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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경찰력 강화와 인권(1)

법치주의는 어떻게 경찰력 강화로 이어졌나

신자유주의와 법치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이식’된 것은 1998년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이다. 10여년이 지난 후 한국 사회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대대적인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예외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주류적인 고용형태가 되어 버린 현실, 탐욕스런 개발·재개발 정책이 가져온 환경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제와 수탈, 최소한의 공공적 통제를 벗어난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 소수자들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 등 1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은 매우 고통스럽게 한국 사회에 고착되어 왔다. 그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은 토론이라든지 타협이나 합의가 삭제된 상태에서 매우 일방적으로 한쪽의 희생을 통해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경제적 싸움터에서는 서서히 물러나고 시장에서 탈락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 민중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강화된 경찰력이 행사되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믿음(?)으로 경미한 행위까지 ‘범죄’라는 테두리에서 관리한다. 한편으로는 공안기구 업무를 서서히 늘리고 있다.

인권운동가의 입장에서 한국의 법치주의는 지배 권력의 자의적인 법집행이나 권한 남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법치주의를 완성하는데 법무부가 기획조정을 하는 ‘머리’라면, 경찰은 ‘손과 발’이 되어 법치주의의 ‘집행력’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이명박식 법치주의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찰력이 이명박 정부 들어 어떻게 강화되었고, 그 결과 국민의 인권침해는 어떤 양상을 나타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또한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그려보고자 한다.

경찰력 확대와 예산의 증가

이명박 정권 집권이후, 경찰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집회참가자들을 향한 경찰의 공격적인 태도, 전반적인 경찰장비의 확대 및 고도화, 치안강화라는 이유로 이루어지는 과도한 불심검문 등 경찰의 존재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경찰력의 영역으로 규정되었던 사법적인 경찰작용 외에 예방적인 경찰작용까지 그 범위도 확대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9.11 테러 등을 계기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을 때 개입한다는 고전적인 경찰권의 발동 요건이 해체되고 있으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경찰 권력의 강화를 초래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경찰 인원과 경찰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특별히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력의 확대가 피부로 체감되는 이유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개악 등 경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 △공격적인 집회·시위 관리지침 하달과 집행 △집회·시위 진압 장비의 증가 등 제도․ 관행․물리력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작은 정부론을 앞세우며 조직의 효율성을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경찰의 관심과 우선순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이다. 경찰 인원과 경찰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지난 10년간 ‘민생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일반 순경’의 변화 폭은 크지 않다. 반면 2008년에 집회시위 전문 부대인 ‘경찰기동대’를 989명으로 창설하였고, 2009년 1721명, 2010년 662명을 계속 증원했다. 이는 ‘시국치안’에 경찰력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회시위에 대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줄곧 “선동적 포플리즘의 폐해”를 언급하며 “법질서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도 ‘불법을 행사하는 불법시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경찰청은 <2008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을 작성해 집회시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며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였다.

경찰청은 2010년 7월 1일부터 야간집회가 가능함에 따라, 6월 29일 전국 지방청 경비·정보·수사기능 연석회의를 소집하여 야간집회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경찰청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경찰관 기동대를 우선 배치하는 엄정한 법집행 △도로점거 등 금지된 행진을 시도하고 신고범위를 일탈하거나 참가자 등 준수사항 위반 시 해산절차 진행 △불법폭력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현장검거 원칙 △채증을 철저히 해 사후라도 불법행위 추적, 사법조치 △인적·물적 피해 발생 시에는 주최자나 불법 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압류 등을 통해 민사상 책임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노동ㆍ집단사범 양형기준' 을 전국 검찰청에 확대 시행하여 처벌중심의 법질서를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관용 원칙으로 인해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한 검거는 급증했다.

공무집행 방해 사범 검거 현황[출처: 2010 경찰백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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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집행 방해 사범 검거 현황[출처: 2010 경찰백서]


경찰장비 강화 및 경직법 개정으로 경찰집행력 확보

경찰장비를 확대하고 고도화하는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방식은 전략적으로 준비되었다. 경찰은 <미래비젼 2015>에서 선진집회시위문화 정착이라는 전략과제 중 실행과제로 ‘첨단장비 위주의 집회관리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관 기동대가 집회시위 현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점거농성과 같은 특수상황에 대한 맞춤형 특화교육을 실시하여 상황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와 경찰관의 안전을 모두 보호하고 물리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한편 소규모 경찰력만으로도 효과적인 제압이 가능하도록 이격장비, 물포, 차벽트럭 등 총18종 63,547점의 장비를 개발하거나 확대 보급함으로써 장비가 중심이 된 현장 대응으로 전환하였다.

경찰은 현장집행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폭력 집회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장비를 구입했다. 특히 2008년 이후 시위진압과 관련된 경찰 진압 장비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강화되었다. 경찰관 개인보호구 강화부터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화학무기 및 저살상 총기 사용의 확대, 신형 장갑 차량 개발 및 각종 보조차량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장비중심의 현장대응으로 전환하는 한편, 줄어드는 전의경 등을 고려한 소규모 병력으로도 효과적인 제압인 채증을 통한 사후검거를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채증을 강화하기 위한 장비의 보급 확대로 이어졌다. 경찰청은 ‘불법집회시위 홍보체계 구축 관련 구매 장비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5,750,000원 하는 카메라 니콘D3S(1290만 화소)를 7개, 1,970,000원 하는 렌즈 AF-S NIKKOR24-70㎜를 10개 구입하였다. 또한 2,850,000원하는 렌즈 AF-S NIKKOR70-200㎜를 8개 구입했다. 이러한 장비 구입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집회 참가자를 끝까지 추적, 사법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10년 9월 27일 경찰은 G20 시간에 불법폭력집회를 막는다며 지향성음향장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입법 예고했으나, 여론과 인권단체의 반발로 유보했다.

한편, 경찰은 경찰집행력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를 위해 경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10년 4월 27일 경찰관직무집행법개정안(조진형 의원안, 아래 경직법개정안)을 통과했다. 경직법개정안 중 불심검문과 관련해서 경찰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비판이다. 현재 불심검문이 ‘질문과 동행 요구’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개정안에서 불심검문 행위는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3단계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살펴볼 것은 경찰에게 불심검문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고 있는 점과 현행 경직법에 있는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조항(현행 경직법 3조7항)이 삭제된 것이다. 그밖에 개정안에는 현재 ‘흉기소지여부의 조사’로 한정되어 있는 소지품검사의 요건과 범위를 확대하고 차량검색의 근거규정도 신설했다.

사진출처<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출처<민중언론 참세상>


유난히! ‘법과 질서’ 강조

이명박 정부의 초기 모토였던 ‘선진화’는 ‘준법질서’나 ‘기초 질서‘ 확립으로 정책화되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가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본계급에 유리한 재분배 정책으로 초래된 사회적인 불안정과 민중의 저항이 사회질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관리 모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2009년, 2010년 초 ‘기초 질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동영상, 깃발·플래카드·스티커 제작 등 각종 홍보활동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대전 개최 △모니터링 의뢰 등을 수행했다. 한마디로 ‘범국민적 기초 질서 준수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G20을 앞두고 경찰이 기초 질서 특별 계도기간을 설정해서 단속에 나섰던 것도 이런 정책의 연장에 있다.

기초 질서 확립 준수 운동으로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은 경범죄 단속을 통해 너무 많이 ‘단속’하고 ‘개입’하고 있다. 기초 질서는 단속이 아닌 홍보·교육 등을 통한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자율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경찰이 이런 행위를 ‘범죄화’해서 과잉 대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회시위에서도 매우 철저히 준법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경찰은 “합법시위는 적극 보장, 보호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온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불법과 합법은 선 하나를 넘느냐 아니냐에 있다. 모든 집회에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여 준법으로 유도하겠지만 선을 넘어선 불법시위나 폭력시위가 발생할 때는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임

유성 님과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