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전자충격기가 매우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면서, 타인(특히 경찰관)의 안전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충격기는 흉악범들의 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소기의 범죄예방효과 및 대형 비극을 막는 데 최적의 무기일까. 또한, 전자충격기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흉악범들에게만 예외적으로 가해져서, 대다수의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추호도 상관없는 진압무기일 뿐일까.
전자충격기, 혹은 사람을 기절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스턴 건(stun gun)이라고 불리는 전자충격기는 5만 볼트에서 최대 50만 볼트의 전압을 낸다. 치한을 퇴치한다는 명목으로 시중에서도 쉽사리 구입할 수 있다. 비단 공권력뿐만 아니라 민간인들 중에서도 전자충격기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 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소형무기파괴단체인 <Control Arms!(무기를 통제하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각종 총기류는 흔히 가부장이 가족구성원(특히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합법적으로 거래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버지가 아내나 자식들을 위협하며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할 때 겁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빈도가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흔히 실제 총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알려진 전자충격기는 특정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목이나 머리, 가슴, 피부 등에 직접적으로 발사되었을 경우, 사망하거나 화상과 후유증으로 오래도록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마약복용 상태의 사람들에게 가해졌을 경우 위험요소가 대폭 증가한다.
전자충격기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낮은 현실
아직 한국에서는 전자충격기의 인권탄압 요소나 안전성에 대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들끓고 있지 않다. 반면, 여러 국가들에서 전자충격기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진압무기로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다. 세계적으로 전자충격기가 열띤 논란에 휩싸인 계기가 된 것은, 여러 국가들에서 전자충격기로 인한 사망사건이 줄을 잇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캐나다의 벤쿠버 국제공항에서는 공항에서 길을 잃어버린 폴란드 인 로베르트 지에칸스키(Robert Dziekański)가 행인이 없는 곳으로 의자를 던지며 거푸 고함을 질렀다. 그는 사건 당시 어떠한 흉기도 휴대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때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그를 에워싸고는 다섯 차례에 걸쳐서 강력한 전자충격기를 발사했다. 그는 새로운 땅에서 설계했던 청사진을 미처 실현하지도 못한 채 공항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세계에서 전자충격기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국가인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330명이 전자충격기를 맞은 직후에 사망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이 2008년에 <덜 치명적이라고?(Less than Lethal?)>라는 보고서에서 밝힌 조사결과는, 그동안 총기에 비해서 월등히 안전하다고 알려진 전자충격기가 실상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진압무기임을 입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① 5초 이상 전자충격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강력한 권고사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전자충격기로 혹독한 외상을 입었다. 일례로, 장애인으로서 당시 휠체어에 타고 있었던 에밀리 델라필드(Emily Mary Delafield)는 4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10번이나 전자충격기를 맞은 이후 병원에 실려 가서 사망했다. 이처럼 전자충격기가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는 상대에게도 위험천만하게 행해지는 것이다. ② 적잖은 경우 전자충격기를 피해자들의 가슴에 가해서 심장마비로 즉사하거나, 병원에 후송된 지 얼마 안 돼서 사망하고 있으며, ③ 90% 이상의 피해자들이 전자충격기를 맞을 당시 어떠한 무기도 휴대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경찰관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심각한 위협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발사 받았다. ④ 전자충격기로 인한 외상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행과정에서 호흡하는 데 치명적으로 지장을 주게끔 매우 촘촘하게 수갑이나 호송줄로 묶여서 위험한 상황에 빠졌으며, ⑤ 전자충격기 사용이 살인강도나 인질극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위진압이나 가벼운 절도범에게도 사용된다고 보고했다.
시위대들에게도 발사되는 전자충격기
이 가운데 다섯 번째 항목과 관련해서 살필 부분은, 미국 경찰이 절도나 마약복용처럼 비교적 약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에게도 전자충격기를 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시위진압현장에서 전자충격기가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9년 런던에서 열린 G20반대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지속적으로 5만 볼트의 전력으로 환경주의자들을 향해 전자충격기를 발사한 바 있다. 2007년 미국의 뉴올리언스에서는 빈민들이 거주하던 주택을 대책 없이 부수려 하자, 수많은 지역주민들이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 바로 앞에서 지속적으로 전자충격기를 발사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게다가, 전자충격기를 사용하는 상황이 지극히 자의적이어서 오남용을 조장하고 있다. 2008년 호주에서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선주민에게 경찰이 무려 13번이나 전자충격기를 발사한 사건이 벌어져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경찰서에 연행된 피해자는 어떠한 무기도 휴대하지 않았으며, 경찰연행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다. 2008년 영국에서는 절도행위를 저지른 20세 청년에게 전자충격기를 발사하려다 경찰이 실수해서, 지나가던 14세 소녀에게 전자충격기를 발사한 사건도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과속으로 정지명령을 받은 72세의 여성이 경찰에게 공손하게 굴지 않는다며, 맥케인 순경(Richard McCain)이 할머니에게 전자충격기를 발사해서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영국의 전자충격기 사용
영국의 전자충격기 사용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2003년부터 전자충격기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널리 보급되었다. 단지 이틀 동안 전자충격기를 다루는 훈련을 받으면 어느 경찰관이나 전자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입시기부터 2007년 7월까지는 무기를 소지한 흉악범에게만 전자충격기 사용이 국한되었으나, 2007년 8월 이후 ‘심각한 폭력이나 위협행위’로까지 확대되면서 전자충격기 사용이 급증했다. 경찰마다 ‘심각한 폭력 혹은 위협행위’를 해석하는 판단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2004년과 2009년 사이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에서 무려 6,296번이나 전자충격기가 사용되었다. 이미 영국에서는 최소 1명이 전자충격기를 맞은 다음에 사망하였다. 영국에서는 단지 인질범 같은 강력범뿐만 아니라, 집회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들이나 연행된 시위대들에게까지 전자충격기가 사용되거나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새로운 진압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전자충격기 제조업체인 테이저 인터내셔널(Taser International)조차 위험상황에서라도 사람의 가슴을 겨냥해서 전자충격기를 발사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독립경찰불만위원회(The Independent Police Complaints Commission)에 줄기차게 전자충격기 피해자들이 육체적․심리적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신중하지 못하게 전자충격기를 남용한 경찰관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극소수만이 피해자들이나 인권단체가 권장하는 대로 해결되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단 전자충격기는 합법적인 사용을 인정받을 경우 사용량이 급증하기 마련이며, 처음에는 몇몇 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향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시위대에게 전자충격기를 사용한 한국
그렇다면 미국과 영국에서만 시위대들에게 전자충격기가 발사되는 것일까.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농성현장에서 경찰이 노조원들의 얼굴이나 엉덩이를 향해 전자충격기를 발사해서 부상을 입힌 사건이 버젓이 일어났다. 이 사건에 대해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조원들의 폭력행위만 강조하며 사과하거나 시정을 약속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비단 전자충격기뿐만 아니라 신형 가스분사기, 호신용 경봉 등을 널리 보급하겠다고 알렸다. 경찰은 지난 2010년 10월에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위진압용으로 음향대포 도입을 꾀했다가, 인체(고막 손상)에 치명적으로 유해하다는 지적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보류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전자충격기의 위험성과 인권탄압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언론보도가 지극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의제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전자충격기가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오남용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용 상황에 대한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무척 클 뿐만 아니라, 기계 자체가 지닌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자충격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총기 못지않게 더욱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인체 부위에 발사했을 경우 사망이나 신체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시위대들의 완전한 굴종을 유도하는 무기
시위대들을 향해 발사되는 전자충격기는 시위대에게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이고 치욕스러운 대우이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에서는 시위에서 전자충격기 사용을 고문과 진배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제아무리 인내심이 강할지언정 전자충격기를 맞으면 참을 수 없는 단말마의 고통으로 인해 경찰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찰들 중에는 원하는 대로 상대가 복종할 때까지 연거푸 전자충격기를 쏨으로써,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자행하는 경우도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엠네스티 보고서에서 읽다시피, 전자충격기의 충격효과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공황상태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이후 불면증과 극단적인 불안, 신체 곳곳에 종잡을 수 없는 통증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충격기가 시위진압용이나 자백용으로 악용될 경우 고문의 한 양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일찍이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나 평택 대추리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농성에서 보여준 경찰의 초강경진압으로 인한 숱한 부상자 발생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 외상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서슬 퍼렇게 남겼다.
삶의 터전을 상실한 해고노동자들이나 집을 잃은 철거민들이 절박하고 처절한 심정으로 경찰력과 맞설 때, 그들에게 “과감한 총기사용”은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아마도 우리가 여태껏 봐왔던 그 어떤 경찰 폭력보다도 더욱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자충격기로 경찰력의 위상 높아지지 않는다
전자충격기가 사용되면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실제 사건현장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된 경찰들이 제대로 보호받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인권보호이며, 양보하기 힘든 중요한 원칙이자 노동권이다. 하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공권력이 위세를 부릴 때, 좀 더 확실한 제압을 위해서 강력한 무기 사용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할 때, 양측의 감정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상대편을 압도적으로 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때, 전자충격기 사용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형국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전자충격기 보급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인권단체와 의료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과 충분한 공청회를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자충격기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섬세하게 내려져서, 이를 반드시 준수하는 경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아무리 흉측한 범인일지언정, 총으로 치명상을 입혀서 죽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듯이, 경찰은 가급적 위험천만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제압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은 흔히 인권유린의 가담자로도 평가되곤 하지만, 경찰은 인권증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방어능력이 없는 약자들이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폭력을 막아서 피해자의 인권을 사수하는 이가 다름 아닌 경찰이다. 그런 만큼, 경찰은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자부심을 견지해야 한다. 경찰이 진정 존경받기 위해서는 인권을 함부로 폄하하지 않는 자세가 실천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자충격기가 경찰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것이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덧붙임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