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중심활동팀 잘 했는지 돌아봤어요
2014년이 밝아온 지 어느새 1달이 지났지만 사랑방은 2013년 평가에 여념이 없습니다. 각종 연대활동, 20주년 사업 등 평가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기나긴 20주년 워크숍의 논의를 통해 시작한 중심활동팀 평가는 좀 잘해보려고 상임돋움활동가들이 모두 모여 설 직전에 진행하였습니다.
그 전까지 자유권, 사회권, 반차별이라는 권리영역별 팀 체계로 운영되던 사랑방이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해보자는 기치로 중심활동팀을 만들어 활동한 첫 해가 작년이었습니다. 긴 논의를 거치긴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왔던 사랑방 활동구조를 바꾸면서 뭔가를 시도해 본 첫 해였던 거죠. 그래서일까요? 함께 평가해보니 2013년 중심활동팀은 좌충우돌 과도기였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사랑방 운동방향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런 전망을 풀어낼 현장으로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조직사업도 펼쳐야했던 중심활동팀의 어려움이기도 했습니다. 다 처음해보는 일이고, 체계가 바뀌다보니 챙겨야하는 빈 구석도 많이 눈에 띄기도 하구요. 새롭게 시작하는 일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었다는 생각이 지나고 보니 더 드네요.
올해는 월담을 비롯한 사랑방의 다양한 활동들이 서로 어떤 위상 속에 자리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사랑방 운동전망 속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우리의 힘을 모아나가자는 게 큰 목표입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 애쓰는 우리가 현재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이고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해야 뭘 더 열심히 해야 할지도 보이니까요.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려는 담쟁이의 암중모색
1월 초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에서 월담 수련회가 열렸습니다. 다가오는 한해를 준비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토론에 앞서 근로기준법의 기본 내용에 대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특히 임금과 해고에 관련된 조항들은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상담을 원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적정한 임금을 받으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일반적인 바람일 테니까요. 그런데 막상 법을 보니 임금 계산은 엄청 복잡하고, 부당해고 인정은 매우 까다롭더군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만들을 함께 나누려면 법을 잘 알고 상담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이 배제하거나 기각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잘 살피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2014년에는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노동자들이 ‘월담’의 존재를 많이 알게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선전전과 문화제를 여는 것이 중요한 사업입니다. 우연히 선전물을 받게 된 누군가가 “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속 시원하게 같이 하는 이들이 있군!”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전물의 내용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화장실이 부족하다거나 수도꼭지가 고장 났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그냥 참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여서 바꿔야 하는, 바꿀 수 있는 문제라는 권리의식이 만들어지길 바라면서요. 월담을 안정적으로 굴려가기 위한 거점으로 사무실 등의 공간에 대한 고민도 나눴습니다. 돈이 드는 일이라, 적절한 재정마련 계획과 활용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공단’을 이해하기 위해 더욱 구체적인 정책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눴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새잎을 틔우는 담쟁이가 공장의 담벼락을 힘껏 타고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주세요!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 지지방문
작년 12월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에 지지 방문했어요.~ 학교 측은 직접 고용이 아니니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집회나 대자보에 100만원의 손해배상 신청을 했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학교와 도급업체와 맺은 계약을 보니 '콧노래 금지', '외부인 면담금지' 등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서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답니다. 1월 10일 농성천막에 함께 가서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 노동조합 탄압 등의 얘기를 청소노동자들과 나누었어요. 담소가 끝나고 학교 입구에 지지현수막도 붙였답니다!
밀양에 송전탑 대신 희망의 탑이 세워지길 소망하며
1월 4일 신년회의와 故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에 합동조문을 하러 밀양으로 향했습니다.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밀양의 희망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시간을 가졌어요. 송전탑 건설로 똑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도 함께 했습니다. 송전탑 건설부지 주민들의 고통을 정작 밀양 시민들이 외면해서 속상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지방선거 때 송전탑 문제가 비단 밀양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리는 다양한 기획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정해진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온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고 기억하면서 앞으로 밀양의 싸움을 더 힘 있게 이어가자는 다짐을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송전탑이 하나둘 세워지고, 점점 마을 인근으로 공사 현장이 확장되면서 봄경에는 격렬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을 미리 보여주듯 밀양 신년회의를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어 새로 공사를 들어가기 위한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경찰에 의해 다치고 연행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공사 재개 후 경찰에 의해 점령된 밀양의 상황을 알리며 인권침해보고대회를 열었는데,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다시 알리는 세 번째 인권침해보고대회를 1월 22일 열었습니다. 더 잔인해지는 공권력, 밀양의 아픔을 외면하는 국가인권위, 각종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 상황 등을 이야기했던 이 자리가 네 번째, 다섯 번째로 더 이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런 마음을 다시 되새기면서 1월 25일 2차 밀양희망버스가 출발했습니다. 설 연휴 직전이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까 걱정스러웠는데, 1차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밀양 시내 곳곳을 행진하면서 밀양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함께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송전탑이 아닌 희망의 탑을 세우기 위한 밀양의 싸움, 아니 우리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덧) 밀양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구술사 프로젝트 <꽃보다 할매>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러 밀양을 향할 때 드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소셜펀치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밀양에 귀 기울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려요~ http://socialfunch.org/halmaestory
2014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평가 및 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차별금지법 법안 철회에 대한 대응, 표현의 자유와 혐오, 노동과 차별,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월 집행위를 통해 활동에 대한 평가 및 2014년 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활동에서 들었던 고민들과 함께, 올해 정부차원에서 법안 발의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활동방향을 잡는 건 단지 법안 발의냐 아니냐 만의 이야기가 아닌 장기적 과제까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2014년 계획을 세우며 지난 몇 년간 축적된 자료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법안에 대한 Q&A를 통해 홍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평가에 따른 후속활동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2014년 활동계획논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올 한해도 반차별의 깃발을 높이 들고 뛰어다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대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2014년 인권의 그날들을 예감하며 숨 고르다
1월 14일 인권회의 촉진모임에서는 2014년 인권의 그날들을 예감해봤어요. 자유를 옥죄려는 공안기구의 움직임, 차별과 혐오가 무엇을 노리는지,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자본은 어떤 전략을 궁리하고 있는지, 한반도의 평화를 둘러싼 위협은 어떤 갈등관계를 품고 있는지 네 명의 활동가의 이야기로부터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박근혜 퇴진하라는 주장이 펼쳐지고 민주노총이 2월 총파업을 선언한 지금, 인권운동은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을 나눴지요. 두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모두 옮기기는 어렵고, 2월말 열릴 인권활동가대회에서 조금 더 심화된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약속만 전할게요.~(^^;;;)
자유게시판 북게시물 삭제명령 취소소송 패소하고 바로 항소
2011년 경찰 보안과에서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라며 삭제요청을 받은 이후, 사랑방은 게시판 관리자로서 삭제를 거부했습니다. 경찰은 인터넷 관련 표현물을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삭제 명령을 요구했고, 이를 심의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삭제 의견을 표명해 방통위는 삭제명령을 내렸습니다. 사랑방은 방통위의 행정명령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위축시키는 위법한 명령이라고 판단했고, 이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행정재판 1심 재판부는 해당 게시물이 국가보안법이 금지하는 게시물이 맞는다면서 방통위의 행정명령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얼마 전 내렸습니다. 사랑방은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재판을 통해서 싸우고자 했던 점은 해당 게시물들이 국가보안법이 금지하는 '명백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서 사랑방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이 금지하는 표현물이 맞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보안과-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사법부로 이어지는 공권력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보안법 적용 사이의 갈등과 긴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기계적으로 법집행을 반복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이렇게 항의하고 거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마저 희미해지는 게 두렵습니다. 그래서 사랑방은 항소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