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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5.18

세주

5.18을 처음 접한 건 'PD수첩'이었던 듯하다.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고.. 그 이후 모래시계드라마, 5공화국드라마.. -- 책보다는 주로 TV를 통해 접했고 대학 들어와서 5.18영상상영회에 가서 오래된 영상을 봤고, 최근에는 책 <소년이 온다>. 518을 겪지 않았기에 있었던 고통, 아픔을 말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간접경험만으로도 고통을 느낀다. 아직 광주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다른 전리도 지역은 가봤는데 광주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잊지 말아야겠다.

바람소리

중학교 때 518학살을 동네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다. 전라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가난한 동네에 살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친구 언니, 오빠들이 전해주는 518학살을 들었고 거리 담벼락에 써있는 광주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간혹 보곤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86년, 소문을 화면을 직접 본 건 성당에서였다. 친구따라 천주교신자가 되기 위해 교리를 받으러 갔던 혜화동 성당에서 교리시간에 독일인기자가 찍었다면 518당시 영상을 보여줬다. 그 소문은 진실이었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광주시민들이 서로 음식도 나눠먹으며 싸우는 것이었다. 그때 518은 학살의 기억만이 아니라 항쟁으로 다가왔다. 민중의 힘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생각했다.

미류

4.9통일평화재단과 이내창열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다음세대의 과거청산> 강좌를 들었다. 5.18민중항쟁을 중심으로 과거사 진상규명운동과 제도화를 다룬 강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87년 민주화항쟁에서도 "광주 사태 진상규명"은 주요 요구였고, 이후 5.18민중항쟁의 진상규명은 가장 진전된 제도를 만들며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화의 한계도 뒤따르는 법.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과제를 복기하며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강사는 강의 말미에 조심스럽게 5.18진상규명의 현재를 "관료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순간 눈물이 쏟아질 뻔. 5.18도 4.16도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디요

어릴때 동네 운동권 아저씨들 따라서 광주 망월동 묘역에 몇 번 갔었는데, 그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고 전두환, 노태우가 나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만 기억에 남았다. 이후로 임을 위한행진곡을 부른다, 아니다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로 상경하고 나서야 5.18이 무슨 사건이었을까 궁금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인권운동은 5.18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동료들과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정록

고향이 광주라서 518은 익숙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 고등학교때 수업듣기 싫은데 마침 5월 18일이면 선생님에게 518 이야기해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수업듣기 싫어서 시작된 518 이야기인데 교실 분위기 무거워지고, 선생님은 눈물을 글썽이고...내가 대학을 갔을 때 518은 특별법 제정되고 전두환, 노태우가 감옥에 다녀온 뒤라 그런지 주변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요즘에야 518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ㅎㅊ

20대때 5월 18일에 가족여행을 간적이 있다. 사촌들과 고모도 함께 간 여행이었는데 처음으로 가족들과 5.18 기념식을 봤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념식을 보고 있는데 다들 너무 멍해보였고 슬퍼보였다. 어릴 때 가족들이 5.18이야기는 정말 잘 안 해주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거의 듣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 5.18 특별법이 제정된 후부터 그때 각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삼촌 도청 못 들어가게 하려고 잡아 놓은 이야기, 아는 사람이 총에 맞아 다치고 죽은 이야기들을 듣는데 내 가족 중에 몸이 다친사람이 없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목격자이자 당사자인 기억, 그 기억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 거 같다.

국사 수업 때 근현대사의 한 부분으로밖에 알지 못했던 5.18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 것은 2001년 임실로 농활 갔다가 돌아오는 길 광주 망월동 묘역을 가게 되면서였다. 빼곡한 무덤들 앞에 놓여있는 사진 속 어린 얼굴들에 놀랐고, 이름조차 없는 묘역들에 마음이 내려앉았던 것 같다. 압도되는 어떤 느낌을 나누고 싶어 그해 여름 친구들과 여수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 망월동을 다시 찾았었다. 그러고는... 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영화나 뉴스로 안타까움을 느끼는 때들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회고록을 내며 잘못을 부인하는 전두환을 보면서, 불처벌의 역사를 이젠 정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과거청산은 전두환과 518 피해자들만이 아닌,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나의 책임을 다하려고 할 때 가능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