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2025년 인권운동사랑방 정기총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난 12월 말부터 2024년의 사랑방 활동을 차근히 평가하고, 올해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여러 차례 토론을 거치며 총회를 준비해 왔는데요. 그 평가와 계획들이 돋움회원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요. 벌써 네 번째 돋움회원 총회를 진행하는데 아직도 발표할 때면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어내자
올해 총회는 정세토론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는데요. 사랑방 총회 직전에 진행한 ‘체제전환운동포럼 : 승리하는 광장을 향해’에서 2025년 정세전망에 관한 발표문을 미류 활동가가 요약하여 발표하고 돋움회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무모한 쿠데타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이미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무너져왔기 때문이었다는 진단에서부터 발제가 시작했는데요. 자본주의가 가속해 온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해야 할 필요성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극우가 조직되고, 신자유주의는 더욱 절대화되어 왔기에 더는 익숙한 민주주의 제도를 회복하는 것만으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텐데요.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평등의 정치를 펼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 과제를 마주하기 위해 우회할 수 없는 세력화의 시도를 이어가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전선을 펼쳐나가자는 이야기로 발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실 1년 단위로 진행하는 단체의 총회에서 나누는 정세토론의 주제치고는 너무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이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한국 사회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 조건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랑방을 포함한 사회운동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조직한다는 것은 윤석열 퇴진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이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열어내는 일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럴 때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함께 함께 발을 떼기 위한 내용, 조직, 관계 등을 가치적인 측면부터 물리적인 조건까지 고민해 나가며 사랑방 활동을 이어가 보자는 논의로 토론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 사랑방, 운동은 무엇을?
그래서 올해 사랑방은 급변하는 정치 지형을 살피며 극우의 준동에 맞서는 체제전환 운동의 전선을 가시화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불평등한 사회의 문제를 제기한 목소리는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들의 요구를 받아 정치로 만들어갈 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입니다. 2024년 체제전환운동의 시작을 알리며 동시에 사회운동의 정치를 선언했다면 바로 이 세력화를 시도하며 사회운동의 정치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요구, 기후 정의에 대한 요구들도 더욱 조직하고 선명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요구들이 체제 전환 운동이 가시화되는 공간이자 서로의 전망을 틔우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뿐만 아니라 극우의 준동에 대응하는 인권의 원칙을 확인시키는 고민 또한 사랑방이 올해 꾸준히 이어갈 과제일 것입니다.
또한, 과제들을 끈질기게 이어가기 위해 사랑방에서는 올해 새로운 활동가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예비하고자 합니다. 작년부터 이어온 사랑방 운동의 재생산이란 질문에 대해서 꾸준히 내부 활동가 논의도 이어왔는데요. 사랑방이 하고자 하는 운동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활동가 충원은 물론 사랑방 활동가의 활동 양식, 조건, 관계 등을 살피면서 사랑방 운동이 재생산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이 재생산을 위한 질문을 함께 마주하고 나누고자 하는 새로운 활동가를 충원해 사랑방 재생산의 고민을 더욱 풍성하게 이어가자고 합니다.
다 같이 투쟁!
올해 총회의 시작 프로그램은 N행시 짓기였는데요. 총회에 참석한 모두에게 ‘광장’, ‘사랑방’, ‘체제전환’이라는 제시어를 드리고 그중 원하는 제시어를 골라 N행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드렸는데요. 각자 쓴 N행시를 나누며 두 달 넘게 이어진 이 혼란의 시기를 겪으며 드는 어려움과 피로를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사랑방 총회에 참석한 이들은 역시 그냥 어려움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북돋우며 위로와 안녕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N행시들이 가득했습니다. 그중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분이 써준 N행시를 소개하며 총회 후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 혼란한 시기를 잘 버텨내고 서로를 북돋는 자리에서 마구 마주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함께 만들어가길 바라며 다 같이 “투쟁!”입니다.

사 … 는게 고달프고
랑(낭) … 만 없이 팍팍해도
방! … 긋 웃으며 투쟁 외치면 따뜻하고 힘이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