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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노동과 인권이 마구 섞였으면”

곽이경 님을 만났어요

인권운동의 동료였던 곽이경 님을 어느 날부터인가 민주노총의 활동가로 만나게 되었답니다. 어색함도 잠시, 반가움이 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규모나 성격이나 여러 면에서 인권단체와는 많이 다른 조직입니다. 그래도 인간의 해방을 꾀하는 운동들이니 다르기보다는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서로를 북돋고 서로의 힘을 키우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인권운동은 어떻게 만나가면 좋을까요? 앞으로도 자주 만나며 고민 이어가요!

◇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매일 여행 떠날 궁리 중인 레즈비언 활동가입니다. 깜짝깜짝 잘 놀라서 개복치라고도 하는데 실은 낙타과 동물을 닮았어요. 커피 내리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여유 없는 생활을 계속 하다 보니 최근 맛없고 양 많은 커피에 중독돼서 슬퍼요.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작년 민중총궐기 건으로 구속되어 수감 중입니다. 한상균 위원장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하루빨리 석방되기를 바라며 할 수 있는 일들에 어떤 것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원하던 질문이군요! 저는 개인면회를 간 적은 없는데 1심 재판 때 매번 만나 뵙고, 무엇보다 민주노총에서 공안탄압 대응 활동도 함께 맡고 있다 보니 한상균 위원장님과는 구속 이후로 매일 붙어 있는 기분도 들어요. 물론 이번 여름이 엄청 더워서 수감생활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겠지만 많은 분들이 회춘한 듯 얼굴이 고와졌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많이 힘들 겁니다. 최근 공식적으로 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무총국 구성원들도 많이 당황했어요. 아마 비상한 시기에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공백이 길어져서 고민이 매우 깊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한상균 위원장이 결정을 재고해주길 바라고 있고, 어쨌든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흔들리지 않고 지금 해야할 일을 꿋꿋하게 하자고 다짐하는 요즘이죠.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요. 같은 일에도 예전보다 양형이 매우 세지고,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전략 속에 위원장님 구속 문제도 있겠죠. 그래서 석방운동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9월 한달간 첫 항소심 재판 전까지 범국민 시국선언을 받으려고 합니다. 아직 많이 안하셨는데 온라인 서명방식이니 많이 참여해주세요 (freehan.org)

둘째,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단체들은 단체별로 9월 중 집중행동의 날을 하루 정하셔서, 그날만큼은 단체 이름으로 석방촉구의 메시지도 올리고, 회원들이 시국선언에 많이 서명하도록 힘써주시면 좋겠어요.

셋째, 항소심 첫 재판이 9월말에서 10월초 있을 것 같아요. 한상균 위원장으로서는 하루에 10분 허락되는 면회가 아니면 사랑하는 동지들의 얼굴을 보는 건 재판 때 뿐입니다. 변호인단도 재판정에 많은 사람이 와서 방청하는 것이 재판부에는 직접 압박이 된다고 하면서 많이 강조하시더라구요. 한상균 위원장도 재판 때 계속 동지들이 많이 와주면 좋겠다고 하고요. 그래서 한번은 꼭 가자! 방청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니, 많이 많이 함께 해주세요~

넷째, 재판일 중 하루를 정해서 법원 인근을 행진할 계획도 있으니 관심 기울여주세요.

 

◇ 요즘 민주노총에서 맡고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요? 인권활동가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 것도 같아요!

2년 동안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에 있었고 여전히 대협실에서 연대사업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주 만나게 되고, 이전 제 경험을 잊지 않게 자주 인권활동가들을 만나고 서로 배울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민주노총 대협실은 마치 백화점 같긴 한데..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각종 사안에 연대를 조직하고 내용을 알리는 일을 하지요. 저는 주로 세월호투쟁, 백남기대책위투쟁, 민중총궐기 같은 공동의 투쟁을 만드는 일에 역할을 맡고 있어요. 동시에 여기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내부에 제안하고 움직임을 만드는데 역할을 하기도 하죠.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다보니 어느 한 곳에도 집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_-; 그래도 어떤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농담 섞어) 저의 주요 업무는 회의하고 모임할 장소 잡아주고, 필요한 사람 연락을 연결시켜주고, 약소한 후원금과 분담금을 보내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ㅎㅎㅎ 운동을 연결하고, 사람을 연결하고, 노동자들이 연대 운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 사연들과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일은... 민주노총 대협사업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 민주노총에 있으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 하나와 가장 속상했던 일 하나를 꼽으면 무엇일까요?

속상했던 일을 먼저 말할게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지신 일입니다. 그날 그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세상을 바꿔보려고 민중총궐기 투쟁을 준비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시라고 한 게 아닌데. 제가 쏜 것이 아니지만 지금도 그때의 참담함은 잊혀지지 않아요. 백남기대책위 투쟁에 대한 애정과 책임도 크고요. 그리고, 같은 사안인데 한상균 위원장 5년 선고 받던 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5년이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다는 게, 말도 안되는 판결문으로 그런 걸 결정한다는 것이 너무나 납득이 안됐어요.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이런 노골적 탄압도 분노스러웠지만, 그날은 5년이란 시간을 꼬박 감옥에 가둔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 생각이었죠. 이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물러서선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뿌듯한 일은... 저는 별로 한 게 없는데 많은 분들이 민주노총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다고 평할 때 내심 기분이 좋았죠. 저 때문은 아니고, 그간 민주노총에서 여러 경로로 다양성, 인권, 젠더평등의 가치를 심기 위해 노력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그런 결실이 어떤 계기들로 모아져서 나타난 거구나 싶었죠. 이번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 참가단을 만들고, 무지개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완판하고. 지역본부들에서 호응이 생기고, 여성위원회 하시는 동지들이 눈을 빛내면서 성소수자들의 행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실 때 뿌듯했죠. 또 한편으로는 논쟁이 생기는 것도 역시 뿌듯.

그래도 많이 기억에 남는 건 어느날 세월호 투쟁 연행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점점 연결되어서 세월호 법률지원활동도 하고, 그와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배우게 된 거에요. 숨은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집회시위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특히 인권활동가들)이 이렇게 많구나, 깨닫게 되었고요.

 

◇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기 전에 인권단체에서 활동했는데, 노동운동(이고 대중조직운동인 민주노총)과 인권운동은 다른 점도 많을 듯합니다. 활동하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의 교류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을 듯한데요.

 

차이가 많지요, 다 얘기하긴 어려울 듯하고, 인상적인 차이 정도만 언급할게요. 제가 있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도 성소수자 대중이 가입해있는 단체예요. 그때는 당사자로서의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좀 더 '현장'을 알아야겠다는 필요를 강하게 느껴요. 그만큼 민주노총은 저 개인이 어떤 의제를 집중해서 활동하는 활동가라는 생각보다는, 70만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조합원들이 어떤 투쟁이나 현안에 함께 하려면, 민주노총의 힘을 보태려면 어떤 계획이 좋을까 고민하게 되죠.

 

처음 왔을 때는 화법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운 점들이 많았지요. 자꾸 뭘 '판단'하라는데, 저처럼 같이 머리 맞대서 함께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하고 판단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어요.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할 일을 궁리하고 만들어내는 재미도 찾고 있어요. 민주노총은 여성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고 이주민도 있고 청년층도 있는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고, 동시에 다양한 일들도 벌일 수 있죠.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인권운동에서 집중해온 내용과 경험,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과 인권이 마구 섞였으면 좋겠어요. 노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려면 인권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서로 배우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

 

◇ 서로 교류가 깊어지려면 각자 여유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여유로운 운동을 위해 이경 님이 시도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 것도 시도 못하고 있,... 저는 행성인 노동권팀 활동을 놓지 않고 싶어서 종종 나가고 이런 저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여가는 아니지만 ^^ 시도는 훌륭히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려고 해요. 물론 수년 후에는 아주 아주 긴 여행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지네요

 

◇ 인권운동사랑방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도 사랑방 모 활동가의 도착을 기다리며 이 답변을 작성 중인데요. 빛과 소금같이 중요한 사람들이니 몸과 마음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언제든 얘기 나누고 싶고 맛있는 걸 사고 싶은 동지들이니 그때에는 저를 잊지 않아줬음 좋겠고요 ^^ 많이들 후원자가 되어주심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