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5일 인권 10대 뉴스가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총 1042명이 참여한 2016 인권 10대 뉴스와 숨겨진 인권 뉴스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발표하였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각 뉴스의 당사자 분들이나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해서 10대 뉴스의 ‘지금’과 숨겨진 인권 뉴스의 숨겨진 현실을 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총 13개의 뉴스를 하나씩 살펴보다보니 2016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배운 게 없어서 딸이 아프다고 할 때 여기 저기 헤매고 다닌 이야기부터 박근혜 최순실에게 300억씩 쓰던 삼성이 직업병 피해 노동자에게 500만원을 들고와 위로와 합의를 말하는 현실까지 말씀하시던 삼성 전자 직업병 피해자이자 노동자였던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님의 말씀이 특히 사람들을 눈물 짓게 했는데요. 그건 아마도 그 자리에 같이 인권 10대 뉴스로 선정되어 참석하신 세월호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분들의 아픔도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금 언급했듯 2016년 인권 10대 뉴스는 대부분 ‘죽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가폭력 피해자 백남기 농민, 세월호 희생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노동자,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삼성 직업병 피해자 등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죽음을 짊어진 싸움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를 두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김혜진 활동가는 한국 사회의 인권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활동가는 한국의 인권 현실이 사회적 관계가 왜곡된 결과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사장과 노동자와의 관계,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왜곡되고 가해자고 사장이고 국가고 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라는 것이죠. 이야기를 듣다보니 1993년부터 시작된 인권 10대뉴스가 20년도 더 지났지만 과연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인권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모이고 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 덕분일텐데요. 망언을 일삼던 전 새누리당 김무성의 사과를 받아낸 콜트·콜텍 노동자들부터 혐오세력의 끈질긴 괴롭힘에도 최초의 성소수자 재단을 설립한 비온뒤무지개 재단과 가장 든든한 배후가 되어준 성소수자 부모모임, 세계 사회복지 대회에서 그 어떤 방해에도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낸 장애인 활동가 등 많은 ‘우리’들이 있었음 역시 잊어선 안될텐데요. 그저 우울한 현실이 아니라 가뭄에 단비를 내리듯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함께 버티고 이겨낸 2016년이 있었기에 우리가 인권 10대 뉴스와 숨겨진 인권뉴스를 차근히 살피고 다시 2017년을 준비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권 10대 뉴스
1. 백남기 농민의 죽음, 국가폭력 끝장내야 2.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 그러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3.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거리를 메운 주권자의 함성 4.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위험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리다 5. 강남역 10번 출구 의 포스트잇, 여성혐오에 경종을 울리다 6.‘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시민의 알권리 보장 대책 시급 7.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고용노동부의 노동개악 이어져 8. 사드 한국 배치? 우리의 소원은 평화! 9.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이제 삼성이 답하라! 10. 민중총궐기 주도한 죄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숨겨진 인권 뉴스
1. 예전부터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 중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제주도에는 이미 영리병원이 세워진다는데 이제 의료민영화는 막을 수 없는 것인가요?
2. 세월호 참사로 청소년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청소년의 인권현실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요? 희생학생 형제자매와 생존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도 출간되었는데, 그/녀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합니다.
3.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 이후 용산 참사 현장에 공사가 시작됐다면서요? 철거민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용산참사의 진실은 얼마나 밝혀졌는지, 책임자 처벌은 얼마나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