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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

-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성 명]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

-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오늘(5/25)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가의 인권 침해 잘못을 적극 바로잡고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각 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고 브리핑했다.

이번 발표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세월호 참사, 고 백남기 농민 사망을 비롯해 밀양송전탑과 강정해군기지 설립 등이 대표적인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다. 국가인권기구는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예방하며 한 나라의 인권정책을 만들고 제안하는 기구다.

1960년대부터 국제사회는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했고 1992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으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이하 파리원칙)을 승인하면서 구체화됐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이어졌고 인권활동가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인권위 설립 공약을 이행하라며 노숙단식농성까지 불사하며 싸웠다. 그 결과 2001년 파리원칙에 부합하는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인 국가인권위회(이하 인권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 했고 인권위 조직을 21% 축소했다. 뿐만 아니라 위원장을 비롯한 무자격 반인권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하며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였다. 오죽하면 지금의 박근혜의 변호사인 유영하 씨가 인권위원이 됐겠는가. 시민사회는 검사시절 나이트클럽 향응 혐의, 변호사시절 아동성폭행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 전력이 있다며 그의 인권위원 임명에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게다가 성소수자 혐오운동을 하는 최이우 목사까지 박근혜가 직접 인권위원으로 임명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추락했다.

이러한 독립성 훼손과 무자격 인권위원의 인선으로, 인권위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행한 숱한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었으며 인권 관련 정책 마련과 권고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래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Global Alliance of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은 인권위에 ‘인권현안에 대한 신속한 개입과 의견 표명’을 할 것과 정부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오늘 발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새 정부는 먼저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인권위의 권고를 이제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7월,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정부에 권고할 차별금지 권고법안을 확정했다. 그 외에도 2008년 유엔인권이사회, 2011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2012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 2015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위원회 등 숱한 국제인권기구가 성적지향 차별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우리는 이번 발표가 후보시절 차별금지법은 필요치 않다는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길 바란다.

또한 2011년 인권위는 동성애자처벌조항인 군형법 92조의 6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는데, 새 정부는 이를 즉각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불수용으로 존치된 조항을 근거로, 최근 군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대위가 구속되는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했던 물대포를 비롯한 경찰력 과잉진압, 무차별적 사진 채증 등에 대한 권고 등을 새 정부는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침해나 차별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파리원칙에 부합하는 인권위원을 인선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인권위법에는 임명권자(대통령, 국회, 대법원장)만 있고 인선하는 절차와 기구가 없다. 그렇다보니 인권위원들은 인권의 잣대가 아닌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2016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권고했듯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단일한 후보추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원성과 다양성, 독립성이 있는 인권위 구성이 가능하다.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인권위원들이 협소한 실정법의 잣대로 눈물을 닦을 수건마저 빼앗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촛불항쟁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를 파면시키고 만들어진 정부다. 지금이 새 정부가 개혁과제를 과감히 실행한 황금시간이다. 새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인권을 기만하는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2017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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