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 규모를 차지하지만, 생계형 자살로 죽어가는 사람의 증가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나라, IMF 사태의 10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는 나라……. 뼈 빠지게 일해도 빈곤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절망이 지금 우리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장의 고통은 애써 눈을 감으며,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여전히 경제가 성장하면 빈곤이 사라질 거라는 환상, 일하지 않으니 빈곤하다는 편견, 복지를 실천하려면 돈이 들어간다는 오해가 있고, 빈곤을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무능력과 나태’로 접근하려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안으로 제출되는 방안도 경기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을 강제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고용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자ㆍ농민ㆍ서민의 일상은 더욱 빈곤해지고, 많은 반빈곤 단체들이 정부의 빈곤 정책에 반대하고 저항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운동 진영도 「빈곤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라고 확신에 차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답답한 것은 빈곤이 일상화하고 우리의 일상이 빈곤해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아서일 게다. 그래서 우리는 빈곤에 대한 저항과 함께 ‘빈곤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지금 시기 중요한 운동의 과제라고 판단한다.
대안이란 어느 순간 누구의 머리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지는 않는 법이다. 비록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많은 곳에서 다양한 대안적 실천들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미 풍부하게 실천되고 있는 반빈곤 대안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해석하고 일관되게 꿰뚫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인권운동 진영의 반빈곤 관점을 벼려 대안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가라가라 빈곤] 꼭지는 기획됐다. 미처 충분히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2006년 7월 11일 인권오름 12호에 실린 ‘미국 켄싱톤복지권조합의 반빈곤운동’이 [가라가라 빈곤]의 첫 번째 기획이었다. 두 번째 기획은 ‘지역통화’로 다음 주부터 3회에 걸쳐 소개ㆍ분석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대략 한 달에 한 개 정도의 대상을 선정해 소개 및 분석하려 하는데, 기획은 그때그때 정할 것이다. 현재 ‘빈곤반대 온타리오연합’을 검토하고 있으며, 생산협동조합, 사회주택제도, 생태도시 등 다양한 실험과 제도들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빈곤에 대해 완벽한 대안을 내놓으려고 [가라가라 빈곤] 꼭지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적 실천들을 보며 빈곤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들의 조각을 꿰맞춰 가는 과정 속에서, 빈곤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빛줄기를 발견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여정에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소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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