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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ㅅㅂ

오늘은 '빛으로 그림그리기' 시간.
커텐을 치고, 조명등을 꺼서, 교실을 어둡게 만든 후, 후레쉬를 한손에 들고 카메라 셔터가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쓰고 싶은 거, 그리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면 돼."
"네."
"생각이 잘 안나면, 조금 있다 해볼까?"
다른 친구들의 차례는 이미 다 끝났고, 마지막 남은 친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글자를 써봅니다.
'ㅅㅂ'
같이 보고 있던 친구들!
"ㅅㅂ이 뭐지? 아~ 씨발이라 쓴 건 가봐."
친구들의 이야기에 저는,
"뭐 어때.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편하게 쓰면 되는 건데. 다시 한번 써봐. 이번엔 쌍기억으로 써보는 건 어때? ..."

사진작업을 마치고, 자신들이 빛으로 그린 결과물들을 보고 사진에 대한 설명을 쓰는 시간!
마지막에 작업한 친구의 글을 봅니다.
'제목 : 수박'
'띵~' 갑자기 제 머리를 칩니다. 조용하게 친구에게 물어봅니다.

"씨발이 아니고 수박이였어? 난 몰랐네."
"네. 원래 수박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이제 보니 전 그 친구에게 무엇을 썼는지 물어보질 않았더군요. 그냥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단정 지은거죠.

친구에게 쿨하게 얘기하고 돌아섰지만, 갑자기 미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미안하다. 내가 그냥 단정해버렸네."라고 사과를 합니다.
'알았다'는 표정으로 '찡긋~'

오늘도 하루를 반성합니다.
덧붙임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