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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우리는 물대포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2016년 6월 28일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아래 국제 심포지엄)을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물대포에 사람이 쓰러지는 일이 더 이상 없게 하도록 한국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해외의 사례를 검토하고 물대포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독일의 피해 사례를 슈투트가르트 지방의 전직 판사 디이터 라이헤르테 씨가 발표하고,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 활동가 샘 호크 씨가 잉글랜드와 웨일즈지역에 물대포 도입을 막아냈던 경험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백남기 씨의 가족 백민주화 씨도 참석해 백남기 씨의 상태와 이후 공권력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증언하였습니다.

 

독일과 영국의 공권력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디이터 라이헤르테 씨는 2010년 9월 30일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증언했습니다. 발단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의 주민들이 막아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경찰은 합법적인 절차 없이 살수를 시작하고, 부상자를 관리하지 않았으며, 집회에 참석한 모두를 향해 물줄기를 뿌려댔습니다. 약 400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그때 눈을 다쳐서 시력이 대부분 손상된 바그너 씨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집회 참석자가 불법적인 집회를 했으며, 실재하지 않은 폭력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형사법원은 역시 경찰 대응이 합법적이었다는 잘못된 사법적 견해만을 토대로 피고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고 행정법원은 소송 절차를 유예시켰습니다.

영국 또한 물대포 도입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영국은 아일랜드 분쟁지역을 제외한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는 물대포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의 활동가 샘 호크 씨는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은 갈수록 강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2009년에는 G20 동안 벌어진 시위에 영국 경찰이 집회 참여자도 아니었던 신문 판매상 이안 톰린슨을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력의 강화는 계속 이어져 2010년에는 폭동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시위대를 고착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2011년 경찰이 쏜 총에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갈수록 증폭된 경찰과 시민 사이의 갈등 속에서 영국 경찰은 본격적인 진압 도구로서 물대포를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결과

 

하지만 2016년 현재 독일의 사법부는 바그너 씨를 비롯한 ‘검은 목요일’에 집회에 참여자들에게 경찰이 부당한 진압방식을 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법원은 시위대가 집회의 권리에 의해 보장받아야 할 집회를 했으며, 일부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폭력은 시위에 참여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 폭력이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 집회로 변질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또, 집회의 권리 중에는 논쟁이나 논의를 넘어 연좌농성과 같은 형태를 비롯해 비언어적 형태의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행동까지 아우른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물대포 사용 전에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검은 목요일’ 상황에는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물대포의 사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영국 또한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물대포 도입을 막아냈습니다. 리버티를 비롯한 물대포를 막아내기 위한 시민, 사회단체들이 모여 연대체를 구성해 반대활동을 벌였습니다. 의회에 브리핑하고, 서명전을 벌이고, 35,000건의 탄원서를 받았습니다. 2014년에는 독일에서 이미 물대포의 피해를 당하였던 바그너 씨를 초청해 물대포의 피해에 대해서 증언할 자리를 마련하고 경찰 내부의 물대포 반대 목소리도 함께 알려냈습니다. 그 결과 영국 내무부 장관이 결국 경찰의 물대포 도입 요청을 거부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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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png, by 인권운동사랑방

 

같고 또, 다른

 

하지만 독일과 영국의 공권력이 한국과는 달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물론 다른 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발표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다르지 않구나’였습니다. 시위를 강제적으로 진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폭력을 정당화하는 공권력의 방식은 국가를 막론하고 같은 양상으로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가 따져 물어볼 것은 ‘무엇이 결과를 다르게 만들었나’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샘 호크씨는 영국 시민과 경찰과의 관계가 합의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 증진의 원칙이 있으며 물대포는 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공권력의 역할은 “시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고 설사, 집회에 폭동의 의도를 가진 집단이 있더라도 “불법 폭력 사태의 발발을 예방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공권력을 견제하면서 어떻게 그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의무를 규정하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독일 역시 사법부가 기존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5년 동안 끊임없이 공권력을 견제하던 시민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결국, 한국에서도 우리 스스로 공권력의 난동을 제압하는 고삐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경찰은 보란 듯이 어설픈 대책들만 내놓으면서 물대포 사용 자체가 가진 문제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한국사회의 경찰의 집회통제가 재량권 남용을 넘어서 적나라한 국가폭력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물대포의 문제만이 공권력 자체를 컨트롤하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들의 평화에 따르지 않는다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집회가 아니라 시끄럽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그 목소리를 저들도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평화 집회가 만들어지도록 말이죠. 이번 국제 심포지엄도 그런 계기가 되는 하나의 자리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