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총회, 어떤 논의가 오갔나
5월 17일 2/4분기 총회를 열었습니다. 먼저 월담 동향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랑방이 중심활동으로 해나가려고 하는 안산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조직화 활동에 구체적인 경험들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함께 이해해나가는 시간을 짧게라도 분기별로 갖자는 제안이 지난 총회에서 있었거든요. 반월시화공단의 특징들이 조금은 보였던 시간인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의 시야를 맞춰가면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활동들이 쌓이면서 반월시화공단의 구체적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필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었어요. 먼저 사랑방 활동가들의 복지를 위한 기능을 기대하며 만들었지만 적절히 사용되지 못해왔던 건강복지비 기금을 해소하고, 보리 기금을 신설하기로 했어요. 활동을 중단할 경우 여러 가지로 재정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어려움을 덜고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함께 응원한다는 의미로 만든 기금이에요. 이미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쌀이 없는 시간 동안 기대는 보리, 그리고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는 앎의 보리, 그래서 보리 기금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상임활동을 시작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활동을 중단할 경우에 증여하는 것으로 지급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해 적립해나가되 지급 관련 필요한 논의는 총회에서 해나가는 방식으로 집행하기로 했답니다.
매년 1/4분기 총회에서 주요안건으로 논의되었던 활동가 배치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20주년을 계기로 사랑방 운동 전략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활동을 해나가면서 운동의 구심을 만들어가려는 상황에서 배치안 논의의 위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고민에서였어요. 활동가 배치안 논의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해의 활동 방향 및 계획 논의 과정에서 활동별 배치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주요한 조직업무로 집행조정과 반성폭력위원회를 선출하고, 총무 등을 확인하는 것은 별도로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해가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주년을 전후로 2년 여간 애매해졌던 자원활동 체계를 다시 가다듬어가는 과정으로 자원활동가 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해가기로 했습니다. 각 팀별로 자원활동가들이 소속되어 활동해왔던 기존 체계를 해소한 지금, 사랑방의 변화를 함께 겪으며 구체적으로 문제의식을 나누면서 함께 활동해나가는 기회를 자원활동가 모임에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운영하기로 한 임금팀의 계획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자신의 임금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고 모여서 싸울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임금을 인권의 의제로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임금팀, 그 출발선에 서기 위해 4차례의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떤 계획을 세웠을지 궁금하시죠? 관련해서는 아래 임금팀 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임금, 인권으로 말하기 위한 얼개를 짜보자
지난 5월 17일 임금팀의 이후 계획을 함께 검토했어요. 4회 연속 교육을 마친 후 임금팀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보았습니다. 교육과 토론의 과정에서 나온 쟁점들을 살펴보면서 방향을 정했습니다. ‘임금’에 대해 말하는 인권담론을 만드는 것은 ‘임금’에 대한 인권 이론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요. 입과 귀에 쩍쩍 달라붙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해가는 과정에 함께 하기 위해서라는 점도요. 그래서 임금에 접근하는 여러 관점들 중 노동쟁의로서의 임금투쟁에서 ‘임금’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살피는 세미나를 몇 차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노사관계의 역학이 임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인 투쟁 속에서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여겨지고 다뤄지는지 등을 살피며 인권이 만나는 지점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임금을 다루는 기존의 운동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한차례 세미나를 마치면 워크숍과 검증 과정 등을 거치며 인권담론의 얼개를 짜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싸우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결과물의 형태로 외화할 수 있도록 계획을 보완해가려고요. 긴 시간이 걸릴 듯한데, 차근차근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나누겠습니다.
일반교통방해라구요? 난 집회시위에 참여해 당당한 요구를 했을 뿐!!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에서는 올해 중점 활동으로 집회시위에 참석자에게 마구잡이로 떨어지고 있는 일반교통방해 벌금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어요. 그 동안 집회하다가 경찰에 입건이 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어긴 거라고 흔히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법원에서 이제는 평화적인 집회 그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들을 내면서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를 처벌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까 경찰과 검찰이 일반교통방해라는 엉뚱한 법률을 가지고 와서 집회시위 참여자들에게 수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평화적인 집회라면 보호되어야 한다면서, 일반교통방해로 벌금을 부과하는 검찰의 꼼수와 그걸 그대로 인정하는 사법부의 공모는 정말 얄밉습니다. 그래서 벌금이 나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벌금을 깎아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집회시위라는 정당한 행위를 했음을 적극 주장하면서 무죄임을 재판부에 주장하려고 합니다. 한두 명만 그러면 티가 안 나니까, 변론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대거 기소가 될 것 같은 사안을 중심으로 공동 변호인단을 꾸려서 적극적으로 한 번 대응해볼까 합니다. 검찰에게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소는 당장 그만두라는 것, 재판부에는 집회시위 권리는 교통방해 이런 걸로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이라는 걸 각인시키고 판결의 변화까지도 가지고 오려고 합니다. 아, 물론 집회 현장에서 경고하는 경찰의 입도 다물게 해야겠죠.
밀양을 만나러 오세요!
밀양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손과 발이 바빴던 나날을 보냈어요. 5월 22일부터 25일 서울인권영화제 기간 중 <밀양전>, <밀양, 반가운 손님> 상영할 때 밀양 부스를 운영했어요. 밀양 부스를 운영했어요.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송전탑이 짓밟은 것이 무엇인지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전도 작게나마 준비하고, 밀양 투쟁을 해나갈 재정 마련을 위해 이것저것 판매도 했습니다. 주민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왔던 한 마디들을 타투로 만들어서 나누기도 했어요.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함께 했던 활동가들 저마다 힘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5월 27일에는 “밀양을 살다” 북콘서트가 열렸어요. 책에 담긴 주민 분들의 이야기를 낭독하면서 집필, 사진, 영상, 출판으로 구술 작업 안팎에서 함께 마음을 모았던 사람들과 밀양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후, 오늘도 밀양에서 농성장을 지키며 농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위양마을 곽정섭 님, 동화전마을 박은숙 님)과 대책위 김준한 신부님과 함께 우리의 밀양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모이고 커지면서 힘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밀양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곳곳에서 많아지길 바라지만, 지금 더욱 중요한 것은 밀양으로 향하는 발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예요. 송전탑 부지에 세운 농성장에서 강제철거 협박 속에서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는 주민들, 송전탑이 하나둘 세워지더라도 삶은 계속된다는 진리를 농사를 하고 농작물을 나누면서 오늘도 이야기하는 주민들, 그 곁을 함께 지킬 당신을 기다립니다. 밀양을 만나러 와주세요!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함께 하려는 마음들이 모인 자리
5월 13일 열린 인권회의 촉진모임은 존엄안전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로 진행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마주한 인권활동가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찾기 위해 모색하던 고민들을 펼쳐놓는 자리였지요. 5월 초부터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위한 작은 간담회들이 있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존엄과 안전 위원회’를 제안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함께 하면서도 인권운동이 더욱 적극적으로 맡아야 할 역할들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인 셈이지요. 좁은 의미의 인권단체들뿐만 아니라 노동안전보건단체들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였답니다.
존엄과 안전 위원회 활동 개시
촉진모임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산하 위원회이면서 독립적인 구조를 갖는 존엄과 안전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존엄안전위원회는 세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부터 분명하게 드러난 통제의 움직임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을 옹호하는 자유팀은 벌써 두 번의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를 지적했고, 주말에 열리는 촛불집회에서 시민채증단을 운영하며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평등팀은 세월호 참사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여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떤 고통과 분노를 남기고 있는지를 살피려고 합니다. 세월호에 몸을 실었던 황혼의 노인, 알바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이들이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놓아야겠지요. 한편으로는, 애도의 주체가 더욱 다양한 사람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도 필요할 듯합니다. 우리가 엄마나 아빠로서만 세월호 참사를 애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존엄안전위원회의 또 다른 한 축은 안전대안팀입니다. 참사 이후 ‘안전’은 너도나도 얘기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안전’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래로 늘 강조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신자유주의 통치가 매우 집요하게 구축해가는 담론이기도 합니다. 모든 개인들이 타자와의 단절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교류와 개입과 결속은 안전을 해치는 것이므로 위험으로 지목된 것들은 사회로부터 삭제되어야 하는, 이런 것이 신자유주의 안전 담론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안전’은 인권운동의 오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안전을 해치는 규제 완화, 외주화 등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함께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했다는 것도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언급한 국가안전처가 어떤 괴물이 될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때에, ‘안전’을 우리의 권리로서 만들어가기 위한 접근 틀을 짜고 구체적인 요구들을 구성해가는 일을 안전대안팀이 맡았답니다.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워크숍과 토론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6월 11일에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안전’의 원칙이 무엇일지, 기존의 접근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찾아가는 토론회를 열 계획입니다. 존엄안전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