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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경찰력 강화와 인권(2)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경찰력의 민주적 통제 방안

경찰력 강화는 어떤 인권의 문제를 남겼을까? 또한 경찰력 강화에 맞서 인권운동은 경찰력의 민주적 통제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불심검문 강화와 자의적인 체포로 인한 신체의 자유 침해

치안강화를 빌미로 이루어지는 불심검문 증가와 경직법 개악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불심검문을 받은 사람은 총 644만여 명에 이르고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4800만대가 넘는다. 서울시민 10명 중 1명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신원조회를 받은 것. 임의동행 역시도 2008년 228,652명 2009년 272,879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낀 경찰 공권력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지난 3년간 경찰에 의한 △긴급체포 영장 기각율(2008년 14.6%/2009년 16.6%/ 2010년 1-8월 16.9%) △압수수색 영장 미발부율(2008년 2.4%/ 2009년2.9%/ 2010년1-8월 4.0%) △구속영장 신청 발부 기각율(2008년 20.8%/ 2009년21.4%/ 2010년 1-6월 21.4%)은 증가추세이다. 경찰은 일단 잡아들이고, 뒤지고 보자는 입장이고, 이는 결국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의 확대로 이어졌다.

집시법 위반자 사법처리 증가로 표현의 자유 위축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촛불집회, 2009년은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화물연대 파업,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등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저항이 거셌다. 주목할 점은 경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불법폭력 시위가 감소(2007년 0.5%, 2008년 0.66%, 2009년 0.31%)하고 있고, 이른바 불법시위자 사법처리 인원이 이전 정부에 비해 감소했음에도 ‘구속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엄정한 법집행과 불관용 원칙에 따라 △현장 검거 위주의 대응 △경미한 사안도 입건하는 등 강경한 방침을 집행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찰 통계로 보더라도 2009년 불법시위 관련 사범은 증가했고 구속률도 4.1%에 이른다.

불법시위 사범에는 집시법 위반 외에도 일반교통방해나 공무집행방해가 포함되어 있고, 경찰은 설사 풀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검거하고 보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2차 피해로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을 발생시킨다. <한겨레21>에 따르면, 집시법 검거인원 대비 기소의견 송치비율이 전 정권에서는 89%를 유지하다가 촛불집회가 있던 2008년은 92%, 2009년과 2010년 상반기에는 77~80%로 뚝 떨어진다. 일단 검거하고 보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옹호활동에 대한 보복식 형사소추

또한 경찰은 평화로운 표현의 자유 활동에 사후적인 형사소추를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 문화제나 추모제, 다양한 1인 시위 등에서 채증 한 사진을 확보해 신원을 확인한 후 전화나 우편으로 경찰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오는가하면, 경찰서로 오지 않으면 수배를 내리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심지어 2~3년 전의 집회, 기자회견을 들춰내기도 한다. 이미 사망한 고인(전교조)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이 적용하는 법률은 대개 집시법 위반 혐의이다.

조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5월 10일부터 9월 24일 까지, 불과 5개월여 만에 총 10만 353건의 출석요구서가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전체적으로 볼 때 한 달에 평균 2만 명, 하루 평균 667명꼴로 경찰서에 소환명령을 받았다는 얘기다. 월별로 살펴보면, 5월에 10,508건에서 6월 20,132건으로 전월 대비 92%나 급증했으며, 7월에 24,047건(19%증가), 8월 26,495건(10%증가)으로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인다. 경찰의 보복식 형사소추는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위축과 억제효과로 드러나고 있다.

보안부서의 부활 및 학원 등에 대한 사찰*

경찰은 2009년 '보안위해사범 100일 수사계획'을 진행하고 보안전문 경찰을 선발하여 그들로 구성된 보안부서에만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인 ‘보안경과제’를 부활시킨 바 있다. 보안경과제는 민주화 이후 축소된 ‘비밀경찰 조직의 재정비’를 의미한다. 경찰관기동대의 창설과 각종 시위 진압 장비의 강화가 국민의 집회와 시위, 저항권을 압도하기 위한 물리력의 강화라면, 이러한 비밀경찰 조직의 재정비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을 감시하고 검열하는 국가의 물적 기반이 강화됨을 뜻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0년에 사상 관련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사회과학서점 풀무질이 사찰을 당했으며, 사회주의노동자신문이 압수수색 당했고, 서울대학교 등 대학당국의 협조 하에 대학생들의 학술연구모임인 자본주의연구회가 사찰 당했다. 비밀경찰 활동의 특성상 이렇게 드러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사찰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감시와 사찰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진다.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물리력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감독 체계 마련*

국가권력으로서 경찰력은 헌법가치의 실현에 기여해야 하며, 기본권의 맥락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실현해야 한다. 이러한 대전제 속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경찰 장비의 사용에 관한 기준이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강제 진압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해도구를 갖지 않거나 해산 중인 집회/시위 참가자를 가격하여 부상을 입히는 사례, 무분별한 체포로 해산 중이거나 심지어 집회/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은 사람을 체포하는 사례 등이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제앰네스티는 2005년 여의도 농민집회나 2008년 촛불집회 등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은 이러한 지적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받아들이더라도 지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일선 전의경의 책임만을 묻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경찰력 사용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찰 물리력 사용에 대한 관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강제 해산 작전의 입안 단계에서부터 실제 해산 과정, 사후 평가까지 전 과정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모든 단계에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의 접근이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언론인, 의료진, 법률가, 인권단체 등의 활동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객관적인 사후 검증을 위해 경찰 무전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진압 경찰 대원에게는 쉽게 식별가능한 개인 표식을 부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의 물리력 증강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감독, 국회의 통제 필요*

경찰 장비, 그 중에서도 시위 진압을 위한 장비는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의 진압 장비 도입이나 진압 부대 신설 등, 경찰의 물리력 증강은 거의 아무런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경찰청이 자의적으로 진행했고, 최소한의 안전성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왔다. 최근 음향 대포 도입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 외에도 경찰기동대의 창설이나 경찰특공대의 시위 진압 투입, 물대포이나 테이저건, 최루액, 다목적 유탄발사기의 도입과 사용 등이 모두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모든 경찰 장비는 도입에 국회의 엄격한 검토와 감독이 필요하며, 그 사용 역시 외부의 공정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인권단체들의 감시 기능 강화

인원과 재정이 열악한 인권단체들이 경찰력을 감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국가인권위처럼 경찰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인 힘을 갖고 있지도 않다. 현실은 제한된 역량이지만 만약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상상’ 속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정리해보겠다.

△인권친화적인 혹은 인권에 기초한 경찰관련 법령 제정 및 개정 운동
△집회현장에서 위법한 경찰력 행사에 대한 감시운동(채증, 경찰장비 등)
△강제로 신원확인을 하는 경찰에 맞선 불복종 운동
△경찰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공개 청구 운동
△경찰 예산 분석
△경찰의 불처벌에 맞서 잘못을 한 경찰에 대해서 끈질긴 처벌요구 운동


최근 경찰은 폭력시위가 49.5%나 감소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매우 씁쓸했다. 왜냐하면 이 통계는 집회시위가 관리되고 억제된 결과로 마땅히 저항할 것에 대한 저항이 점차 작아지고 왜소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할 때조차 구호를 외칠 것인지 말지, 외친다면 한다면 얼마나 할지 재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내면화된 검열이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유예당하지 않기 위해 사실 일상의 작은 실천이 어마어마한 국가권력에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애써 갖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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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집회시위의 관리 지침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의 내용 중 <Ⅴ.인권친화적 집회관리 지침에 대한 제언>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경찰의 집회시위의 관리 지침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2010년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작성한 정책자료집입니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