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100개 이상의 단체들이 모여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24일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을 조직하고 성사시키자는 결의를 모았습니다. 2019년 9월, 전국에서 7천여 명이 모였던 대규모 집회를 돌아봤습니다. 한국 사회 첫 대규모 기후행동이었던 3년 전과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은 무엇인지 곱씹으며 2022년 9월 기후정의행진이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기후위기에서 기후정의로
3년 전 모였던 이들의 외침은 ‘기후위기 비상상황 인정하라’였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소식은 언론의 국제면 뉴스정도로만 소비되고, 한국 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논쟁조차 없었던 ‘기후침묵’ 사회를 깨뜨려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직시하고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분명한 반향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일상의 변화, 미래의 불안함, 삶의 위기와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해부터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결의’,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들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선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법제화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불안한 변화는 뒤이은 기업들의 ‘탄소중립 경영’, ‘ESG 경영’으로 변화의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정부도 저성장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뉴딜’을 내세웠고, ‘기후위기’는 세계적 산업전환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투자 전략 환경일 뿐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다섯 달 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강릉과 삼척에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기후위기가 핵발전 확대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다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전기차가 늘어나는 것말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만 간다는 뉴스, 이대로는 생태계 파괴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과학자들의 탄식이 이어집니다. 기후위기가 자본과 권력의 명분이나 이윤추구의 도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고민하는 자리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를 기치로 우리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결의를 모으는 자리였습니다.
9.24 기후정의행진을 시작으로 우리의 대안과 요구, 투쟁이 본격화되어야
너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로만 느껴지던 기후위기를 정부가 나서고, 기업이 나서서 바꾸겠다고 할 때 못 미덥지만 막연한 기대가 생기기도 합니다.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으니 실제로 변화를 만들 힘도 있을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3년은 ‘혹시나를 역시나’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 권력이 인간과 자연을 이렇게 수탈하고 착취해왔는데 말입니다. 9.24 기후정의행진은 이제 우리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바로 ‘우리’를 거리에서 서로 얼굴을 확인하며, 거대한 변화의 열망과 의지를 직접 느끼고 결의하는 자리입니다. 이제부터 자본과 권력에 맞선 사회적 투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이제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서 육성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그리고 결코 퇴출되지 않는 화석연료에 맞선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이 본격화되어야 합니다. 이 곳에서 분명한 반대와 대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발전노동자, 지역주민, 기후정의 투쟁에 함께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공공적/민주적/생태적 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요구와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거대한 9.24 기후정의행진으로 확인된 ‘전선’ 속에서 기후정의 투쟁의 구체적인 요구들과 싸움들도 서로 연결되고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9월 24일 서울에서 함께 거리로 나섭시다. 함께 싸울 때 희망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