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탄중위 해체 공대위’는 해소를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제목은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으로 나아가자’였다. 탄중위 해체 공대위는 이제 해소하지만 자본과 권력이 마련한 가장 비현실적인 대안에 힘을 쏟기보다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맞서는 싸움을 시작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기후정의동맹’이라고 칭했다. 3월에 열린 기후정의포럼을 통해 기후정의운동의 좌표와 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 대중운동으로 기후정의운동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나누면서 기후정의동맹의 모습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후 기후정의동맹 제안 설명회와 제안문이 회람되었고, 많은 단체들이 기후정의동맹에 함께 하겠다는 응답을 하면서 4월 28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힘차게 출범했다.
다양한 사회운동의 연대와 공동의 투쟁, 기후정의선언운동
기후정의동맹은 출범 전체회의를 통해 기후정의선언운동,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을 주요 사업으로 결정하고, 그 힘을 모아 9월 기후총궐기를 성사시키자는 결의를 했다. 기후정의선언운동은 다양한 사회운동이 자신의 관점으로 기후위기와 기후정의를 해석하고 공동의 사회변혁의 과제로 인식하고 투쟁에 나서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선언운동’이다. 그동안 기후위기가 환경의제가 아닌 체제의 문제라는 제기들은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시금 IPCC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는 온실가스 수치와 감축과 적응을 위한 정책패키지를 중심으로 한 주장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현재의 자본주의 성장체제와 권력관계를 전제로 한 상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들은 결국엔 기술적 해법 중심으로 제기되고 이는 시장 활성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기후정의선언운동은 그동안 지배와 억압에 맞선 싸움을 펼쳐온 여러 사회운동의 과제와 기후정의운동이 결코 동떨어진 별개의 운동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성장체제 아래에서 억압받는 이들의 싸움이 곧 삶의 존엄과 생명을 위한 기후정의운동이라는 자각과 연결을 기후정의선언운동을 통해서 시작하려는 것이다. 에너지 기본권과 공공성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우며 진행되는 에너지 시장화와 양립할 수 없으며, 보편적 이동권은 모두가 전기차를 사야한다는 돈벌이 기후위기 대응책에서는 보장될 수 없다. 무너져 내리는 세계를 돌보고 살리는 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향한 보편적 권리와 투쟁들을 기후정의선언운동을 통해 기후정의운동의 전망과 대안으로 새롭게 써내려가고자 한다.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에서 시작하자
기후정의동맹이 주요 사업으로 결정한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은 기후정의의 전망과 대안을 통해 조직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싸움의 현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석탄을 통해 탄소를 줄이겠다며 노동자 해고와 민간자본의 재생에너지 시장 진입을 독려해왔다. 이러한 기조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기후/생태위기 이후 사회의 근본적 변화, 체제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될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천 명의 노동자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석탄발전소 폐쇄 문제는 정의로운 전환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드러나게 될지 가늠하게 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이라며 전국을 전쟁터로 만들며 이루어지는 태양광/풍력 발전, 송전선로/송전탑 건설과 신규 석탄/LNG 발전소 건설은 모두 민간자본에게 에너지 시장을 개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에 맞서 싸워온 지역 주민들의 투쟁은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당하거나 지역의 고립된 요구로만 이해되어 오기도 했다.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필요하고 정당한 사회적 요구로 발전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조직되어야 한다. 기후정의동맹은 이를 공공적, 민주적, 생태적 에너지 체제 전환, 즉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을 대안으로 내거는 투쟁을 결의했다. 에너지 체제 전환은 에너지원의 전환과 함께 생태적 한계 내로 에너지 생산량 축소, 노동자와 지역주민에게 희생과 피해를 전가해온 생산방식의 전환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구조변혁을 뜻한다. 고용위기에 처한 발전노동자와 난개발에 맞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정의롭고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투쟁을 시작하고자 한다.
기후정의가 열어낼 다른 세계를 향한 투쟁을 시작하자
출범 전체회의를 통해 이러한 활동 계획을 결의한 기후정의동맹은 이를 바로 이어진 기자회견과 출범선언문을 통해 알려냈다. 해고 위기에 놓인 석탄발전 비정규 노동자, 홍천에서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을 하는 지역주민, 기후위기를 겪는 세계에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찾고자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이윤을 위한 농업에 맞서 자연과 존엄한 삶을 지키고자 하는 농민, 기후재난이 더욱 심해지는 사회에서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닌 체제의 문제로 청년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꿔내기 위해 기후정의동맹에 함께 하겠다는 청년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의 현장에서 그리고 함께 써내려갈 기후정의선언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기후정의운동의 장소를 열어내고 사회적 요구를 조직해나갈 때, 기후정의동맹은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