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문이 공개되었다. 한마디로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개악에 합의한 것이고, 반인권 악법이 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제정할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할 북한인권법을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국회의 폭거이며 인권에 대한 모욕이다.
테러의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인 집행이 가능하며, 이미 초법적인 권한을 가진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테러방지법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며, 국정원이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만행들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바이러스가 퍼져도, 해킹사고가 일어나도 비밀정보기관이 나서서 인터넷을 조사하고 더 나아가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감시하겠다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사이버계엄 선포에 다를 바 없다. 유엔인권최고대표가 회원국들에게 촉구한 신중한 검토와 포괄적인 협의 과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법안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일 뿐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역시 노동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열겠다던 ‘국민행복시대’를 이미 국민들은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도 파견을 늘리고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없애려고 한다. 주 40시간 노동을 사실상 60시간으로 늘리려고 하며, 저임금 불안정노동자들에게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실업급여를 강탈하려고 한다. 새누리당은 소위 ‘5대개혁입법’이라는 법안을 내놓고 빨리 통과시키라며 압박을 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허언이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국민의 96%가 박근혜 노동법을 재앙이라고 답했다. 국회는 지금 국민에게 재앙을 안긴 것이다.
누가 봐도 이번 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이 관철된 결과일 뿐이다.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는 것이 그리 시급하고 위중한가. 국회 활동의 우선순위를 대통령이 정해주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직무유기"와 같은 말을 퍼부으면 새누리당은 다수당 패권질에 박차를 가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엇부터 내줘도 되는지 궁리한다. 그 어디에도 인권과 국민의 삶은 고려되지 않는다.
법안 바꿔먹기 정치가 이제 국회 협상의 기본 공식이 될 지경이다. 국회 법안 심사조차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일괄 타결하는 협상이라니, 법안 덤핑 세일 기간인가. 정치는 실종되고 국회에는 거래만 남았다. 국회는 분명히 새겨들어야 한다. 어떤 국민도 총선에서 장사꾼을 뽑지 않았다. 당신들이 장사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본회의 상정 거부가 그 시작이다.
2015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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