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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월담 임금교실, 좌충우돌 출발기

반월시화공단노동자 권리찾기 모임 ‘월담’에서 올해 주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임금 기획사업입니다. 2년 전부터 사랑방은 임금팀을 꾸려서 담론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임금수준이나 임금실태를 넘어서서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임금과 그에 대한 감각을 중심에 둔 담론을 모색하는 시도였습니다. 그 결과를 작년에 ‘임금에 대한 권리’로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공단 노동자들과 나눌 내용을 고민해왔으니, 올해는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서 한번 부딪혀보자 했던 거죠.

 

반월시화공단 임금지도 그리기를 해보려고 여러 번 기획회의를 해봤지만, 온라인 거점을 만드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 아래 월담이 강점(?)을 가진, 발로 뛰는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 임금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3월, 4월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공단 내 식당과 안산역 등지에서 임금실태조사 설문지를 열심히 받았습니다. 안산에서 수거된 설문 250부 중 200부를 월담에서 받아서 민주노총 담당자들이 월담을 조사의 달인이라고 하더라고요. 분석된 실태조사결과를 월담 선전물과 안산역 문화제에서 알려나가는 활동을 했고, 무엇보다 실태조사과정에서 결과를 받아보길 원했던 150여 분께는 문자 연락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월담 블로그도 새롭게 만들어서, 문자를 받아보신 분들이 링크를 따라 들어올 수도 있도록 했고요. 생각만큼 피드백이 있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고맙다’는 문자도 오고,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한 요구 아니냐’는 의견도 답장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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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교실.png, by 인권운동사랑방

7월부터는 ‘월담 임금교실에 함께 하면 월급날이 달라집니다’라는 제목으로 임금교실 조직을 시작했습니다. 월담이 꾸준히 갔던 선전 거점에서 직접 임금교실을 참여를 권유했습니다. 영업사원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임금교실을 홍보한 결과 8명이 참여하겠다며 연락처를 적어주셨습니다. 아무도 연락처를 적어주지 않아서 막막한 날도 있었는데 그래도 8명이나 연락처를 적어주시는 걸 보니 왠지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는 뭔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150명에게 일일이 전화연락을 돌려서 2명이 참여하겠다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모임을 조직하고, 첫 날 모였을 때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이 임금에 대한 자기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교육을 준비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육 전날 연락을 돌렸더니 회사에 나가거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서 대거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날 오겠다는 2명과 준비된 프로그램을 하기는 어렵겠다 싶어, 임금 관련해서 궁금한 점을 묻고 편하게 회사 이야기, 사는 이야기 하는 자리로 첫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잔뜩 풀이 죽어 있던 저를 살린 게 그날 오신 2명의 참여자들이었습니다. 오신 분이 참여자가 적어서 월담에 실망하진 않을까, 충분히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그날 이야기를 서로 나눴습니다. 급여명세서를 주긴 주는 데 항목도 매달 다르고 형식도 없는 회사 이야기, 연차계산도 분명치 않아서 처음으로 관리자에게 미팅 시간을 공식적으로 갖자는 제안을 던진 이야기, 회사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고 회식을 주도했더니 나중에 핀잔만 들었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으면서 함께 화내고 맞장구치고 그랬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토요일 특근을 마치고 합석한 동료 분까지 함께 하게 돼서 즐거운 첫 모임 자리였습니다. 이 분들이 월담 임금교실에 와서 기대하는 건, 상담이나 교육 그 자체보다는 회사 일에 대해서 편하게 친구나 동료처럼 이야기할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나 가족과도 회사 이야기를 직접 하기는 어렵고, 지금 일하는 곳의 동료관계에서 이런 불만을 공유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니까요. 다음 임금교실 때 꼭 보자며 즐겁게 헤어졌는데, 오시겠죠? 실망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