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제역으로 수십만 마리의 동물이 떼죽음을 당했고, 이미 그전에 먹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조류독감과 광우병 등으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 책들에 더 관심을 가졌다. 아이들과 먹거리와 장난감으로 전락한 동물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들은 어떤 삶과 죽음을 원할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놀이로 죽음을 알아가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되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싶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울프 닐손 글/에바 에릭손 그림)은 장례식도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좀 떨떠름한 놀이로 시작된 장례식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숙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어느 여름 너무 심심해서 재미있는 일을 찾던 중, 에스테르가 우연히 죽은 벌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스테르는 죽은 벌을 묻어주면서, 주변에 죽은 동물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들을 돌봐주기로 결심한다. ‘나’는 죽은 동물 만지기를 꺼려하지만, 그들을 위해 시를 쓰고, 에스테르의 동생 푸테는 장례식에서 울음을 담당한다.
푸테는 아직 죽음과 잠을 구분하지 못 하지만, 나와 에스테르를 통해 누구나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온 마음을 다해 울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또 누구나 죽지만, 그 죽음의 순간을 평화롭고 따뜻하게 맞을 수 있음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씩씩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에스테르는 장례식을 지루함에서 빠져나오게 할 멋진 놀이와 돈벌이로 생각했지만 사업은 번창하지 않았다. 또 죽은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면서 그들을 보내며 진지한 슬픔을 느낀다. ‘나’도 눈앞에서 죽은 새의 남은 온기를 느끼며 죽음과 정면으로 만나게 된다.
죽음을 상상하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삶과 마찬가지로 도처에 널린 것이 죽음이지만, 죽음은 뉴스와 병원, 장례식장에 유리되어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고, 죽음과 삶을 생각해 볼까? 이 책들은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며, 태어나고 죽는 생명의 순환 고리에 묶여있음을 보여준다.
바니가 우리에게 해준 열 번째 좋은 일
『바니가 우리에게 해준 열 가지 좋은 일』(주디스 바이어스트 글/에리크 블레그바드 그림/ 파랑새어린이 출판사)은 집에서 함께 살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드는 상실감과 슬픔을 부모가 함께 하며 죽음이 끝없는 생명의 순환과정에 속해 있음을 알려준다.
고양이 바니가 죽어서 우울한 ‘나’는 가족과 함께 바니를 땅에 묻으며, 바니와 함께 한 기억 속에서 좋았던 일 9가지를 말한다. 옆집 애니는 바니가 이제 하늘나라에 갔을 거라고 위로하지만, ‘나’는 바니는 땅속에 있을 뿐이라며 애니의 말에 짜증을 낸다.
중재를 하게 된 아빠는 바니가 하늘나라에 갔는지, 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해준다. 또 슬픔에 빠져 의욕이 없어진 ‘나’와 함께 마당에 꽃씨를 심는다. 아빠는 땅이 씨앗을 품어 꽃으로 키워줄 것이고, 흙으로 돌아간 바니 역시 꽃을 키우게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주인공 바니가 우리에게 해준 열 번째 좋은 일인 것이다.
괴로운 동거인, 인간
우리는 죽은 친구를 묻으며, 열 번째 좋은 일을 경험하고 있을까? 많은 친구들이 강아지를 비롯해, 고슴도치, 햄스터, 토끼, 거북이, 사슴벌레 등 다양한 동물을 키워보았지만 그들이 죽었을 때는 ‘쓰레기로 처리하거나 화장실 변기에 넣어 버렸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물론 사체 처리는 함께 사는 어른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하기 쉽지만 말이다.
아이들도 동물들과의 동거가 즐겁다기 보다는 자신들이 돌보느라 힘들다고 말한다. 차라리 그 힘든 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종종 작은 동물은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화풀이와 떼죽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동물들을 학대해 본 경험은 있지만, 그런 행위를 하는 자신을 잘 돌아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도시의 삶이, 어른의 삶이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니, 아이들의 사고나 행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못된 마거릿』(토어세이들러 글/ 존에이지 그림/논장 출판사)은 이런 이기적 인간을 거꾸로 동물들이 기르면서 겪는 사건을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드척 다람쥐와 함께 사는 다양한 동물들이 거대한 애완동물이 된 인간 아이와 동거하게 된 심사는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의 불안하고 불편한 심정과 다르지 않다.
『엄마의 런닝구』(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보리 출판사)는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이 자연과 동물과 따뜻하게 소통하며 사는 세상을 보여준다. 물론 이 친구들도 재미로 개구리를 잡고, 토끼를 잡으러 다닌다. 하지만, 그들을 오래 바라보며 관찰하고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본다. 자연과 수시로 접하며 동물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 게 더 행복한 일인지 고민하면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덧붙임
김보영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