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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남달랐던 신입활동가 공동교육

신입활동가를 위한 공동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인권단체들은 신입활동가가 들어 올 때마다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단체가 함께 마련한 자리에 저도 참여한 것이죠. 이번 공동교육에 얼굴이 익숙할 만큼 오랜 기간 활동해온 활동가들도 있었는데, 자신에게 이런 교육의 경험이 없어서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신입활동가 교육을 형태가 무엇이든 돋움활동 시기부터 생각하면 2~3번은 참여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뭔가 이번 공동교육에 느끼는 무게감이 남다르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공동교육의 목표는 빠지지 말고, 뭐든 적극적으로 해보자를 컨셉으로 삼았는데요. 나름 5주 동안 열심히 하다 보니 확실히 이번 교육은 좀 남달랐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니 보이는 것들

 

 

교육을 다 마치고 차근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이 남다르게 느껴지게 만든 포인트일까?’ 하고 말이죠. 먼저, 익숙한 방식의 교육이었다는 점이 생각나네요. 익숙한 게 남다르다는 이야기가 이상할 수 있는데, 여럿이서 강의를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이 방식이 ‘신입활동가 교육’에서는 유독 어려움이 있는 것 같거든요. 단체마다 신입활동가 1~2명이고 교육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 교육은 30명 이상의 신입활동가가 모여 앉아 다 같은 강의를 듣고,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자리는 그야말로 익숙한 교육방식이지만 신입교육으로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익숙한 게 좋다/나쁘다 까지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좀 편했습니다. 단체에서 교육하면 오직 1명 또는 2명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시간을 쓰다 보니 압박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내가 뭐라도 더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압박 말이죠. 그 압박을 좀 덜어내니 5주 교육을 빠지지 않고 달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또 분야에 따라서 강의를 구성하지 않았던 점이 좋았습니다. A활동, B활동, C활동 등 여러 분야를 나눠서 강의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권운동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 현재적 조건, 필요한 자세(?) 등을 다각도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는 거죠. 커리큘럼을 분야별로 나누거나 권리영역별로 나누는 강의는 저는 사실 선호하지 않거든요. 들을 때는 그렇구나 하면서 듣는데 막상 내가 활동하려는 공간에서 그 고민들이 바로 연결되지 않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요. 그러다 보니 이번 공동교육의 커리큘럼은 지금 각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 있는 위치가 어떤 자리인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떤 고민을 이어 나가면 좋을지 좀 더 실마리를 주려고 했던 교육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교육의 제 개인적인 성과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사만 하던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솔직히 교육 강연자나 이야기 손님 중에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했던 선배 활동가들이 많기도 하고, 인권운동의 역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체가 인권운동사랑방이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그 조직의 활동가라는 사실만으로 부담이 느껴졌습니다. 활동가 교육이다 보니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로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러고만 있다가는 앞으로 함께 활동해나갈 동료들과 아무런 관계도 만들지 못하겠다 싶더군요. 조금 더 투명하게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편하게 이야기 나누자는 마음으로 말도 걸고, 뒤풀이도 착실하게 참석했죠. 그렇게 1주, 2주가 지나다 보니 어느새 새벽까지 함께 자리를 갖는 그런 사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어떤 교육보다도 이렇게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활동가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고민이 교차할 수 있도록

 

교육을 준비하는 이들부터 참여한 신입활동가까지 각자 다른 고민과 마음이 모인 자리가 신입활동가 공동교육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5주간 교육 기간을 보내면서 그 고민과 마음이 연결되고 통했다 까지 아니더라도 어떤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또 함께 모여서 교차하며 인권운동의 동료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이 숙제겠지요. 이번 신입활동가교육을 준비한 기획단에서 후속 신입활동가교육은 이번 참가자들이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후속으로 함께 교육을 참가한 ‘동료’들과 앞으로 관계를 잘 만드는 일에는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