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한 활동가의 아이디어로 집회 관련 정보를 담아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카드뉴스’에는 불심검문을 거부하고, 차벽과 물포에 항의하며, 불법연행을 감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조차 장식으로 달고 있는 경찰에게 “불법이다, 멈춰라, 그만해라”를 시민들이 외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 것뿐이었습니다. 이 카드뉴스를 보고 진보네트워크 자원활동가들이 앱 프로그램 개발 의지를 밝히면서 『집회시위 제대로 앱』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자고로, 권력자들은 시민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경계합니다. 아니 싫어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주는 대로 받고, 말한 대로 믿으며, 시키는 대로 하기’ 위한 시민을 만들기 위해 권력자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폭력을 동원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우리는 “그건 아니지, 이렇게 해볼까,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라고 말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원자화된 나를 벗어나 더 큰 공동체로 나를 위치 지을 수 있는 힘이 거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 힘을 믿으며 연구자·변호사, 인권활동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들이 모여 『집회시위 제대로 앱』을 기획, 개발, 제작하였습니다. 『집회시위 제대로 앱』은 권력이 만들어놓은 법과 제도, 물리력이 집회시위를 어떻게 옥죄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거리에서 어떻게 저항하면 좋을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안내서입니다. 물론 여기에 담긴 주장대로 하면 경찰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집회시위 제대로 앱』을 각자의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집회에 가기 전에 읽어본다면, ‘용기와 담대함’이 생길 것입니다.
『집회시위 제대로 앱』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26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할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메뉴는 ▲상황 ▲대응 ▲이렇게 외쳐보세요 ▲이것만은 알아둡시다 ▲더 많이 주장합시다 ▲관련 법령, 규칙 ▲판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만 알아둡시다>는 현행 법령, 시행령, 규칙에서 지켜져야 할 공권력 행사 기준과 권리를 정리하였고 <더 많이 주장합시다> 현행 법령을 뛰어넘어 인권의 관점에서 주장해야 할 내용을 담았습니다.
모여서 말하고 행동할 자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즐거운 실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집회시위 제대로 앱』은 9월 21일 여러분들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