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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사랑방이 앞으로 뭘 할지 궁금하다고요?

'중심활동팀'을 찾아주세요

작년에 다른 단체 활동가들이 사랑방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내년이 사랑방 20주년이 되는 해라서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인권운동의 전망을 밝혀보려는 내부 워크숍 논의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답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되니 ‘그래서 사랑방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요. 작년에는 ‘아직 논의 중이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다’는 말로 많이 넘어갔는데, 이제 워크숍도 마무리되고 지난 해 논의를 구체화해야 하는 지금은 그렇게 넘어갈 수가 없네요.^^ 그래서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인 자유권, 사회권, 반차별 팀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던 사랑방 활동이 '20주년팀', '중심활동팀'으로 바뀐 팀 체계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얼마 전에 있었던 인권활동가 대회에서 만난 사람들도 왜 그렇게 바꿨냐는 질문을 하더군요. 너무 당연한 질문들이고, 잘 대답하고 싶은데 답이 술술 나오질 않아요.


한편으론 '중심활동팀'을 이제 막 꾸리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함께 고민을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기에는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난 총회문서에 '중심활동팀'의 수임으로 적힌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고 주체화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것을 다른 단체 활동가들에게 이야기해야 할 때 겪는 난감함이라고나 할까요? 저도 그런 활동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으니까, 자꾸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활동이 구체적으로 눈에 보여서 사랑방이 '중심활동팀'을 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방이 생각하는 인권의 실현이, 결코 한국사회의 변화와 떨어져서 생각될 수 없었기에, 사랑방 운동 20년을 한국 사회운동의 역사 속에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꾼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87년 6월 항쟁과 97년 IMF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성과들을 이뤄내지만 이 같은 제도를 보기 전에 그걸 가능케 했던 민중들의 힘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을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80, 90년대는 인권이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은 사회였지만,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권력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이뤄 내기 위해 다양한 모임과 단체들을 만들어 싸웠습니다. 학생,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각계각층, 다양한 영역들에서 그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전교조 선생님들의 해직에 항의하며 함께 싸웠던 고등학생들이 엄청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과들이 97년 IMF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엄청 탄압당하고, 사라져간 건 아닐까 했던 거죠. 요즘 현대인의 스트레스, 고립감, 경쟁의 심화, 힐링 이런 이야기가 많은데, 결국은 사회적인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네트워크들, 공동체, 단체들이 깨지고 사라져갔던 것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런 아래로부터의 연결, 연대에 기초하지 않고서는, 저들이 퍼뜨리는 인권에 맞설 힘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에도 들어가고, 지자체들은 인권조례 만들기에 열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답답하다면 인권운동사랑방이 지향해야 할 인권의 방향은 다른 곳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중심활동팀'은 마치 법률처럼 위로부터 선언되고 규정되는 인권이 아닌, 삶 속에서 자각되고 형성되는 인권의 흐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여전히 모호하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고민과 생각할 거리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