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자. 청년들은 생존경쟁을 위해 도서관에서 토익 책을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하고 있으며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고시촌에서 젊음을 쏟아 붓고 있다. 대학생활의 낭만이란 그저 사치일 뿐. 꿈과 포부를 이야기하던 스무 살의 대화는 몇 년이 흘러 자연스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로 바뀌어 버렸다. 물질을 위해 정신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슬프고도 답답한 현실이 아닌가.
혹자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눈이 너무 높아서 청년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많은 젊은이들의 안이한 생각을 질타한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패기가 부족하다.”라고 평한다. 한쪽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편협한 시야가 안쓰러워 연민의 감정으로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지하철에서 ‘젊으니까 괜찮아! 젊음은 알바천국이다’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볼 때마다 기분이 언짢아지는 건 성격이 삐뚤어진 이유 때문일까.
2011년 한국의 최저임금이 현재 4,110원에서 4,320원으로 5.1%인상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오르는 것이 신기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들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32%로 거의 꼴찌수준이라고 하니, 돼지바가 1000원으로 올라 헉헉대며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비단 최저임금만이 문제이랴.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태반인지라 지속적인 안정을 구할 수 없는 생활, 대출이 아니면 근접하기도 힘든 집값,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 물가, 감당하기 힘든 등록금 등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젊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아르바이트로 세상 경험을 쌓고 사회를 알아가는 일은 활기찬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문구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경험’으로서 알바를 대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해당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알바를 고달픈 생활로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 혹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대한다. 그야말로 ‘알바 천국’이 아닌, ‘알바 지옥’이다. ‘지옥’에서 빠져나와 ‘천국’으로 가는 길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사회의 뒷받침이 우선 될 수밖에 없다.
덧붙임
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