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과 3일, 1박2일 일정으로 전국 인권활동가대회에 다녀왔습니다. 1년에 한 번 뿐인 행사이자 전국의 인권활동가들을 다 같이 만나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라 대회 때마다 감회가 남다른데요. 저는 이번 인권활동가대회의 준비팀까지 함께 해서 특히 더 그랬습니다. 다른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어떤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처음이라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 기회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늘 오며가며 마주치던 활동가들이었지만 이렇게 매주 모여서 고민을 나누고 일을 진행시킨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다른 단체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을 이어왔나 또 하고 있나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의 말이었어요.
‘제가 그런 것을 알았으면 어제하지 않았겠습니까?’
준비팀 회의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강성준 활동가가 꺼낸 말이었습니다. 활동가에게 어떤 교육이 정말로 필요할지 고민을 나누면서, 10년이 넘도록 인권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고민이 가로막히고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길 했는데요. 저는 그 대화에서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알았다면 이미 했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면서 뜨끔한 마음이 먼저 들더라고요. 인권운동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당연히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이 막히기도 하겠죠. 그런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을 진전시키려는 노력은 소홀하지 않았나 돌이켜보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이번 활동가대회는 예년과는 다르게 일정을 축소해서 1박2일로 잡았는데요. 박근혜 탄핵 직전 시기에 아무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2박3일씩 활동가대회로 모이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일정의 부담이 줄어서인지 오히려 인권활동가들이 북적거리는 활동가대회가 되었는데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은 인권활동가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뿌듯하면서 동시에 인권활동가대회라는 자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4년째 이어온 인권활동가대회지만 굴곡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큰 의미에서 인권운동의 영역으로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여러 소수자 운동이나 부문, 의제 운동이 점차 확장하고 성장해온 14년이니까요. 단일한 인권운동의 틀 안에 다 담아내기 어렵고 모여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2016/2017 촛불의 경험은 활동가대회를 통해 인권운동에 걸쳐있는 이들이 다시 한 번 모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인권운동이 단순히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부족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일테죠. 농담처럼 인권활동가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한줌일지언정 그 하나하나가 이렇게나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또 이야기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모였던 이번 인권활동가대회는 앞으로도 서로 만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의 의미를 확인시켜준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인권활동가대회 준비팀을 하면서 이전에 참여하기만 할 때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것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조금은 의무감에 조금은 논다는 마음으로 참가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목적의식을 갖고 활동가대회를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 생각이 있다는데, 그럼 인권운동으로 100명이 모이는 자리에 100가지 생각을 한 번에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이곳 뿐인데, 그저 참가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든 것이죠. 다음번엔 다시 참여자로 돌아가 새로운 준비팀은 어떤 고민을 했을지 살펴보고, 참여한 이들은 어떤 고민을 품고 나누고 싶은지, 또 저는 어떤 고민을 인권운동을 함께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지! 앞으로 1년 잘 담아두었다가 가져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