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동안 불법 낙태를 많이 한 것을 반성하며 불법 낙태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였다. 한해 200만 건의 낙태건수가 산부인과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양심선언을 할 만하다. 낙태의 90퍼센트가 ‘불법 낙태’이다(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실태 조사). 다시 말하면, 불법인데도 여성들이 낙태를 원하고 있고, 그만큼 시행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삶 전체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문제이므로 원치 않은 임신을 중단시키기를 원하는 여성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어 의사와 여성들을 범법자로 몰아넣고 있다.
범국민 출산 장려 캠페인
지난 해 11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출산과 육아 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보육 지원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삭감했고 국공립 보육시설 건립 약속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공염불이 되었다. 출산과 육아 조건의 지원은 말뿐인 정부는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아이보다는 생활의 안정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사교육비가 힘들어 동생 없는 외로움을 더해주었습니다. 동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당신과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TV방송 공익광고 내용이다. 마치 저출산이 여성의 생각과 선택의 문제라는 듯이 ‘여성들이여, 이제 마음을 고쳐먹고 아이를 낳아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 파업의 원인인 생활의 안정, 사교육비 문제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마음을 고쳐먹을만한 감동이 없으니 파업은 계속될 것 같다.
여대생 출산서약 동원
범국민 출산 장려 캠페인이 벌어지자 모 여자대학에서는 '행복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출산 서약서'를 받았다고 한다. 적극적 출산, 낙태 방지, 가정의 화목에 여대생이 앞장서겠다는 내용이었다. 여성 개인에게 저출산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나 이에 동원되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학이나 모두 제대로 된 상태라 하기 어렵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여성의 인권과 결혼 출산에 대한 권리를 희생시키고 있다. 여성의 희생 위에 있는 정책으로 어떻게 여성의 출산이 확대될 수 있겠는가.
서약행사에 앞서 '나의 다출산 동참의 최우선 조건은?'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여성들은 출산 장려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첫 번째로는 육아비·의료비·교육비 부담 완화, 두 번째로는 육아 휴직 제도의 완비와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직장 내에서의 차별 철폐 등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생각하는 '다출산의 최우선 조건'은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지원인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엉뚱하게 낙태 단속과 처벌 등 낙태 근절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낙태를 거부하고 낙태 시술을 하거나 자제함으로써 줄어들 병원의 수입을 정부가 인상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고 낙태가 줄어들고 출산이 확대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기혼 여성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였을 경우나 아이를 원해도 기를 경제적인 형편이 안 되는 경우 낙태를 선택한다. 비혼 여성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미미한 지원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게 된다. 출산과 육아를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낙태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비난 받거나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 여성의 출산은 여성이 충분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낙태와 출산에 대한 결정을 의사도, 국가도 아닌 여성 자신이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사회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다.
“아이는 당신과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출산과 양육은 국가가 책임집니다” 라고 말할 때 여성들은 출산을 선택할 것이다.
덧붙임
조경애 님은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