탈출하게 했다. 그 분들 중 한분은 아내와 함께 세월호에 탔는데, 이야기하는 짧은 시간에도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그의 아들은 해군으로 복무하다 해상 훈련 도중 선박 충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들이 탄 배는 가라앉기까지 2시간여 바다 위에 떠 있었고, 그는 배 안에 들어가 아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같은 사고를 겪게 된 부인은 병원에서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평등팀이 만나왔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마음에 품고 사는 우리 옆에 살던 누군가들. 그저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라 다르지 않은 슬픔들을 간직한 선민씨와 정수씨, 그리고 정후씨들(모두 가명)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세월호에서 살다시피 하느라 세월호 침몰과 함께 지나온 삶의 모든 흔적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50대 남자와 사고 이후 30년 살던 동네에서 집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의 장인어른과 살아 돌아온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는 어느 가장에게로 연결된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서 소외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가진 딸을 잃은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언니들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이 느낀 소외의 감정은 참사의 진상을 감추고, 단원고 유가족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정부에 맞서 진상규명을 외치는 단원고 유가족과도 만난다.

그런가하면, 무능력한 국가를 대신해 구조작업을 했던 민간 잠수사들이 있다. 그들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와서 흘린 뜨거운 눈물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 어디에도 국가는 없다. 모든 책임은 서로의 삶과 죽음을 짊어지려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떠넘겨져있다. 그렇게 우리가 만난 이들 대부분은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거나, 자다가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눈앞으로 몰아쳐오는 거센 파도를 마주한다. 이러한 얼룩덜룩한 눈물의 기록들을 한 텀 내어놓고 보니, 한편 미뤄두었던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딘가에 생각지도 못한 아픔이 있을 텐데, 우리가 만난 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와 또 다른 아픔으로 고통 받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무엇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연결을 위한 고군분투 – 서로 만나야만 아는 것들

평등팀의 기록은 끊임없는 연결의 기록이자 고군분투의 기록이기도 하다. 만나야 할 사람들에 비해 우리의 힘은 턱없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신의 슬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이들에게 당신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가 전해지며,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회에 들릴 수 있길 바랐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언론에 글을 썼고, 질문을 던졌다.

당장 급한 실질적인 문제들도 존재했다. 참사의 고통에 놓인 사람이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은 각기 달랐다. 또한 그 지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평등팀에서는 정부의 각기 다른 지원 방안들을 이해하고 안내를 돕기 위해 이를 보기 쉽게 정리했다. 이주민 유가족에는 한글교실을 안내하고, 퇴직금 수령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결하여 조금이나마 안정된 환경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도왔다. 화물 기사들은 제주 쪽 시민단체들과 연결되어 기자회견, 도지사 면담 등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는 통로가 트였다.

‘일반인’ 대책위로 모이는 사람들과 ‘형’, 혹은 ‘누나’가 되는 관계가 생기기도 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듣지만 어느새 더 깊어진 상처의 골을 회복하기에는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구조 작업을 하다 사망한 민간 잠수사 유가족들은 오갈 데 없는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의사자로 지정할 것 같던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고, 해수부에서는 명절 선물이랍시고 달랑 미역과 김을 보내 초상집 같던 분위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었다.

민간 잠수사 유가족의 문제는 ‘잠수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는 함께 탄원서를 작성하고 법률 의견서를 제출했고 다시 한 번 이들의 사연이 전해질 수 있도록 언론 인터뷰를 연결했다. 또, 동료 잠수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 유가족들은 국가가 속 시원히 풀어내려고 하지 않는 고인의 마지막 과정을 자세히 물었고, 동료 잠수사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이들은 서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가족의 탄원서와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동료 잠수사들의 탄원서였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가 연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었다.

이러한 연결의 노력은 4.16 가족협의회 출범 선언의 첫 문구로 드러났다.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면서 단원고와 비단원고, 희생자와 생존자로 사람들을 가르고 이간질하려 했던 국가는 이러한 연결의 노력들 앞에 반드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고통의 순위가 매겨질 수도, 증명될 수도 없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만남들 속에서만 그 본질을 찾아볼 수 있다.

계속 연결될 사람과 사람들 – 아픔은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가?

슬픔의 크기는 같지 않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죽음과 이로 인해 그들의 ‘부모’가 느끼는 슬픔과 60대에 접어든 부모를 잃은 ‘자식’이 느끼는 슬픔은 똑같을 수 없다. 여기에는 더함 또는 덜함의 양적인 잣대로 잴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슬픔의 무게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 ‘일반인’이라고 우리도 불러왔고, 불리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들의 가려진 죽음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 환풍구 붕괴, 오룡호 침몰, 요양병원과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에서 만나는 죽음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죽음들이 사회 속에서 무감각해져 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공감의 부재가 ‘일반인’을 만들어내고, 슬픔의 양을 재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증언대회와 특별법 등에서 놓치고 가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자리, 인권실태조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무감각하고, 막연하기도 한 어떤 이들의 삶과 죽음을 미루어 짐작함에서 하나하나 헤아려보자고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 평등팀의 남은 과제들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