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사랑방 사무실에 활동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주말에 진행되는 사랑방 워크숍에 멀리서도 꼬박꼬박 발걸음을 늦추지 않는 돋움활동가 세주와 아해, 상임활동가인 가원, 대용, 몽, 민선, 어쓰, 정록, 그리고 올 한 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미류까지. 10월에 시작될 후원인 모집사업뿐만 아니라 사랑방의 일상적인 활동들을 받치고 있는 든든한 사람들이죠.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말을 건네는 건 이 활동가들의 일상에서도 매일매일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후원인 모집사업에서 건네게 될 말은 조금 특별합니다. 자신이 몸과 마음을 다해(!) 활동하고 있는 ‘사랑방’에 ‘후원인’으로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는 준비된 기회니까요. 밖에 나가 콧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뒤로 하고, 이번 워크숍에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믿는 구석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별도로 구성된 ‘후원인 모집사업팀’에서 이전의 사랑방 모금사업들을 살펴볼 시간이 있었는데요, 워크숍에서도 새로운 모집사업을 시작하기 전 다함께 우리가 해 왔던 다른 모집사업들을 돌아봤습니다. 그래도 최근의 일이니 후원인 분들도 기억하시려나요? 2015년 ‘받고 싶다, 최저임금’을 내세웠던 후원인 모집 때 냉큼 후원신청을 하신 분도 계실 테고(생각해보면 저도 사랑방 상임활동을 시작하기 전 이 시기에 먼저 후원인이 되었네요!), 2018년 텀블벅 ‘인권의 문장’ 프로젝트를 밀어주면서 이사 비용 마련에 힘을 보탠 분도 계실테니까요. 2020년의 후원인 모집은 지난 2015년과 2018년의 효과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말을 건넬 것인지, 과거를 통해 다시 또 배우고 새로운 방법들을 갱신해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른 때도 아닌 지금 새로운 후원인을 만나야 하는 사랑방의 조건은 무엇인지, 사랑방 활동을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잘 전달할지를 3~4시간 천천히 짚어나갔지만… 사실 후원인 모집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은 곧 짜잔~ 하며 공개될 내용들이라 이 활동이야기에 다 담기 어려운 논의들이 대부분이네요. 하지만 정말로 곧!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소식지를 천천히 읽다보면 ‘모집사업의 슬로건이 이것인가…?’ 싶은 문장도 발견하실 수 있고요. 다만 한 가지, 우리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외치게 되는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뻐근해지는 숫자
‘보통 한 단체에는 오랜 시간 후원해온 사람과 비교적 최근에 활동을 접하고 후원을 시작한 사람까지, 후원인들의 가입 시기가 다양하게 펼쳐질 텐데요. 곧 30주년을 바라볼 만큼 오랜 역사, 특화된 사업을 자체적으로 계속 진행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해온 활동 양식, 사랑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 시간을 떠올려보면 오랫동안 후원해온 분들이 많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사랑방을 후원해 온 사람들 352명, 이 숫자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사랑방은 정말 신기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요.
현재 사랑방 전체 후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분들이 10년 동안 계속 내어준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뻐근해집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후원인이 된 다른 50%의 분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사랑방이 꾸준히 계속 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을 받은 것 같아서 다시 또 마음이 뻐근해지고요. 이렇게 30여 년 가까이 된 사랑방 활동의 의미를 알아봐주고 지지와 응원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활동가들에게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러니까 함께 해달라’고 손 내밀 수 있는 든든한 조건입니다. 물론 후원인 모집사업이 시작되면 후원인들 역시 여기저기 사랑방 활동을 소개하고 후원을 요청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뻐근해지는 숫자와 함께, 사랑방 활동가들도 2020년 후원인 모집사업을 위해 계속 뿌듯하게 달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