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용산참사 추모대회의 끝 무렵이었다. 집회를 마무리하고 지하철을 타려고 들어간 용산역 광장에서 눈에 띈 현수막 하나.
‘사유재산이므로 일체의 집회활동을 금지합니다.’
우리가 서있던 광장이 사유재산이라는 말, 그리고 그 이유로 모든 집회행위를 금지한다는 말은 함께 한 사람들 모두를 의아해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늘상 이용하는 지하철이라는 공공 교통수단이 있는 공간인 있는 광장이 사유재산이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광장을 사유지로 만들었나
서울 시민의 발이길 자처하는 지하철인데 어떻게 지하철 역사의 광장이 사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문제는 용산역이 민자 역사라는 데서 시작된다. 말 그대로 지하철 역사 건설에 민간자본의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역사를 건설하는데 총비용에 얼마를 투자했건 간에 역사의 소유권은 개별 민간자본에게 넘어간다. 운영주체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건축비 부담을 줄이고 부지의 일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투자한 민간 기업에게 양도되므로 쇼핑몰 등의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민간자본 유치와 공공재를 민간자본에게 넘겨준 것은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고속도로의 일부도 민간자본에게 넘겨주어 시민들이 높은 통행세를 내야하는 처지에 놓인 적도 있으니 말이다.
당신들 땅이라 치자
현수막에 써놓은 집회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떨어진 이들이 떠들면 쇼핑하는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니 싫다는 것 아닌가? 집회를 금지한다는 말은 단지 ‘이 땅은 내 땅이야’라는 법적 소유권 주장을 넘어서서 ‘당신은 이걸 이제 할 수 없어’라는 타인의 권리침해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광장이란 원래 여러 사람이 오가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공간이 아닌가. 그러니 땅의 소유권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누려온 권리를 단번에 빼앗아가도 되느냐고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공재인 지하철역과 그 지하철로 가는 광장이 어느새 배타적 공간이 되어버렸는데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광장의 소유권을 민간 기업에게 넘겨줌으로써, 모두의 것이 되어야할 광장이 한 기업의 쇼핑몰 영업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에 수긍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배타적 소유권’의 당사자인 쇼핑몰 기업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맥락에서 더 이상 다른 이를 권리를 빼앗는 것을 중단하는 걸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말 몰링이 배려의 문화라면 말이다.
더구나 자유로운 집회도 무관심에서 벗어난 사회에 대한 배려의 문화이지 않은가.
덧붙임
홍이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