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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밖 정치짓] 선거 시기에 국민의 입을 막는 선거실명제

[편집인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현실에서 우리의 정치적 권리는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지금, 박탈된 정치적 권리를 찾고자 싸우는 사람들, 정치적 권리를 제약하는 각종 꼼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 바깥에서 정치적 권리를 더 넓히기 위해 날개짓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18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와 관련된 뉴스 하나하나가 큰 이슈가 되고, 쏟아져 나오는 대선 관련 이슈에 대해 사람들은 각각 다른 생각이나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그러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공론이 형성될 기회를 열어놓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마비시키는 큰 장애물이 하나 있다. 바로 선거실명제이다.

선거 시기마다 곤혹스러운 인터넷 언론사들

선거기간이 되자 댓글서비스, 게시판 등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많은 인터넷 언론사들이 선거실명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거실명제가 도입된 이후에 선거 시기만 되면 인터넷 언론사들은 곤혹스럽다. 실명인증에 대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인터넷 언론사도 있다. 2006년 지자체 선거 당시, 807개 인터넷 언론사에 실명제 실시 명령이 내려졌다. 많은 언론사들이 반대했고, ‘민중의 소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처음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07년 대선 시기에는 1,426개 인터넷 언론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참세상은 댓글 게시판을 임시로 중단하고 진보넷 댓글 게시판을 통해 댓글을 게재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2012년 총선 시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소셜댓글 서비스에 대해 실명인증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인터넷 언론사에 공문을 보냈다. 선관위가 소셜댓글 서비스마저 실명제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은 새로운 미디어환경에서의 의사소통마저 방해하는 구시대적 방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선거실명제는 아직도

지난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요구해온 많은 사람들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 댓글, 게시판, 대화방 등에 의견을 올리려면 실명인증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인터넷 실명제와 똑같이 선거실명제 역시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데 말이다.

선거실명제 폐지법안 조속히 통과되어야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이후, 많은 언론사와 시민단체는 선거실명제 폐지도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거실명제 폐지 법안도 발의되어 그 기대는 더욱 커졌다. 2주간 국회 정문 앞에서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지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실명제 폐지 법안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결국,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선거실명제 적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다.

선거실명제는 정치참여를 막고 공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위축시키고, 언론사가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마저 차단하며, 여론형성 과정을 통제한다. 국민의 입을 막는 선거실명제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제도다. 어떻게 이를 그대로 두겠는가.
덧붙임

정민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