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후원인 인터뷰의 주인공은 퇴직 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홍구 님입니다. 사랑방 활동가를 직계가족으로 둔 솔직한 심경(?)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홍구 님과의 담백한 이야기 얼른 만나보시죠.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교직생활 40년 하고 그 후 여러 학교도서관에서 사서로 봉사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지역 노인일자리 사업에 동참하여 불법카메라 단속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퇴직 이후의 삶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막연히 지루할 거 같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자력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적 욕구가 무진장하니 아직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후원을 시작하신 직접적인 계기는 직계가족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기 때문일 텐데요. 막상 후원은 하시지만 내심 ‘그만두면 좋겠다‘ 생각도 하실 거 같습니다. (웃음)
이념적으로 인권의 존엄성을 알고 있지만 막상 내 가족이 그런 활동의 중심에 있다면 항상 불안하고 불만스럽기 그지없지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 것인지, 미래를 어떻게 대응하면 살 것인지 등이 걱정인데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의 책무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괜찮은 거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긴 세월 ‘달리기’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달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와 본인이 생각하는 달리기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어느 새벽 사람이 없는 거리를 마음껏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달리기를 시작했었는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근육적인 몸매를 드러낸 채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때 제 젊음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지금은 달리지는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달까요. 숨이 목까지 차고 포기하고자 하는 찰나 찾아오는 희열을 맛본다면 그 쾌락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연세 지긋한 분과 인터뷰를 하니 괜히 이런 질문도 던지게 되는데요, 지금껏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나 태도 같은 게 있을까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우둔한 면이지만, 뭐든 끈질긴 데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게 제 삶의 자산이었던 거 같습니다. 쉬운 길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매진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데, 약간의 ‘변태적’ 사고일까요.
칠순을 훌쩍 넘기셨는데요. 계속되는 삶 속에서도, ‘죽음’이라는 화두가 실존적으로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도처에 죽음이 깔려있지 않나요. 지금 우리 주변이나 세계 곳곳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하겠지요. 단지 일상에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묵과하고 있을 뿐이죠.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한편 언젠가는 제 한 몸이 부담되어 짐이 될 때 어떻게 살아야할까, 자존감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런 게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사회가 불안하고 정쟁이 심한 나라의 실정으로 약자에 대한 생각도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변화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 신념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겠지요. 그나마 이런 선구자적이고 투철한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으므로 아직 우리 사회는 그들을 버팀목 삼아 위안을 얻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