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민주노총은 전국 8개 지역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노동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실태조사 분석 내용을 2회에 나누어 싣습니다.
Q. 근로기준법 위반이 너무 심각한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A.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설문조사 응답자 중 무려 90%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지급 수당, 연차휴가, 근로계약서 교부 여부 등 3가지 차원에서만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지 분석 했을 뿐인데 대부분 안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거예요.
이는 반대로 말하면 공단 사업주 중 태반이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근로기준법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고 있는 거 에요. 근로기준에 대한 최소 규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거죠.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것에는 무엇보다도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커요. 노동자도 시민이고 존엄을 가진 인간 아닙니까? 사업주들이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려면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일을 시킬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계도하고 단속해야 할 텐데요, 정작 당사자인 고용노동부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근기법 위반 업체비율이 각각 82.8%, 90.7%나 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중 사법처리를 한 경우는 0.6%,1.6%에 불과해요.
사법처리는 둘째 치고 그러면 계도라도 잘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최저임금법은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고 언제부터 적용된다.’ 등의 내용을 노동자들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고용노동부 산하 각 지청들이 수시로 사업장 점검하며, 잘 지키고 있는지 관리감독하고 소액이라도 과태료를 물게 해서 ’최저임금 주지의무‘를 정착시켜야 하는 데요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5년 동안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건수만 3만 8,360건인데 이 중 고작 6건(2007년 1건, 2009년 1건, 2010년 4건)만 50~80만 원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물었을 뿐이에요.
사태가 이러니까 근로기준법 안 지키는 걸 사업주들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요. 단적으로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몇몇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이 월급으로 따지면 얼마인지도 같이 고시하자고 하니까, 여기에 반발해 경영자 대표들이 퇴장해 버렸어요. 산업현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월급 기준으로 알려주자는 거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급휴일수당’을 사업주들이 떼먹지 말라는 건데요, 이런 걸 알려주는 것이 산업현장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거예요.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내용을 분명히 고시하자는 건데 그러면 혼란이 생긴다며 너무도 당당하게 퇴장하는 게 경영주들입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유급휴일수당,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계산해 주지 않아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드러난 비율이 3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는 거죠. 사업주들의 말대로 하면 이 관행을 그대로 두자는 겁니다. 근로기준법을 있으나마나한 규제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Q.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동시장 유연성제고를 2015년 정책과제 중 핵심으로 삼았는데요, 실상은 어떤가요?
A.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겠다는 건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OECD에서 각 나라의 고용유연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단기근속자 비율을 따지는 것이 있습니다. 근속 1년 미만인 노동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는 거예요. 단기 근속자 비율이 높으면 고용유연성이 높은 것이고, 반대로 근속 10년 이상인 장기 근속자 비율이 높으면 고용안정성이 높은 겁니다.
OECD 국가들 사이에서 단기 근속자 비율이 평균 16.5% 인데요, 우리나라는 자그마치 (2011년 기준) 35.5%나 되요.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고용유연성이 심각한 나라가 우리나라에요.
반대로 장기근속자들은 OECD 국가들이 평균 36.4% 정도인데요, 우리나라는 고작 18.1% 밖에 안 돼요.
그런데 공단에서는 고용유연성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번 실태조사에 단기근속자 비율이 37.3%이고요 반대로 장기근속자 비율은 9.2%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공단에서는 정규직조차 장기근속자가 12.8%밖에 안 됩니다.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노동자에게서 근속10년을 넘긴 노동자가 10명 중 1 명밖에 안 된다? 평균근속 3.4년, 정규직조차 4.3년에 불과하죠. 이게 공단실태입니다.
그런데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자? 현실을 호도하는 겁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이렇게 까지 높으면, 부작용은 없는지 그런 걸 따져서 고용안정, 적정 임금 지급 방안 등을 찾아야 하는 게 고용노동부 역할입니다. 고용노동부가 계속 엉뚱한 일을 하고 있어요.
Q. 공단에서 인권침해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A. 네. 40.6%, 그러니까 10명 중 4명이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4.2%는 거의 매일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지역적으로는 안산지역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56.8%가 인권침해를 경험했으니까요.
세부적으로 보면요 폭언․폭행․모욕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2.1%, 화장실 출입․CCTV 등 감시단속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30.6%, 상호감시․왕따 등 인간관계 파괴를 경험한 비율이 12.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인권침해를 가한 가해자들 대부분이 관리자와 임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각 37.0%, 26.5%로 나타났으니까요. 임원 및 관리자들이 걸핏하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건데요, 임금도 떼이고, 존엄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지도 못하고… 이게 공단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Q.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아서, 노동유연화가 심화되고 장시간 저임금이 확산된 셈인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세금을 떼먹는 것은 ‘도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습니다. 세금을 떼먹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시민들의 임금을 떼먹는 것이에요. 세금을 떼먹으면 안 된다는 시민윤리를 만들었든, 노동자의 임금 역시 한 푼도 떼먹어서는 안 된다는 기업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해요.
저임금 노동자들일 수록 미지급 임금 비율이 높아집니다. 150만원을 기준으로 임금소득이 낮은 노동자들일수록 56.3%(150~200), 72.0% (121~150), 82.6%(101~120) 점점 떼먹는 비율이 높아지는 거예요. 이건 정말 부도덕한 일입니다. 바로잡아야 해요.
사업주들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은 지키면서 사업하도록 엄단하고 계도해야 합니다. 일벌백계가 필요해요. 엄중한 사법적 처리와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 등등의 방법을 통해서요.
더불어 계도도 필요합니다. 근기법 준수 여부를 세제혜택 등 기업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단다던가, 공단에서 사업하려면 모든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던가 하는 과정들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단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도록 애쓰고 있는 노동조합의 노력에 사회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응당 제도적 권한도 부여해주어야 할 것이고요. 예를 들어 지역노동상담소,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를 제도화하고, 정부와 사업주, 노동자 삼자 간에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을 맺게 하고 이를 노동조합이 강제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등등 말이죠. 최소한의 노동표준을 지키게 하겠다는 노동조합에게 그에 준하는 사회적 지위를 부여해주어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공단을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현장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피부에 느낄 수 있게 해야 해요.
덧붙임
박준도 님은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실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