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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만남을 기다리는 만남

새해에는 더 많은 안산지역 노동자들과 만나자는 마음으로 월담 선전전을 매주 한다. 그리고 월담 소식지를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선전전을 2월 달부터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옮겼다. 이번에 선전전을 새로 한 곳이 늘었다. 가격이 싸고 1층이고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물론 그곳만 노동자들이 가는 식당은 그곳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층에도 규모가 크지 않지만 몇 군데의 회사에서 점심을 주로 먹는 곳인 거 같았다.

 

그곳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분과 만났다. 식사를 하러 가시는 분들께 “식사 잘하세요.”라고 친절하게 인사하는데다 보험상품과 관련한 전단지에 정월대보름이라고 땅콩도 붙였다. 여러모로 익숙해 보여 그 분께 물었더니 그 건물에 있는 보험회사에 일하고 계셨다.

 

“1층에도 큰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는 홍보물 뿌리지 않으세요?”

“너무 커서 안 뿌려요. 사람이 많으면 사람들을 기억할 수 없거든요. 제가 지금 1년 다되게 홍보물을 뿌리다보니 대충 사람들 얼굴을 다 알아보겠거든요.”

 

와, 그냥 홍보물을 뿌리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과 안면이 익숙해지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월담이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한 전략, 월담 소식지를 제대로 뿌리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올해는 월담소식지를 들고 안정적으로 노동자들을 만나는 횟수를 늘렸고 기획사업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월담 소식지를 뿌리면서 만나는 만남은 아직은 만남이라기에는 부족한, 스침이다. 좀 더 노동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상대가 아니니까.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인연으로 이어가기에는 좀 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고 월담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월담은 무언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과 노조의 첫 만남이 ‘청소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권리 캠페인단’이 뿌린 선전물을 통한 것이었듯 말이다. 그래서 월담 선전전은 ‘만남을 기다리는 만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퍼진 우리 사회에서 더욱 힘든 일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조건이나 임금 개선을 기대하지만 노조는 꺼려하는 모순적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한번은 월담 소식지를 받아가던 한 노동자가 다시 돌아와서 소식지를 돌려주려고 한 적도 있다

 

“이거 노조가 하는 거예요? 그럼 안 받을래요.”

“월담이라고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 하는 노동자모임이에요. 노조를 지지하지만 노조는 아니고요.”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는데 그는 다시 소식지를 받아간다. 내가 말한 대답 어느 부분이 그의 갈증을 해소한 것일까? 노조가 아니라는 것? 노동자권리라는 것? 아니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표정이나 소식지 내용? 그래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의 자세나 소식지의 내용은 중요하다. 소식지에,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부분에 필요한 많은 정보나 입장이 필요하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가려운 곳은 긁어주는 내용이어야 하니까. 첫인상이 중요하듯 소식지 내용은 중요하다.

 

이번 소식지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대책이었다. 한번 다룬 소재이기는 하지만 워낙 사안도 중요하고 내용도 방대해서 한 번 더 다뤘다. 그런데 <비정규직대책은 재벌보호, 친기업정책입니다>라는 제목이 센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은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쌓아가는 중이니 작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 월담에 노동자들이 전화를 걸어 문의해주기를 기대하니까. 그런 마음씀들이 ‘만남’을 잘 성사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 마음을 다독여본다.

* 소식지와 함께 월담의 여러 소식들은 아래 월담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goover_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