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홍보 내용이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일방적인 성 역할을 강요하고 있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다. ‘남자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도 있는 것처럼.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고”, “함께 해온 우정을 지키며”,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는 것”은 비단 남성만의 일은 아니다. 만약 남성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라면, 여성의 역할도 고정화 된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여기자에게 “여성은 가정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의무경찰 포스터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실재 기동대로 배치된 사람이 이 포스터를 보고 글을 남겼다. 의경이 포스터처럼 정복 입을 일은 없고(순전히 홍보대사용), 지켜야할 사람은 가족과 연인이 아닌 주로 '서울 시내 광장'이란다. 또한 동료들과 손잡고 진압부대에 배치되어 기동대로 활동하다 보면 함께 해온 우정을 지킬 수 있단다. 아무리 홍보도 좋다지만 의경들이 실재 느끼는 경험과 경찰청의 홍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이버 경찰청 ‘평화적 집회·시위 포털’ 사이트에 있는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는 코너가 있다.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청이 매우 일방적인 홍보를 하는 곳인데, 포스터를 보면서 “의무경찰,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는 꼭지를 신설해도 네티즌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싶다.
홍보는 과도한 일반화와 왜곡을 수반하는 위험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홍보의 주체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청’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전물을 만드는 것, 그리고 홍보의 내용과 실제 행위가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은 지금의 경찰청이 뒤돌아봐야 하는 숙제이다.
덧붙임
정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