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고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노숙자’ 라는 용어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낙인이 심한 것이라, 스스로 ‘노숙자’라 자처해야 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받아들여 질 문제가 아님에도 그동안 그 이름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활동이 더해질수록 구성원들 사이에서 ‘노숙당사자모임’을 유지해 나가고 당사자운동을 지향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기도 한다. 노숙당사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 돈을 받고 한다”거나 “노숙자들이 너무 인권 인권하면 부담스럽다”고 하는 부정적인 얘기들이, 그들의 동료들 사이에서 혹은 노숙인들을 상대하는 공공기관, 시설 등에서 들리기도 한다. 워낙 노숙인들이 처해있는 처지와 조건이 열악하고 궁핍해 언제나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변화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8주간의 주거인권학교가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날,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의 말을 들으며 ‘주거인권’을 주제로 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애쓴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노숙당사자모임의 최근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해 참여도가 떨어지게 되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흔히들 “무자산, 무주거, 무연고”라고 얘기되는 자신과 노숙동료들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러는 동안 동료들간의 연대의식을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존심을 지켜주는 저렴한 주택과 일자리, 알콜이나 정신질환의 치료, 질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쉼터의 물리적 환경 개선, 수급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생계비의 보장 등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권리를 발언하는 것이 노숙당사자로서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아 나갔으면 한다.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힘은 권리의 주체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임
문헌준 님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