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월담은 매주 목요일에 선전전을 해요. 아침과 저녁에는 안산역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점심이면 공단으로 들어가 선전전을 하지요. 공단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만나지만 역 앞에서는 더욱 많이 만난답니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선전물이 한글로 만들어진 것밖에 없어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눠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지요.
그래도 이른바 중국 동포(조선족)의 경우에는 그나마 한글을 사용하니 대화가 가능해요. 하지만 베트남에서 오거나 중국에서 오거나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온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안산에서 활동하면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어요. 해마다 이주노동자 비율은 계속 증가해 2013년 말 국내 총 체류 이민자는 약 157.6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3.3%라고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안산은 10명 중 한 명이 이주노동자이니까요.
그래서 먼저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라도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어요. 부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만든 <우리는 이주노동자다!>라는 책과 ‘이주동향2014’를 함께 읽었어요. 한국 이주노동자정책의 변천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비자들의 종류, 이주노동자가 흔하게 당하는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산업재해 등의 사례가 나와요.
산업연수생제도보다는 덜 착취적이라는 고용허가제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얼마나 제한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인 사업장이전의 자유를 3년간 3회로 제한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이용해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도 주지 않고 있답니다. 책에서 나온 필리핀이주노동자의 경우 근무 시작 후 2년 뒤에 내규가 바뀌면서 기숙사비와 식비 지원을 중단하고 잔업 수당도 50%밖에 지급하지 않아서 참다참다 잔업수당을 주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했답니다. 그러자 사장은 사업장 이전을 허락하지 않고 필리핀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가 노동부에 신고하자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하고는 다른 사업장으로 못 가게 하고 폭력도 행사했답니다.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인 거지요.
가족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 중의 하나랍니다. 20년 전에 한국에 온 파키스탄이주노동자는 재혼했고 아내는 아이들과 파키스탄에서 살고 있었답니다. 파키스탄 치안 상황이 나빠져 2013년에 가족 모두를 한국으로 데려왔지요. 아내는 다른 결혼이주민처럼 F-6비자, 입양한 첫째 아들(22세)은 90일 단기체류비자(C-3), 딸은 한국 국적인데, 아들의 단기 비자를 연장이 안 돼 곤란을 겪었답니다. 사실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정주를 허용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인 거지요. 이주노동자 문제는 고용허가제만 바뀐다고 될 문제는 아닙니다.
선원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답니다.20톤 이상의 어선 선원에게는 '선원법'이, 20톤 미만 어선 선원에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및 근로기준법' 즉, 고용허가제가 적용돼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힘들고 어려운 3D업종에 주로 일하는데, 그중 하나가 선원인데 말입니다. 한 이주노동자에게 선원을 연결해주는 관리업체가 계약연장금 100만 원을 달라고 한 경우가 있었답니다. 관리업체는 관리라는 명목으로 선주로부터 한 명당 3만 원을 받고 있는데 계약 기간 3년이 끝날 즈음에 연장하려면 돈을 줘야 한다고 한 것이지요. 하지만 선원법 111조(금품 등 수령금지) 상 금품수수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노동부에 가서 진정해서 근로감독관이 위법이라고 여러 차례 말해서야 돌려받을 수 있었대요.
그 외에도 체류자격 문제는 읽어도 읽어도 기억이 잘 안 됩니다. 머리에 남는 건 자주 접하는 비전문 취업비자인 E-9, 방문취업 H-2, 결혼이민비자인 F-6랍니다. 물론 연수취업(E-8),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직업(E-7), 내항선원(E-10), 산업연수(D-3), 단기상용(C-2), 단기종합(C-3), 단기취업(C-40), 유학(D-2), 일반연수((D-4), 방문동거(F-1,F-1-1,F-1-2), 배우자(F-1-3,F-2-1), 난민(F-2-2), 동반(F-3), 재외동포(F-4), 영주(F-5) 등 많지만, 이것들은 머리에 콕은 아니랍니다. 아마도 이주노동자들과 만나야 머리에 남겠지요? ^^
관심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리라는 긍정적 태도는 잃지 않으려고 해요. 얼마 전에 공단 선전전에서 만난 베트남 이주노동자에게 월담이 만든 노동자권리수첩을 설명해주던 한국인 동료의 모습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긴 긍정의 힘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