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던 ‘923 기후정의행진’이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작년에 비해 준비가 늦었지만, 7월에 열린 첫번째 조직위 회의에 80여개 이상의 단체가 참석했다. 다들 ‘923 기후정의행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미 지난해보다 더 많은 500여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이제 9월은 기후정의투쟁을 하는 달이 된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작년 집회는 코로나19 이후 3년만의 집회라는 점과 ‘기후정의운동’이 독자적으로 큰 집회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목표 속에서, 참여자 숫자에 많이 집중했었다. 올해는 작년의 성과를 이어서 어떤 내용으로, 어떤 요구들을 내세우며 기후정의행진을 성사시킬지 고민하며 준비를 해왔다.
그렇다고 어찌 참여자 수가 중요하지 않을까. 1년 중 가장 큰 기후대중집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참여자 수는 너무 중요하다. 우리의 요구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요구와 목소리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 외치는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게 ‘기후정의행진’이기 때문이다. 당일 참여자들도 전국 곳곳에서 기후정의운동을 실천하고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힘을 얻게 된다. 작년의 경험으로 지역에서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들도 많다.
간담회를 위해 급하게 탄 택시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기사님은 요즘 주말마다 너무 집회들이 많아서 언론보도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앞선 일정에 들렀던 노동조합에서는 9월 23일 전 주에도 전국 총집중 집회가 잡혔다고 한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연달아 주말 집회가 잡히는 셈이니 피로감이 있다고 한다.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도 같은 날 열리고, 윤석열정권 퇴진집회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 초조함 무엇일까. 1년에 한 번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이 누군가에겐 매주 열리는 도심 대규모 집회일 수 있다는 답답함, 이건 확실히 윤석열 정권의 ‘업적’이다.
진인사대천명을 되뇌이며, 매주 반복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가 아니라 이번 집회는 매년 성장하는 기후정의운동의 2023년 버전이라는 자신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체제전환’, ‘기후정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923 기후정의행진’의 대정부 요구를 설명한다. 바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체제전환과 기후정의의 구체적 내용이라고 말이다. 1) 기후재난이 참사가 되지 않도록 대응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 2) 공공이 주도하는 전면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당장 시작하라는 것, 3) 철도,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공공이 책임지고 확충하는 공공교통 중심체계로 전환하라는 것, 4) 신공항건설, 국립공원 개발과 같은 온갖 개발사업들 중단이 전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에 올라온 무주 푸른꿈학교의 923 기후정의행진 포스터 벽화를 보면서 다짐한다. 9월 23일은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우리 모두 확인하게 되는 날이 될 거라고. 9월 23일이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