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을 마무리하며

어느덧 사랑방 상임활동을 시작하고 3개월이 흘렀네요. 지난번 상임활동가 편지에 사랑방 활동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불안을 털어놓았는데, 이번에 다시 들춰보니 제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벌써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다는 게 놀랍기도 하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바로 그 3개월 동안, 저는 사랑방에서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사랑방에서는 처음 상임활동을 시작하고 3개월간 신입활동가 교육 기간을 가집니다. 언제나 바쁜 인권 단체에서 3개월은 꽤나 긴 시간이에요. 대부분의 단체들에서 신입활동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간과 품을 들여서 교육을 진행하지는 못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니 명시적으로 교육 기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저는 꽤나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랑방의 역사와 현재, 조직 구조와 전망 등을 살피는 내용의 교육이 있었습니다. 글쓰기 교육도 진행했는데, 저는 워낙 글 쓰는 걸 힘들어하는지라 이 교육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1주일에 적으면 1개, 많으면 3~4개씩 교육을 진행했어요. 읽어야 할 자료나 다가오는 교육 일정에 허덕이기도 했지만,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년에 참여했던 다른 교육이 떠올랐어요.

 

작년 이맘때였을까요? 한창 더운 여름에 (물론 올해만큼 덥지는 않았지만), 인권운동더하기에서 준비했던 “신입 인권활동가 공동 교육”에 참가했습니다. 교육 준비팀에 있었던 친구에게 듣기로는 신청 인원이 너무 많아서 조정이 필요할 정도였다고 해요. 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성원 속에 한 번의 특강과 다섯 번의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마음 편하게 참여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짐작하시듯이 단체에서 상근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하루, 오후 내내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빡빡한 일정에도 사람들은 모였고, 여름 더위와 갑작스런 폭우를 뚫고도 뒷풀이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공동 교육 과정의 마지막 시간은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파티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는 인권활동가들이 1년에 한 번 모여서 서로를 다독이고 힘받는 시간으로, 인권운동더하기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새벽에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도통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교육 참여자들을 보면서, 다들 이런 교육과 자리가 참 반가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2.jpg

처음 활동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막막함과 역량 부족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아는 게 너무 없는 것 같고, 이 일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정작 뭘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지조차 모르겠는, 그런 시간을 힘들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활동가 교육’에 목말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의 신입 인권활동가 공동 교육부터 올해 사랑방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까지 거치면서 ‘활동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동하는데 필요한 실무 교육이나 이론 교육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막막한 일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마련이니까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입활동가 교육의 목적은, 처음의 어렵고 막막한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그 막막한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지 조직과 활동가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쌓는 교육이 아니라 인권활동가로 살아감에 대한 고민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라면 좋겠습니다.

 

7월 22일에 있었던 인권운동사랑방 3/4분기 총회에서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을 마무리하는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어요. 지난 교육 과정 전체를 돌아보며 사랑방과 더 넓게는 인권단체 신입활동가 교육의 의미와 목표를 고민했습니다. 사실 총회 당일까지 급하게 작성하다가 결국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발표했어요. 조금 아쉬웠지만, 나름 즐겁게 보고를 마쳤습니다. 아직 미완성인 보고서는 빠른 시일 안에 완성해서 더 많은 분들과 나눠보고 싶어요.

저는 이제 신입활동가 교육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며, 더 많은 자리에서 후원인 여러분을 만나뵙길 기대하겠습니다.