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작년부터 활동해온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함께 하면서 줄곧 나를 사로잡은 화두는 ‘청소노동자’였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대낮 거리를 메웠던 청소노동자 행진, 작업복 속에 숨겨진 끼를 한껏 펼치며 장밋빛 인생을 노래한 청소노동자 노래자랑은 자연스레 내 주변의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청소노동자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던 때, 마침 캠페인단에서 4월 한 달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함께 할 조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낯선 곳에 들어가 청소노동자를 어떻게 만날지, 만나더라도 실태조사에 응해주실지 막막해 걱정도 많았다.
실태조사는 종류와 지역을 고려해 서울시내 100여개 건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맡은 곳은 서울의 한 관광지. 따뜻한 봄날 찾아간 그곳에는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쾌적하고 깨끗한 길과 건물, 이렇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몇 번을 왔다 갔다 해도 보이지 않는 청소노동자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기에 쉽게 더러워질 법한데도 반짝반짝한 화장실이 눈에 띈다. 그/녀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조마조마해하면서 화장실 앞을 서성이길 몇 번, 말을 붙일 틈도 없이 급히 자리를 옮기시거나 조사 참여를 거절하셔서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두 분의 청소노동자와 드디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앉아있을 틈도 없이 일해요”
“우린 앉아 있을 틈도 없이 일해요.” 내가 만난 청소노동자의 첫 마디였다. 고객들의 불만사항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휴게시간에도 밥만 먹을 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업무사항과 민원이 신속히 처리되었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한다. 바삐 움직이며 일해야 하기에 땀으로 범벅,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연신 땀을 닦으신다.
“몇 분이 일하세요?” 첫 질문에 일곱 명이라고 답해주신다. 숫자 0(영)이 하나 빠진 게 아닐까 귀가 의심스럽다.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관광지를 단 일곱 명이 청소한다는 것. 그러다보니 일을 마치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일찍 오고 퇴근시간보다 늦게 가는 것이 일상다반사. 정해진 휴게시간은 명목상일 뿐 늘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 일곱 명 안에서도 오전반과 오후반이 나뉘어져 있고, 오후반에 일이 더 있을 경우 오전반에서도 함께 해야 하기에 하루 종일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일해서 받는 한 달 월급은 1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최저임금보다는 좀 더 받는다고 하더라도 연장근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과 샤워시설은 전혀 없어 쉴 때는 직원 공동 탈의실을 잠깐 이용할 뿐이며, 땀에 젖은 몸 그대로 퇴근한다고 한다.
반짝반짝하고 넓은 관광지, 그곳을 빛나게 청소하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청소노동자를 위한 공간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래도 여긴 좋은 직장이에요.”라고 반복해서 얘기하신다. 최저임금보다는 좀 더 월급이 많아서일까? 일해서 생계를 일구어간다는 자부심일까? 그/녀들의 말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조사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착잡한 기분이 든다. “어딜 가도 힘들지, 그나마 여긴 나아.” 그/녀의 말이 맴돈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묵묵히 견뎌낼 수밖에 없는 숨 막히는 현실, 그저 그 현실을 감내하는 한 사람의 노동자, 그/녀의 이야기를, 노동을, 삶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실태조사를 통해 만난 청소노동자와의 인연이 조사로 그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밥과 장미 모두를 위한 행진
실태조사가 마무리되고 취합된 조사지를 바탕으로 지난 5월 18일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총 98개 건물에서 165명의 청소노동자를 만나 진행되었다. 조사결과는 청소노동자들이 ‘고령’,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중첩된 차별과 착취의 구조 속에 놓여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조사에 함께 한 165명의 청소노동자 중 84.5%가 여성, 93.2%가 용역직으로 이들의 평균연령은 58.16세였다. 평균 노동시간은 8.7시간이었지만 내가 만난 청소노동자처럼 휴게시간이 대기시간에 다름 아닌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평균임금은 1,060,795원이지만 이는 각종 법정수당, 연월차 수당, 월 단위로 지급되는 퇴직금이 포함된 것이기에 실제 임금은 최저임금 정도로 판단되는 상황.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21명이나 있었다.
워낙 만연한 저임금으로 인해 100만 원 남짓 하는 임금에도 노동자들이 ‘역설적으로’ 자족하도록 만드는 현실, 매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고, 그러기에 하루살이마냥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게끔 강요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유령이 아니라고 외쳤던 청소노동자들이 6월 4일 다시 모여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고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밥과 장미를 요구하는 행진을 이어가려고 한다.
우리가 만난 청소노동자, 그/녀들과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이 장밋빛으로 물들기를 소망하면서 오늘 다시 거리에서, 어떤 건물에서 내가 만나게 될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노동자 행진’ 초대장을 전하려고 한다.
덧붙임
홍차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