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일들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이른바 인권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에서조차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집회참가자들이 해산하지 않을 경우 전자충격기(taser gun)를 발사하는 일이 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2001년 요떼보리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 반대집회에서 강경일변도의 진압을 꾀해서 수많은 이들이 부상했다. 이 글은 저항권이 현재 첨예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덴마크와 영국의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나누는 데 목표를 둔다.
갈수록 과격해지는 덴마크의 진압양상
덴마크는 현재 나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아나스 포 라스무슨(Anders Fogh Rasmussen) 총리가 집권한 이후 크고 작은 인권유린 잡음이 빚어졌다. 얼마 전 주류 우파정당이 극우정당인 덴마크인민당과 연립정권을 수립하면서 유럽연합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외국인혐오적인 이민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인민당의 당수 피아 케어스고르(Pia Kjærsgaard)는 노골적으로 외국인혐오를 설파하면서, 늘어나는 외국인 유입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표를 거머쥐고 있다.
오늘날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정치경제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치안상태에 직면한 국가들에서 건너온 이주자들로 문제를 앓고 있다. 현재 덴마크에는 이라크에서 넘어와 난민신청을 했지만 난민인정을 거부당한 약 300여명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60여명이 코펜하겐의 브로슨 교회(Brorsons Kirke)에서 도피해 살고 있었으며, 이라크에 송환되면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을 처지에 직면해 있거나, 덴마크에서 이미 10년 이상 장기거주한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 하지만 2009년 8월 새벽에 단행된 이라크 난민 강제퇴거 과정에서 18명의 이라크 남성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뚜렷한 대책 없이 난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급급한 난민정책에 반대하던 300여명의 청년들은, 이라크 난민들이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으며 인간방패를 짰다. 당시 그들은 “지금 여기에 난민들이 머물게 해주세요”라고 힘주어 외치며 시민불복종을 이루려 했다. 경찰은 남녀 구분 없이 무소불위의 곤봉세례를 휘둘렀다. 심지어 얼굴에 바로 대고 최루액을 발사하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 난민들을 태운 차량이 떠나지 못하도록 버스 앞에 스크럼을 짜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네 명의 시위대에게 더욱 집중적인 곤봉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크리스티나 쐬나고르(Christina Søndergaard)는 8차례나 경찰의 거센 곤봉을 맞았다. 이 날 시위진압 과정에서 이라크 난민들을 돕는 모임의 활동가들인 미스야 크렌첼(Misja Krenchel)과 구드룬 피더슨(Gudrun Pedersen) 역시 얼굴과 팔에 곤봉을 가격당해서 병원치료를 받았다.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 열린 항의 시위에서 브로슨 교회의 목사 페르 람스달(Per Ramsdal)이 참석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신성한 공간인 교회에 난입해서 공권력 집행을 강행한 경찰을 강도 높게 비판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오늘은 무척 슬픈 날입니다. 2009년 8월 13일 목요일은, 제게는 적어도 매우 끔찍하고 충격적인 날로 기억됩니다. 저는 경찰이 교회에 난입해서 가련한 난민신청자들을 폭력과 완력으로 체포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이다지도 잔악무도하게 진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결코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연설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튿날 뇌어브(Nørrebro)에서 2만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열어서 이라크 난민 체포 과정에서 자행된 경찰의 강도 높은 만행을 비판하였다. 시위에는 일반시민들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 종교인들, 예술가 등이 두루 참석했다. 집회참가자 중 한명인 요하네 스미트-닐슨(Johanne Schmidt-Nielsen)은 ‘난민, 이민자, 동화부 장관’ 비에드 뢴 혼베크(Birthe Rønn Hornbech)에게 이라크 난민신청자들이 본국에 송환된 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수차례 질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정부당국을 비판했다. 또한, 그동안 이라크 난민들을 지원해온 ‘교회 난민’(Kirkeasyl)의 활동가 크렌첼 역시 이라크 난민들이 몇 달간 처절하게 부닥쳤던 간난신고를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덴마크 정계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들끓었다. 현재 난민정책은 더욱 엄격하고 불용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덴마크 수상을 지낸 폴 니업 라스무슨(Poul Nyrup Rasmussen) 사회민주당 의원은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은 기본적인 인격권을 훼손한 짓이었다”며 비판했다. 덴마크 수상인 라스 뢰게 라스무슨(Lars Løkke Rasmussen) 총리조차 경찰의 진압이 지나쳤다고 언급했다. 반면, 법무부장관인 보수당 출신의 브리언 미ㅤㄲㅔㄹ슨(Brian Mikkelsen)은 “공권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법과 규칙 준수로 이루어지는 민주국가에 사는 만큼 단지 교회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조치를 입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움직임에 반박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연행된 이라크 난민들은 변호사 접견권을 스스로 거부하면서 단식투쟁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이들의 바람을 벗어났다. 이라크 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덴마크 정부는 이라크 치안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는 현재 일촉즉발의 폭력으로 가득 찬 아비규환” 상태라면서 이라크로 송환되는 것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난민 문제를 강제송환으로 푸는 데 지지의견을 견지한 덴마크 여론이 크게 뒤바뀌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시민 중 과반수가 여전히 난민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덴마크 법원은 기후협약 반대집회에 참가했던 두 명의 환경운동가들에게 구속형을 선고했다. 타니 니보(Tannie Nyboe)와 스티나 그리 요나슨(Stine Gry Jonassen)이 여성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또한, 기후협약 정상회의 당시 회의장에 초대인사로 가장해서 그린피스 배너를 들고 시위했던 노라 크리스티안센(Nora Christiansen)은 아무런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속형을 선고받고 복역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활동가들을 압박하는 온갖 방법을 도입하는 영국
경찰의 시위 강경진압은 영국에서도 줄기차게 논란이 되고 있다. 런던에서는 2009년 4월 G20 정상회담 반대시위 중 경찰의 새로운 시위진압방식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어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근하던 이안 톰린슨(Ian Tomlinson)을 경찰이 세차게 밀어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안이 숨진 이후 경찰은 처음에는 책임을 반박했지만, 미국인 사업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당시 광경이 전해지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시위대를 향한 공권력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위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해서 강경하게 해산시키거나, 고문에 가까운 방식으로 체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검문검색 강화에서부터 장시간 일정한 장소에 시위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둔 후 물과 음식을 주지 않는 방식(일명 ‘케틀링(Kettling)’이라고 부르는 진압방식으로, 경찰이 연행된 시위대들을 꼼짝 못하게 거리에 앉힌 뒤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하는 수법), 시위참가자들에 대한 전 방위 감시, 사전체포, 비밀경찰을 시민운동단체에 잠입시킨 뒤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 등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진압경찰이 공무수행 중 자신의 경찰(인식)번호를 고의적으로 가리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켄트(Kent)에서 열린 기후변화반대 시민행동 중,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경찰의 상시적인 집회의 자유 억압과 체포에 대항해서 저항의 움직임이 뒤따랐다. 경찰의 공권력남용을 감시하는 모임인 ‘Fit Watch(적합한 감시)’의 활동가 두 명이 매우 위압적인 방식으로 연행되었다. 이들은 기후변화반대 집회가 열린 4일 동안 여자교도소에서 수감되었다. 당시 43세의 주부 발 스와인(Val Swain)은 경찰이 활동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면서 끊임없이 채증하자, 정해진 경찰복무규정에 따라 경찰들의 개인(인식)번호를 다그쳐 물었다. 하지만 경찰은 답변을 거부한 채 갑자기 발 스와인을 폭력적으로 체포하였다. 당시 연행사태를 문제 삼기 위해 이 광경을 촬영한 동료 활동가 에밀리 애플(Emily Apple) 역시 동시에 체포되었다. 이들은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외에, 에밀리 애플은 경찰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하지만 재판을 거쳐 둘 다 무죄선고를 받았다.
발 스와인과 에밀리 애플은 “집회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을 비롯한 몇몇 시위대들만 폭력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평화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다수의 시위대에게 강경진압을 거듭 실시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또한, 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찰의 강경진압이 흥분을 참지 못한 몇몇 경찰의 개인적인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시위를 바라보는 경찰의 구조적인 사고방식에 연원한다고 보고 있다.
이 일이 있기 전 환경운동단체 ‘Plane Stupid(멍청한 면面)’의 활동가들은 경찰이 금전을 대가로 기후변화반대 모임의 활동가 동향, 추후 시위계획, 시민단체 활동전략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고 밝혔다. 영국경찰이 시위대를 일상적으로 사찰하기 위해서 현직 활동가들을 포섭했다는 혐의가, 이 단체 활동가 마틸다 기포드(Matilda Gifford)의 양심선언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녀는 영국 경찰들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해서 진보언론 <가디언>에 제보했다. ① 마틸다의 보고를 들은 이후 경찰이 사례금을 계좌로 입금할 때 세금을 내지 않도록 조치해서 흔적을 지우려 했다는 점, ② 비록 마틸다가 합법적인 활동가일지언정, 추후에 시위 참여 전력으로 인하여 직업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범죄기록이 평생 남게 되리라는 점을 경찰이 집요하게 전한 점, ③ 경찰은 마틸다 말고도 다른 수백 명의 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포섭해서 금전을 제공하며, 활동가들에 대한 이른바 ‘거대한 분류’를 이끈 점, ④ 만일 활동가들이 스파이 활동에 협조한다면 추후에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경찰은 “사람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될 것”이라고 언급, ⑤ 만일 협조하지 않으면 “거칠고 사악한” 죄인들과 수감생활을 해야 하며, 필연적으로 인신구속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마틸다가 양심선언을 한 이후, 같은 단체 활동가들인 줄리아나 내피어(Juliana Napier)와 단 글라스(Dan Glass) 역시 유사한 증언을 하면서, 경찰의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집요한 정보원 종용 술수를 비판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사건이 2010년 영국을 뒤흔들었다. 영국경찰이 여러 명의 경찰들을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운동가로 둔갑시킨 뒤, 실제 투쟁현장에서 활동가들의 동향이나 시위계획, 가담 정도 등을 샅샅이 감시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마크 케네디(Mark Kennedy)는 몇 년 동안 ‘가장 전투적인 환경운동가’로 가장한 뒤, 온갖 시위를 쫓아다니며 다른 활동가들로 하여금 과격한 행동을 유도했다. 그러나 그가 별다른 수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점, 환경운동가로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육식을 섭취하는 점, 그가 참여를 독려한 시위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이 출동해서 여러 명의 환경운동가들을 체포한 뒤, 그만 머지않아 석방된 점 등을 통해서, 몇몇 활동가들은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외국에서 도피 중이다. 그는 정찰활동을 펼치면서 여러 명의 활동가들과 절친한 ‘동지’가 되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마크 케네디 말고도 여러 명의 남녀경찰들이 운동가로 가장한 뒤에, 집회계획을 비롯한 시위 정보들을 몰래 캐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또한, 얼마 전 <가디언>이 입수한 비디오에 따르면, 경찰들은 몇 천 명에 육박하는 활동가들의 동향을 일일이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환경운동 집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의 외모에서부터 집회 참가 기록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일상적인 감시를 벌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경찰은 이른바 ‘경찰 정찰 카드(Police spotter card)’를 각 경찰서에 하달하면서, 총 24명의 활동가들을 공공질서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본토 극단주의자”들로 묘사했다. 정찰카드에서 영국경찰은 활동가들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알파벳 철자로 개인을 분류하였다. 경찰 정찰카드가 <가디언>지의 탐사보도로 문제화 되면서, 카드에 알파벳 철자만으로 올라간 여러 활동가들(페니 퀸튼, 필 프리처드, 존 조단, 토비 올드위치, 에바 야시비츠, 로빈 호셀)은 자신의 실명과 사진을 <가디언>에 자진해서 실으며, 경찰의 불법적인 감시 행각을 과감하게 비판했다.
한 원로 시민활동가의 충고
덴마크에서 만난 한 활동가는 퇴근하자마자 여러 가게들을 샅샅이 돌며 남은 음식을 수거한다. 남은 음식은 사회복지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인 마약중독자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변신한다. 그는 덴마크에서 대안적인 공간으로 각광을 받았던 청춘의 집(ungdomshuset) 강제철거현장에서 철거를 막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갈수록 각종 집회를 강경하게 진압하며 집회참가자에 대한 인신구속과 막대한 벌금형이 잦아진 덴마크에서, 그의 답변은 뚝심 어린 희망을 깔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대한 싸움을 통해서 시민권을 완성하면, 그것이 항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소위 인권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북유럽에서 이러한 관념이 더욱 강하죠. 그러나 인권은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만 유지됩니다. 오늘날 유럽에서 시위대를 향한 강경진압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시민권을 되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덧붙임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